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로 본 청년 취업대란]⑦' N포세대'보다 극단적인 ‘이생망’, 절망해야 청춘이다?
N포세대'보다 극단적인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준말,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극단적 소외감 표현
결혼은 고사하고 취업 ‘포기’… 절벽으로 내몰리는 취준생
"아프니까 청춘이다" 조롱하며 던진 새 메시지, "절망해야 청춘이다"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 저와 같은 20대 후반 또래들이 많이 입에 올린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사용되는 단어지만 보통 취업 면접을 망쳤을 때, 최종합격에서 여러번 떨어졌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단어가 됐다.” (취준생 A씨, 29)
20대 중반이 되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게 된다.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데, 오랜 취업준비를 하다 보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무한 경쟁 사회에 놓인 채 멈추게 된다.
그 결과 2030 세대 입에서 ‘이생망’이라는 단어가 쉽게 오르내린다. ‘이생망’은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로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한 때 베스트셀러의 위치에서 추락해 청년의 현실에 무감각한 기성세대의 궤변으로 조롱받고 있는 현실과 직결된 내용이다. '이생망'은 이제 "절망해야 청춘이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 있지만 앞날이 창창한 2030 세대가 일찍부터 비관하는 것은 포기를 넘어선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연애, 출산, 결혼을 포기한 세대’로 ‘3포세대’가 등장하고, 2015년에는 내 집 마련, 취업 등이 추가·확대되면서 ‘N가지를 포기한다’는 ‘N포세대’가 등장했다.
4년 단위로 ‘포기 항목’이 늘어난 2030 세대는 더 인생을 극단적으로 바라보는 표현인 ‘이생망’을 입에 올리게 됐다.
이는 삶을 구성하는 요소인 결혼, 출산, 내 집, 취업 등의 포기를 넘어, ‘인생’을 망했다고 보는 시각을 풍자한 표현이다. 결혼은 고사하고 취업조차 어려운 현실에 부딪히면서 두드러지는 '극단적 사고방식'이 표출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20대 정신질환 증가…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에 노출
따라서 단순한 신조어로 보기 어려워 보인다. 작년부터 취준생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에 취준생들의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 중 20대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신건강 질환의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환자 수의 증가율은 20~29세에서 13.5%로 가장 많았다. 80세 이상(10.4%)을 제외하고 10%포인트 이상 증가 폭을 보인 연령대는 20대뿐이다.
전문가들은 질병·유전보다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더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갈수록 높아지는 취업 문턱에 좌절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다.
문제는 우울증이 극단적 선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정희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교수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4년제 대졸 취준생 7명 중 1명은 취업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중 약 40%는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추석 명절 연휴에 한 취준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샀다.
A씨(28)는 광주시 서구 덕흥동 극락강 광신대교 인근 하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이던 A씨는 24일 자정께 유서를 써놓고 집을 나섰다. 유서에는 ‘부모님, 힘들었는데 고마웠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에 네티즌들도 댓글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며 한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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