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요기요 배달원 5명 근로자 인정하면서 ‘주휴수당’ 등은 불인정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지휘감독하면 주휴수당도 줘라”
“타다도 혁신이 아니라 불법 기업” 비판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배달앱을 통해 일감을 받는 배달원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긱 경제(gig economy.임시직 경제)의 임금구조를 흔드는 제3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국내 2위 배달앱인 요기요의 배달원 5명의 진정사건과 관련해 배달원을 근로자로 인정한 사실이 도화선이 됐다.
'라이더유니온'은 6일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본사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요기요의 배달원들이 노동부에 의해 근로자로 인정받은 만큼 그동안 지급받지 못한 주휴수당 등은 체불임금”이라면서 “향후 정부기관에 대한 진정 및 소송을 통해서라도 주휴수당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요기요가 업무위탁사업자로 계약해놓고 배달원의 출퇴근 등을 지휘감독해왔다”면서 “노동부가 근로자로 인정한 만큼 밀린 주휴수당도 지불하고 퇴직금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모든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개인 사업자로 계약했다면 (업무 수행의) 완전한 자율성을 보장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망스럽게도 정부 관료들은 타다를 혁신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노동법도 안 지키는 기업이 혁신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플랫폼,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법 회피의 수단으로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데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타다’도 혁신이 아니라 불법에 불과하다는 비판인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원들이 결성한 단체이지만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인 타다의 기사들도 근로자 인정을 받지 못하는 긱 경제의 종사자라는 점에서 ‘동병상련’으로 여기는 셈이다.
플랫폼 노동자 비율은 30% 육박, 라이더유니온 잠재력 커
긱 경제 종사자의 근로자 인정은 양날의 칼
양질의 일자리 증가 vs. 긱 경제의 존립기반 붕괴
라이더유니온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아직 크지 않지만 고용노동부가 배달원을 근로자로 인정함으로써 사회적 논쟁의 물꼬를 트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긱경제의 성장규모 및 종사자 수를 감안하면 라이더유니온이 대기업 노동자들의 이익단체인 민주노총의 영향력을 뛰어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맥킨지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노동인구 대비 플랫폼 노동인구의 비율은 일반적 예상보다 훨씬 높다. 미국 26%, 프랑스 30%, 독일 25%, 스페인 31% 등이다. 한국은 9~30% 정도로 추산된다. 올해 국내 배달앱 시장규모만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그동안 고정비용이 거의 없는 임시직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이익을 높일 수 있었다. 이를 두고 긱경제가 4차산업혁명시대에 일자리를 늘이는 대표적인 혁신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노동착취’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긱 경제 종사자들이 각종 수당을 받고 퇴직금까지 보장받는다면 플랫폼 산업이 성장할수록 양질의 일자리가 급증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배달원이나 차량공유 서비스의 기사 등을 근로자로 인정해 주휴수당이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경우, 긱경제의 존립기반 자체가 붕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동부, “요기요 배달원, 시급 지급받고 출퇴근 보고해서 근로자”판단
“근로자 인정하면서 체불임금 부정한 것은 이중적 태도” 지적
이에 앞서 지난 5일 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은 요기요 배달원 5명이 근로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받지 못한 주휴수당 및 연자은로수당과 같은 각종 수당을 달라고 요구한 임금 체불 진정 사건에 대해 “5명의 배달원이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결론을 지난달 28일 진정인들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고용부가 배달앱을 통해 일하는 배달원을 근로자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기요 배달원 5명은 ▲정해진 장소에 출퇴근할 의무가 있고 ▲점심시간까지 보고해야 하며 ▲특정 지역에 파견되는 등 ‘업무 지시’를 받고 있다며 지난 8월 초 노동부에 근로자 인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근로자의 권리인 주휴수당과 연장근로수당 등 체불 임금 지급도 요구했다.
요기요는 이에 맞서 배달원과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했고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배달원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으나 노동부는 배달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진정인의 근무 형태 등 여러 정황으로 미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배달기사의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 ▲회사소유 오토바이를 배달기사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 ▲근무시간 및 장소를 회사에서 지정하고 출퇴근 보고를 한 점 등이 판단근거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임금체불’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요기요 배달원들이 요구한 주휴수당이나 연장근로수당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근로기준법상 명시된 각종 수당의 지급의무는 부정하는 이중적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진적 개선을 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또 이번 판단이 진정을 제기한 배달원들에게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입각해 구체적 업무형태, 계약내용 등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