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로 본 청년취업대란]⑩ '무전무업'하던 청년이 '삼일절'에 '취가'를 꿈꾸다
[신조어로 본 청년취업대란]⑩ '무전무업'청년
한국 청년들 '하향취업' 대신 월 30만원 '취업투자' 선택
무전무업(無錢無業)은 생활고 시달리는 청년의 현실
[뉴스투데이=김연주 기자]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말이 통계적으로 증명됐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보고서에 따르면, 하향취업자가 1년 후 적정취업으로 전환한 비중은 4.6%를 기록했다. 적정취업전환율은 2년 후 8%, 3년 후 11.1%를 기록했다.
하향취업이란 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눈높이를 낮춰 취업한 경우를 말한다. 고학력자는 늘어가는데, 이들을 품을 일자리는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청년 구직자들은 하향취업 하기를 꺼린다. 말처럼 첫 직장이 다음 직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좋은 첫 직장을 위해 청년들이 투자하는 비용은 막대하다. 생활비 외에도 자격증·어학평가 응시료, 면접 교통비, 교재비, 학원 수강료, 면접 복장 구입·대여비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9월 취업준비생 1,5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생활비로 월 평균 74만 2000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이 중 취업준비를 위해 사용하는 금액은 평균 29만 7000원으로 전체 생활비의 40%에 달했다.
이들이 취업준비를 위해 지출하고 있는 항목에는 자격증·어학평가 응시료가 66.2%, 면접 교통비가 65.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재비(55.9%), 학원 수강료(51.0%), 면접 복장 구입/대여(39/9%) 등이 뒤를 이었다. 해당 항목은 복수 응답이 가능한 항목이었다.
무전무업(無錢無業)이라는 말은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신조어다. 돈이 없으면 취업도 할 수 없는 현실을 자조하는 말이다. 취업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지만, 현실은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버겁다.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부담을 호소한 취준생들이 '포기한다'고 대답한 것은 취업준비에 들이는 시간이었다. 취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버는데, 오히려 구직 준비 시간이 줄어들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다.
취업지각생의 자조적 표현 '삼일절'
이러한 악순환 속에 청년들의 사회 진출은 더 늦어지고 있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5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졸업(중퇴) 후 첫 취업 소요기간은 10년 8개월로 전년 동월대비 0.1개월이 늘었다. 2015년 10.0개월, 2016년 10.2개월, 2017년 10.6개월, 2018년 10.7개월로 취업 소요기간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는 듯 '삼일절'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31세까지 취업을 못 하면 취업을 절대 못 한다는 의미다. 여전히 취업 시장에서 '나이'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하루빨리 취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취준생의 불안한 심리가 담겼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종착지는 '취가', 취업 대신 장가
긴 취업준비 기간과 치열한 경쟁에 지쳐 ‘취가’를 꿈꾸는 취준생도 생겨났다. 취업 대신 장가를 간다는 뜻이다. 돈을 잘 버는 아내를 만나면 남자들도 굳이 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취업 대신 돈 잘 버는 남성을 만나 결혼한다’는 뜻을 가진 ‘취집’의 남성 버전이다.
이는 전통적 남성 역할에서 자유로운 오늘날 20대의 인식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남자라서 집안의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 한다’가 아니라 ‘아내든 남편이든, 잘 버는 사람이 벌면 된다’라는 생각이 배경에 깔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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