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핀테크 기업이 대형 금융사 흔든다”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핀테크기업이 금융권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핀테크기업이 기존 대형 금융사의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동시에 협력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29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하는 자본시장포커스의 ‘미국 핀테크 기업의 메기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순영 연구위원은 핀테크 기업들이 미국 금융업을 뒤흔들고 있으며, 작은 기업 하나가 대형사들을 활발히 움직이게 하는 ‘메기 효과’가 실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대형 리테일 증권사인 찰스 슈왑은 지난 9월 7일부터 기존 건당 4.95달러였던 온라인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및 옵션 거래 수수료를 전면 폐지했다. 이어 이트레이드, TD아메리트레이드 등 경쟁 리테일 증권사도 무료 수수료 체계를 뒤따랐다.
최 연구위원은 “이런 변화를 끌어낸 것은 2013년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작은 핀테크 기업인 로빈후드”라“며 “로빈후드는 주식과 ETF 거래의 무료수수료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적인 측면뿐 아니라 로빈후드의 간편하고 직관적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도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호응을 받으면서 올해 고객 수가 600만명을 넘었다. 고객의 80%가 35세 미만이라는 점도 미래 수익기반이 될 젊은 고객층 확보를 고민하는 대형사들이 로빈후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봤다.
최 연구위원은 찰스 슈왑의 CFO(최고재무책임자) 피터 크로포트의 말을 인용해 “로빈후드와 같은 기업들이 당장의 큰 위협은 아닐 수 있으나, 신규 진입자에 너무 늦게 대응함으로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이미 여러 산업에서 무수히 봐왔다. 무료수수료는 불가피한 추세이며 우리도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기업은 증권업을 넘어 은행업, 자산운용업, 보험업 등 금융산업 전반에 진출하며 금융사의 사업모델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M&A 거래 시장까지 개척했다.
2010년 출범한 액시얼(Axial)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의 M&A 거래를 중개하며 세계 최대 비상장기업 온라인 투자 네트워크 회사로 성장했다. 최 연구위원은 “인수합병(M&A)자문은 뱅커의 우수한 분석력, 네트워크, 고객관리 등의 역량을 요구해왔으나, 인적자원을 기술로 대체하면서 핀테크 기업들이 M&A자문 영역으로도 침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 액시얼과 같은 핀테크 기업과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 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존 플레이어 입장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핀테크 기업은 경쟁 대상인 동시에 협력의 대상”이라며 “금융회사가 자체 개발만으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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