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전자, SK 등 주요 대기업 '사외이사 의장' 체제 대세, 투명경영이 재계 화두

정승원 기자 입력 : 2020.02.22 07:11 ㅣ 수정 : 2020.02.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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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 경영'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커짐에 따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총수나 사내 전문경영인 출신이 맡았던 이사회 의장직에 외부 인사를 기용하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21일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제공=연합뉴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사상 처음 '사외이사' 선임

 

재계 빅3는 외부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기용?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요구 적극 반영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삼성전자 이사회가 사상 처음으로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맡겼다. 21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이사회 신임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계 빅3기업이 모두 이사회 의장으로 외부인사를 기용하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투명경영'이라는 시대적 요구 앞에서 '사외이사 의장 체제'가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상정 안건 결정 △이사회 소집해 회의 진행 △이사들 사이 조정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기존에는 그룹 주요 인사들이 의장직을 맡아왔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재계에서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이유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나누는 '분리 경영'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 최태원 SK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고, 사외이사인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후임 의장으로 취임했다. 현대차도 다음 달 19일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회가 구성되면 새의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으로 법정구속된 이상훈 의장이 물러난 자리에 사외이사인 박 전 장관을 기용했다. 이는 앞으로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힘쓰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실린 인사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데 이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 주요 대기업 이사회 전·현직 의장 [표=뉴스투데이 김태진 기자]

▶삼성전자 박재완 의장, 경영 투명성 강화가 과제

 

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때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고 2016년 3월부터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12월 이상훈 전 의장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으로 구속돼 선임일이 가장 빠른 박 전 장관이 의장직을 대행해왔다.

 

박 전 장관은 현재 이사회 내 거버넌스위원장과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거버넌스위원회와 감사위원회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경영사항 심의, 주주소통 강화, 회사 업무 감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또한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박 전 장관은 2018년 기준 7억7800만 원의 기본 급여를 받았던 이상훈 전 의장과는 달리 사외이사인 만큼 연봉보다는 사회적 역할이 중시되는 직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 염재호 의장, 사회적 가치 창출 주도 역할

 

지난해 SK는 사외이사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을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기존 의장이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표이사직만 맡게 됐다. 이는 '견제와 균형' 원리 작동을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SK의 취지에 따른 결과다.

 

SK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기업 경영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이 염 의장이다"며 선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염 의장은 진보적이고 사회적 흐름 판단이 탁월해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평가받는다.

 

염 의장은 지난해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해 사회적 가치 질문에 대해 "과거 기업은 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 재단을 만들거나 세금으로 가치를 창출했다"며 "그러나 현재는 사회적 가치 추구활동을 사업과 연계하면 이익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현대차 정몽구 의장 물러난 자리에 누구?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9일 21년 만에 현대자동차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새로운 이사회 의장을 선출하는 다음달 현대차 주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 또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대표이사만 유지하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주주친화경영을 위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중요시 여겨왔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이사회의 전문성, 다양성, 투명성을 강화한 이사회 중심의 경영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2일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며 "전자투표제 도입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주주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원태 한진칼 이사회 의장, 대표직만 수행할 가능성 커

 

한진그룹 역시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직을 분리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이사회 의장이었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표이사직만 유지하고,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진칼은 앞서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회사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주주권익 보호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신임 의장직에 사외이사가 선출해 역할 확대와 중립성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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