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청년 실업률의 진실과 문 대통령이 떠나간 청춘들을 붙잡는 법

김태진 입력 : 2020.01.29 18:00 ㅣ 수정 : 2020.02.24 12:29

청년 실업률의 진실과 문 대통령이 떠나간 청춘들을 붙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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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용률 13년 만에 최고치, 청년 실업률 8.9%로 최저치

 

초단기 일자리 증가가 만들어 낸 '분식 통계'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은 22.9%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정부가 일자리에 역대 최대의 예산을 투입한 결과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발표한 경자년 신년사 중 일부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명 증가해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5일 발표된 통계청의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취업자 수는 394만5000명으로 전년대비 4만1000명 증가했다. 고용률 측면에서도 전년 대비 0.8%p 상승한 43.5%다. 이는 2006년 이후 13년 만에 나온 최고치다.

 

이와 함께 청년 실업률 역시 8.9%로 2013년 이후 최근 6년 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수치들만 보면 청년 고용 상황은 문 대통령의 희망 메시지처럼 확실히 개선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증가 발표는 일종의 '분식 통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년층이 직면한 현실의 맨얼굴은 '확장실업률'을 따져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확장실업률이란 근로시간이 주당 36시간 이하이면서 추가 취업을 원하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최근 구직활동을 안 했을 뿐 일자리를 원하는 ‘잠재구직자’ 등 넓은 의미의 실업자를 반영한 수치다. 즉, 기존의 실업률 통계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주 1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구분하는 반면 확장실업률은 단시간 업무 중인 취업준비생을 '실업자'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은 22.9%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청년실업률보다 3배 가까이 높다.

 

확장실업률 증가 원인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전일제 환산 고용률(FTE)'에서 확인 가능하다. FTE란 국가별로 근로시간과 시간제 비중 등이 서로 다른 상황을 감안하기 위한 보조지표다. FTE는 고용률과 주당 실근로시간의 곱으로 계산된다. 고용률이 높아도 주당 실근로시간이 줄어들면 FTE는 하락한다.

 

우리나라 FTE는 2017년 72.3에서 지난해 69.3으로 하락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FTE 하락은 근로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 정책의 효과, 여성,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 영향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고용률의 증가폭보다 주당실근로시간의 감소폭이 더 크기 때문에 FTE가 하락한 것이다.

 

초단기 일자리가 취업자 수 증가 견인

그러나 단시간 일자리 급증이 주당실근로시간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더 중요한 대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에 주당 1시간~17시간 일하는 '초단기' 일자리가 작년 대비 30만1000명이 증가했다. 이는 36시간 이상 일자리(10만5000명)의 3배 가량이다. 단시간 일자리 증가가 FTE 하락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수치들이 고용률이 개선됐음에도 청년들이 체감 못하는 이유를 대변한다. 주당 36시간 미만인 시간제 근로자들은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주에 더 많은 시간 일하기를 원하셨습니까' 질문에 "현재 하는 일의 시간을 늘리고 싶다", "현재 하는 일 외에 다른 일도 하고 싶다", "더 많은 시간 일하는 직장으로 옮길 생각이 있다" 등을 꼽았다. 청년들은 초단기 일자리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 증대를 원하고 있다.

 

정부 일자리 예산, 노인층 '사랑'하고 청년층은 '외면'

 

문 대통령, 2년 전 발언 실천해야 떠나간 청춘들 돌아와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정부의 직접 일자리 본예산 중 노인 일자리 사업 비용은 2018년 6300억원, 2019년 8220억원, 올해 1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3년 새 두 배 가까이(90.5%) 증가해 직접일자리 예산 중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지원사업(2000억원), 장애인 일자리 지원사업(1400억원)을 합한 것보다 3배 이상 많다. 자연스레 청년 일자리 예산 비중은 감소했다.

 

정부는 단시간 일자리를 통한 노인 예산 증대는 고령화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노년층 표를 위함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 비판을 받아들여 청년층 일자리 관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최우선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지금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한 세대를 잃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보성향인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 청년층의 지지율은 대단히 낮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일자리 기근이 가장 큰 원인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2년 전 발언을 실천해야 떠나간 청춘들의 마음을 돌려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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