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택시기사가 무서운 국회의원, ‘데이터 3법’은 1년 끌지만 ‘타다 금지법’은 광속 처리
[관점뉴스] 택시기사가 무서운 국회의원
여야 의원들, 다수 국민이 선호하는 타다 서비스 ‘불법화’를 위해 일치단결?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택시기사 여론이 표심 움직인다고 착각
4차산업혁명시대엔 ‘택시여론‘ 아니라 ’SNS 여론‘이 표심 주도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표심잡기’에 집중하고 있으나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가 정부내에서 조차 논란이 되고 있는 ‘타다 금지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하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11인승 이상의 승합차를 기사와 함께 렌터카로 대여하는 타다는 다수 국민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서비스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 기존 택시사업자들이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투쟁에 나서자 여야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타다 금지법의 연내 처리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의 주장이 선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인식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수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총선 표심을 좌우하는 것이 ‘택시 여론’이 아니라 온라인을 지배하는 ‘SNS 여론’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타다 불법’ 논란 과정에서 드러난 민심의 향배는 택시사업자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더 컸다. 전체 국민들 중에서 택시업계 종사자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위원장 박순자 의원)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우는 여객자동차운수사어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연내에 국회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관광 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제한 ▲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 ▲ 대여 또는 반납 장소가 공항이거나 항만인 경우 등의 제한 규정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타다의 영업을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더욱이 국토교통부는 이용자가 항공기나 선박의 탑승권을 소지한 경우로만 한정하겠다는 지침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 플랫폼이라는 개념으로 영업을 해온 타다의 비즈니스 모델의 존립 근거를 삭제해버리는 것이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뒤에 시행하고, 시행 이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둔다.
여야 의원들, 택시 업계에 의한 ‘낙선 표적’ 두려운 듯
공정거래위원회, ‘타다 금지법’이 다수의 ‘공익’ 위배임을 지적
여야 의원들은 타다 금지법에 반대할 경우 택시업계에 의해 ‘낙선 표적’으로 지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 두려움으로 인해 ‘단체 행동’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차기 청와대 비서실장 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본인은 내년 총선 출마의지를 밝힌 상태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4월 총선 당선이 가장 중요한 현역 의원들로서는 타다 금지법에 총대를 멨다는 비판조차도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할지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택시기사들의 주장이 과거처럼 표심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이다”고 말했다.
이 같이 정치권이 택시업계의 표심을 의식해 타다 죽이기에 힘을 모으고 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진)는 지난 4일 ‘타다 금지법’이 경쟁 제한과 소비자 편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공정위는 “특정한 형태의 운수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객자동차 운송 플랫폼 사업의 영위는 자동차 소유, 리스 또는 렌터카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해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타다 금지법이 ‘공익’을 훼손하는 내용임을 명백하게 밝힘으로써 정부와 국회의 행보에 정면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오히려 차제에 여객자동차 운송 사업에 대한 규제를 해제해 새로운 형태의 여객 운송사업이 출현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AI와 빅데이터 시대를 위한 ‘데이터 3법’, 국회서 1년째 발목 잡혀
대한민국 국회, '규제 신설'에 빠르고 '규제 개혁'엔 늑장
규제를 신설하는 내용인 ‘타다 금지법’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반면에 4차산업혁명의 식량으로 불리우는 빅데이터의 생성과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데이터 3법’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수많은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해 방대한 빅데이터로 처리하고 이를 인공지능(AI)산업의 식량으로 삼아야 한다는 경제계와 학계의 주장이 묵살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강대국에서는 이미 가명 처리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빅데이터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현실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조기통과를 하소연하고 있지만 이 문제에 관한한 여야 의원들은 다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6일 이인영 의원은 데이터3법과 관련해 “국가의 미래가 걸린 데이터3법 만은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데 국회에서 1년 넘게 붙잡고 있다”면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해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를 지연시키는 표면적인 쟁점인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표면적인 쟁점이지만, 중대한 경제법안이 여야 정쟁구도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분석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결과 대한민국 국회는 '규제 신설'엔 빠르고, '규제 개혁'에 늑장을 부린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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