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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vs 바이두의 한중 AI전쟁 판도 바뀐다, 데이터 3법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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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갑
입력 : 2020.01.25 06:03 ㅣ 수정 : 2020.02.25 16:38

삼성 vs 바이두의 AI전쟁 판도 바뀐다

▲ 삼성전자 산하 연구소가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네온' [사진=프라나브 미스트리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전무 트위터]

'무규제' 반사이익으로 세계 1위 된 바이두 VS. 손발 묶였던 'AI 삼성'

 

2018년 기준 한국의 AI 특허건수는 중국의 37%에 불과

 

중국의 규제 강화와 한국의 '데이터 3법'시행으로 '균형경쟁 구도' 형성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인공지능(AI)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왔던 중국이 최근 숨고르기에 나선 반면에 한국에서는 '익명정보' 수집 및 활용의 길을 열어주는 '데이터 3법'이 시행되게 됨에 따라 '한중 AI전쟁'의 판도가 큰 변화를 맞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마디로 그동안 중국 정부의 묵인 아래 '규제 프리' 상태에서 개인정보 침해문제를 무시하면서 AI와 빅데이터 경쟁력을 키워왔던 바이두와 같은 중국 AI기업은 상대적으로 '규제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에 비해 익명정보 자체를 활용하지 못해 빅데이터 산업이 불이익을 겪어오는 상황에서 탈피해 중국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규정만 받게 된 삼성전자의 AI경쟁력은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AI 입장에서 빅데이터는 주식인 '쌀'이나 '빵'과 같은 존재이다. 빅데이터 산업에 대한 규제는 AI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핵심적 요소중의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한중 양국이 유럽연합(EU)의 기준에 맞춰서 '익명정보' 생산 및 활용에 대한 규제정책을 편다면, 익명정보 활용 자체를 못했던 한국기업으로서는 '호재'가 되는 셈이다.

 

즉 규제 혁파에 나선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AI 격차를 좁힐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AI 기업 삼성전자는 지난해 AI 특허 신청 건수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중국의 ‘바이두’와 경쟁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얻게 됐다. 프라나브 미스트리 전무가 주도한 AI 플랫폼 ‘네온’ 등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손발이 묶인 상태로 ‘무규제’ 상태로 성장하는 바이두와 경쟁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26일 한국정보화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AI 특허 건수는 중국의 36.79%(497건), AI 논문 등록 건수는 8.4%(37건)에 그쳤다. 다만 AI 스타트업의 수는 중국의 1.21배(465개사)에 이른다.

 

▲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

중국도 유럽연합의 GDPR 기준으로 규제 강화 중

 

중국은 최근 지속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법률을 강화하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 소비, 의료, 교통 등 다방면의 빅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게 필수적인데 이 같은 데이터의 자유로운 활용과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문제가 정면 충돌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껏 AI 육성을 명분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미뤄 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2일 보고서 ' 중국의 개인정보 법제 현황 및 동향'에서 중국이 종전까지는 AI 개발용 빅데이터에 대한 기업들의 접근과 관련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지만 점차적으로 개인정보 제도 현황 관련 개인정보 침해 관련 규제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규제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원준 KISDI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중국 스타트업 및 인터넷 기업은 정부의 암묵적 승인 하에 데이터 접근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라며 “실제로 중국 기업들은 중앙 정부의 제한 없이 지방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어 공공장소에서 방대한 규모의 실증 데이터를 취급하고 있다”라고 기술했다.

정 연구원은 “최근의 입법 동향에 있어서 주목할 점은 자국 내에서의 인터넷 통제 및 개인정보 유출 및 침해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며 “EU 등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추어 개인정보 보호 및 사이버 보안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을 속속 제정하고, 그 집행력 또한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유럽연합 일반개인정보 보호 법령(GDPR) 기준에 근접하는 개인정보 취급 규제안 ’정보안전기술 개인정보안전규범‘을 지난 2018년 5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 법은 민감정보(개인정보)의 수집 시 수집정보 유형과 사용기한에 대한 동의, 비동의 시 불이익 방지, 사용기간 만료 후 폐기 규정 등을 적용하고 있다.

 

AI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각별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8년 11월 1일 직접 공산당 지도부를 베이징으로 불러모아 AI를 주제로 집단 학습을 열고 “AI는 차세대 과학기술혁명과 산업혁명을 이끄는 전략적 기술"이라며 "이끄는 힘이 매우 강력한 선두 기러기 효과를 낸다”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데이터 3법 통과시킨 우리나라, 익명정보 활용방안 마련해 ‘AI 추격’ 가닥

 

반면 헌법과 기본법에서 개인정보와 관련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출발했던 우리나라는 최근 데이터 3법을 통과시켜 유럽연합(EU) 기준에 맞춘 AI 연구용 ‘가명정보’ 수집의 길을 열었다. 중국과 달리 이미 있던 규제를 하나둘 풀어 주는 정반대 행보다. AI에 국가적 관심을 쏟고 있는 중국의 기술력을 추격할 기회라는 평가다.

 

데이터 규제 혁파는 수요 업계 전체가 한 목소리를 냈던 사안이다. 법안 개정이 지지부진하던 지난해 12월 9일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9개 금융업계 이익단체들이 데이터 3법 통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그 해 11월 27일에는 한국데이터산업협회가 마찬가지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에 지난 2018년 11월 첫 발의 이후 14개월만인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등의 개정안을 일컫는다.

 

특히 이번 개정으로 추가적인 정보가 있어야 출처를 식별할 수 있는 ‘가명 정보’ 데이터를 통계나 과학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용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를 위해 가명 정보를 비롯해 개인 식별 자료인 ‘개인 정보’, 출처 식별이 애초에 불가능한 공공 데이터 ‘익명 정보’ 등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관련 규정 위반 시 처벌은 더 엄격하게 했다.

 

예를 들어, 개인 진료기록이나 지출 내역과 같이 결코 유출되어서는 안 되지만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개발을 위해 수집이 필수적이다. 이때 출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개발의 발목을 잡았던 바 있다. 이제 개인 식별이 가능한 부분을 제거한 가명 정보의 경우 활용이 가능해지게 됐다.

 

이 밖에도 신용정보법과 개인정보 보호법 사이의 중복된 규정이 정리됐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나눠 가지고 있던 개인정보 보호 관련 조항을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몰아주는 내용이 포함된다. 개인정보 취급과 관련한 법제도와 담당 기구에서 중복된 규제를 피하고 감독 기능은 강화하기 위해서다.

 

데이터 3법 통과에 대한 전망은 밝게 제시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범부처 회의에서 “데이터 3법 개정은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데이터 경제 경쟁력을 크게 도약시킬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뒤쳐진 데이터 경제 경쟁력을 따라잡고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자평했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도 지난 13일 “데이터 3법 통과로 다양한 업종 및 기술 분야에서 수혜가 예상되나 인터넷 업종에선 우선 핀테크 주가 단연 직접적 수혜주”라며 “NAVER, 카카오, NHN 등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들 3개사는 각각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데이터 기반 간편결제 금융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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