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게임 체인처' 메리츠화재 김용범 대표의 역발상, 일자리와 실적 모두 잡다
'게임 체인처' 메리츠화재 김용범의 역발상
김용범 대표, 4차산업혁명시대의 추세 거스르는 '게임 체인저' 선택
지난해 전속설계사 1만명 이상 채용해 업계 1위
손해보험업계 전체 전속설계사 수는 감소 추세
[뉴스투데이=이영민 기자] 인공지능(AI)의 금융업계 진출이 활성화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 보험업계에서 공인된 게임의 룰 중의 하나가 보험설계사의 감축이다. AI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자연스럽게 설계사는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지난 해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이 보여준 극악의 손해율과 국제적 초저금리 이슈 등으로 인해 유래 없는 불황에 직면하면서 국내 대형보험사들은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힘쓸는 전략을 폈다. 설계사는 당연히 줄이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 김용범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게임 체인저'의 길을 선택했다. 지난해 한해에만 1만명이 넘는 전속설계사를 고용해 국내 보험사중 전속설계사 수 1위에 올랐으며 실적에서도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면서 오랫동안 장기인보험 1위자리를 지켰던 삼성화재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보험업계에서 설계사가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국내 보험사들은 디지털 다변화를 외치며 판매채널 다각화에 힘쓰고 있고 실제로 인터넷 다이렉트 채널이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큰 발전을 보였다.
인터넷에 익숙한 밀레니얼세대는 설계사와 대면해 보험에 가입하는 대면채널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직접 약관을 검토하며 가입하는 인터넷 다이렉트 채널을 선호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인슈어테크 핵심기술인 AI기술이 발달하면서 AI상담 봇이 실제 인터넷 다이렉트 상담에 이용되고 있다. AI설계사가 등장해 제품에 대한 양방향소통이 가능해 진다면 설계사들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 질 것이라 예상된다.
실제로 손해보험업계 전속 설계사 수는 2013년 9만 5900명에 달했으나 2018년에는 8만 1535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있다.
파격적 인센티브로 신입·경력설계사 끌어들여
불완전한 AI기술보다현장과 사람을 선택
하지만 메리츠화재 김용범 부회장의 전략은 달랐다. 인슈어테크 기반기술의 발달과 판매채널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결국 판매현장과 능력 있는 설계사 영입과 양성을 통해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장기인보험을 판매하는 설계사에게 1100%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능력이 검증된 타사 경력설계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인재를 끌어모으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결국 김 부회장은 아직 불완전한 기술발전에 기댄 사업비 감소 효과보다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유능한 설계사에 투자하면서 실적증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된다.
더불어 손해율이 높은 사업인 자동차보험시장에서 점유율을 2014년도 5.2%에서 2019년도 4%까지 낮추고 수익률이 높은 장기인보험 사업에 집중하면서 현장과 사람중심 발전에 힘썼다.
파격적 성과급을 앞세워 경력설계사들을 영입하며 삼성화재와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작년 한해에만 1만명이 넘는 설계사를 채용하며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전속설계사수를 뛰어넘었다.
서울의 한 보험설계사 A씨는 “메리츠화재의 수수료 지급은 업계 최고수준이다. 실적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설계사들 입장에서 이직을 고려하는 동료들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19년 8월 기준 메리츠화재의 전속 설계사 수는 2만1480명으로 1만8540명의 삼성화재, 1만 5177명의 DB손해보험, 1만 1294명의 현대해상보다 월등히 많은 설계사를 보유했다.
메리츠 화재의 업계 순위는 실적으로 따지면 5위이지만, 설계사 수로는 단연 1위가 됐다.
이런 공격적인 영입은 올해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2020년 사내 신년사를 통해 확장된 사업을 기반으로 내실을 다져 2022년까지 손해보험업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포부를 내비쳤다.
실제로 2018년대비 2019년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기업은 메리츠화재뿐이다. 메리츠화재는 2018년 2347억원에서 2019년 20.1%증가한 2821억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지난 해 주요 보험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 상승 곡선 그려
불완전 판매 비율은 업계 평균치, 업계의 우려는 일단 '기우'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1100%의 성과급이 주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업비 지출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 B씨는 “메리츠의 공격적인 행보가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며 “능력있는 경력설계사 입장에선 상품을 판매할 때 더 많은 인센티브를 보장받기 때문에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고객이 부담해야하는 사업비 지출이 커질 것”이라 강조했다.
김용범 부회장식 경영전략은 매출과 점유율 부분에서 큰 성과를 이룰 수는 있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사업비 지출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다가 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단기간에 많은 인력을 충원하면서 신입 설계사 중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설계사들이 상품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업무 부담이 과중되는 경우에 불완전 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 C씨는 “2019년 상반기 기준 메리츠화재의 불완전판매비율은 0.06%로 업계 평균수준이지만 장기계약중심 판매 성장을 이뤘다. 상황에 따라 보험금 청구가 쇄도한다면 큰 부담으로 작용 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해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등 주요 손보사들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메리츠화제만 상승곡선을 그렸다. 메리츠화재 순이익은 2018년 2347억원에서 2019년 2821억원으로 5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순이익이 증가한 만큼 전속 설계사를 대거 충원하는 '역발상' 전략이 부작용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기우'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 D씨는 "본격적인 리쿠르팅을 실시한 이후 실적이 상당히 좋아졌다. 500만원 이상 고소득을 올리는 설계사분들도 많아지면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분이좋다."며 "새로 들어온 신입설계사분들도 경험많은 설계사분들에게 영업을 배우며 커나가고있으니 메리츠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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