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이원갑 기자] 재계서열 7위인 한화그룹이 최근 있었던 연말인사에서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주는 등 3세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화그룹이 승계작업을 가속화하는 것을 놓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연결해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기업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승계를 감시하는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 조성욱 위원장이 2010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3년1개월 동안 한화 사외이사로 재직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검찰’, ‘재벌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권한이 막강한데, 조성욱 위원장의 3년 임기는 2022년 9월 까지다.
◆ 조성욱 공정위원장 3년여 한화 사외이사...보수 등 1억7000만원 수령
조 위원장은 한화그룹 사외이사로서 월 400만원씩 1억4800만원의 급여와 2300만원의 교통비를 합해 모두 1억71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이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김상조 아바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전임자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실제로 조 위원장은 2013년부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을 맡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징계 여부를 정할 때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 위원장의 사외이사 재직 기간 동안 한화그룹이 세 차례에 걸쳐 내부거래 공시위반, 임찰 담합, 수수료 과다 부과 등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적발돼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다. 또 김승연 한화 회장이 계열사로부터 보너스 330억 원을 받는 사안에 찬성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한화케미칼과 (주)한익스프레스에 일감몰아주기 부당지원 혐의와 관련한 심사보고서를 보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익스프레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 씨가 특수관계자들과 지분의 51.9%를 보유한 가족 회사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에 대해 공정위가 어떤 처분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 김동관 부사장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상속 공정위 대응 주목
아울러 한화그룹이 지난번 김동관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발표한 3세 승계용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싸고도 공정위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모기업인 ㈜한화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왔지만, 계열사에 미치는 ㈜한화의 지배력이 약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김승연 회장은 ㈜한화 지분을 22.65% 보유하고 있는데, 김동관 전무 등 세 아들의 ㈜한화 지분은 각각 4.44%, 1.67%, 1.67%에 불과하다.
김동관 전무가 김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려면 3500억 원~40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한화 외에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 드림플러스아시아 등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며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에이치솔루션은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합병이나 에이치솔루션 상장 이후 합병으로 완벽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상속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한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05년 한화S&C 주식 40만 주 전량을 김동관 전무에게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화에 899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