올해 성장률 전망 3.0%서 2.9%로 떨어져
경제 불확실성 커 유지 보수 중심으로 투자 전망…설비투자 증가율 1.2%로 1.7%P나 낮아져
실업률 전망치 3.8%로 유지, 고용률은 60.9%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3%에서 2.9%로 낮췄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인한 수출 영향 및 투자도 둔화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에 더해 올해 취업자 증가폭도 대폭 줄었다. 한은은 전년 대비 18만 명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이는 1월 30만 명에서 4월 26만 명에 이어 또 깎인 셈이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을 2.9%, 내년은 2.8%로 제시했다. 4월 경제전망 때 제시한 올해 성장률 3.0%, 내년 2.9%보다 각각 0.1%포인트 내린 것이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이 2.9%로 돌아간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1월, 4월 전망 때 한은은 올해 한국경제가 3.0%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달 잇따른 미·중의 고율 관세 부과 결정으로 보호무역 파도가 거세지면서 세계교역을 둘러싼 하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을 4월 3.6%에서 이번 달 3.5%로 낮췄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9%에서 1.2%로 1.7%포인트나 낮게 전망했다. 그간 설비투자 증가세를 이끈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분야에선 기저효과 등으로 증가율이 큰 폭으로 낮아질 것으로 진단했다.
신기술 부문, 자동화 설비 등을 제외하면 다른 업종에서도 설비투자 증가세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 기업들이 몸을 사리며 유지 보수 중심으로 보수적 투자만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식재산생산물투자 증가율도 2.9%에서 2.7%로 낮췄다.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0.2%에서 -0.5%로 더 떨어뜨렸다.
한은은 주거용 건물이 입주 물량 확대로 증가 폭이 꺾이고 비주거용 건물도 올해 감소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정부, 공공기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줄어 토목 감소세도 지속하리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은 4월 전망 때와 같이 2.7%로 제시했다. 양호한 소비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기초연금 인상 등 정부 정책이 소비 증가세를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은은 “올해 국내 경제는 투자가 둔화하겠으나 수출이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소비도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2019년에도 수출, 소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잠재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 상방 리스크로는 ▲주요국의 확장 재정정책과 투자 증가세 확대 ▲정부의 경제 활성화 대책에 따른 내수 여건 개선이 꼽혔다. 반대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수출여건 악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경기 하방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취업자는 전년 대비 18만 명 늘어날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다.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은 1월 30만 명에서 4월 26만 명에 이어 또 깎였다.
한은 전망치는 정부, 한은보다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있는 현대경제연구원(19만8000명)보다 더 작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도 자동차 등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이 취업자 증가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이전과 같은 3.8%, 고용률은 전보다 0.1%포인트 떨어진 60.9%로 제시됐다.
내년 취업자 증가는 29만명에서 24만명으로 깎였고 실업률 전망은 3.7%에서 3.8%로 상향됐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6%로 유지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당분간 넘고 명목임금 오름세도 확대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올해 식료품·에너지제외 지수와 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 등 근원물가 상승률은 모두 1.6%에서 1.4%로 0.2%포인트 하향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에서 1.9%로 낮췄다.
한은은 물가 상방 리스크로 국제유가 강세, 원화 약세에 따른 수입 물가상승을 꼽았다. 하방 리스크로는 국제유가 하락, 교육·의료 등 복지 확대에 따른 서비스물가 하락 압력을 지목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은 650억달러로 제시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이 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4월(705억달러)보다 줄어들 것으로 진단됐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는 이전 전망보다 60억달러 쪼그라든 640억달러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