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경제동향 간담회서 ‘금융불균형 누증’ 등 저금리 부작용 언급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이달 18일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서 한국은행이 11개월째 요지부동인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켜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단체장과 민간 경제전문가를 만난 자리에서 ‘금융 불균형 누증’을 강조하며 저금리의 부작용을 언급하면서다.
이 총재는 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고 있다”며 “금융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금융 불균형 누증’은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 등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저금리’의 부작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총재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이 총재는 지난 10년간 국내 경제에 대해서도 “대외지급능력과 금융 기관의 건전성이 개선되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충격 흡수력은 크게 높아졌다”면서도 “소득증가율을 상회하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금리 역전 심화 및 부동산 잡으려는 정부의 금리 인상 압박
이 총재 발언 외에도 한미 금리역전 심화, 부동산을 잡기 위한 정부의 의중도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올해 세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연준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1.75%~2.00%에서 2.00%~2.25%로 0.25%p 인상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기준금리 차가 기존 0.5%포인트에서 최대 0.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됐다. 특히 연준은 올해 연말 1차례, 내년 3차례 등 총 4차례의 추가 금리인상까지 예고하고 있어 연말에는 더욱 한미 기준금리 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0.25%p 올려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1.50%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국내 자본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금리 차가 1%p까지 벌어지게 되면 유출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06년 5∼7월 한미 기준금리 차가 1%p로 커지자 증권·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순유출액은 8조2000억 원에 달했다. 코스피도 8.6% 하락했다.
다음으로 정부發 금리 인상 압박이다.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함께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하면서다. 자금의 유동성을 줄여 부동산 규제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데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일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금리 (인상)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원인 중 하나가 과도한 유동성이며, 기준금리를 인상해 이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 18일 금리인상 카드 꺼내들까?
따라서 오는 18일 한은이 금리 인상카드를 꺼내들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 총재는 세계 경제에 대해서 “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만 10년째에 새로운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며 글로벌 부채, 자산 및 소득 불평등 심화, 반세계화 정서와 포퓰리즘 확산 등을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이어 “특히 반세계화 정서에서 파생된 글로벌 통상갈등 확대, 위기 대응 수단이었던 주요국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지금 세계 경제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는 “수출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투자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는 지난해의 높은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도 기인하지만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소홀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투자 개선을 위해 합리적인 규제 완화 등 투자 심리를 높여 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