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 유지..0.02~0.10%대 오름세
주담대 금리 하락, 매수 수요자 대출 부담 낮아지나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금리가 2%대 초반으로 떨어진데 이어 1%대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서울로 이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2%정도 금리라면 주담대를 받아도 자신의 월급수준을 감안하면 해볼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년째 자신의 집값은 변동이 없는데, 서울에서 사는 회사 동료들은 집값이 올랐다고 싱글벙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사결심을 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공식화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최근 낮아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집값 변동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에도 정부와 민간조사기관 통계에서 서울 집값 오름세는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19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2% 올라 8주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감정원은 일부 재건축 단지가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하락했으나, 인기지역 신축 아파트와 역세권 및 상대적으로 저평가 단지가 상승하면서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조사기관 통계에서도 최근 상승세 수준을 유지하면서 1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주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전주대비 0.10% 상승했다. 매수자 문의는 주춤했지만, 통상적인 수준의 소폭 상승을 보이고 있다고 KB부동산은 설명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0.02% 올라 지난 주와 같은 변동률을 기록했다.
다만, 상한제 도입 시 사정권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강남3구는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 감정원 통계에선 강남·서초·송파구는 각각 0.05%, 0.06%, 0.04% 상승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각각 0.02%, 0.04%, 0.02%로 상승률이 낮아졌다.
KB부동산도 강남구의 경우 0.09% 상승률로 전주(0.05%)보다 상승폭이 소폭 커졌지만, 서초구는 0.13%에 전주(0.17%)보다 상승폭이 작아졌다. 송파구 역시 0.08%로 전주(0.10%)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부동산114 역시 상한제의 여파로 재건축이 0.03% 떨어져 19주만에 하락 전환했다고 밝혔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도심에서의 공급 축소 가능성에 입주 3~5년 된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층 유입이 기대되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노후아파트(재건축)와 일반아파트(준신축) 사이에서 힘겨루기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가 인하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떨어진 점도 집값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1%대 직전까지 떨어졌다. 지난 23일 KB국민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2.13~3.63%로 지난주보다 0.02% 내렸다. 불과 두달전만 해도 최저 금리가 2.59%, 최고 금리가 4%를 넘은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크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2.13~3.54%로 파악됐다. 신한은행도 2.49~3.50%로 나오는 등 은행권에서 3%대 주담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인하가 꾸준히 이어질 경우 이르면 9월에 1%대 주담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선 전례 없는 연 1%대 주담대가 부동산 매수 수요자의 대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주담대 증가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5대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6월 증가액은 3조281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지난달엔 3조3423억원으로 더 늘었다. 다만, 강한 대출규제가 풀리지 않은 만큼 저금리가 신규 대출 수요 증가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정부가 여전히 규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금리 인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주담대 금리가 낮아져도 신규 수요 유입보다는 기존 대출자의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