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예금금리를 인하하면서 예금금리가 1%초반대까지 떨어지면서 ‘제로(0%)금리’ 시대 도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함에 따라 예금금리의 추가 인하가능성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과 물가상승률, 코로나19의 여파에 따라 추후 인하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27일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NH농협은행 등 시중 은행들이 수신상품의 금리를 이미 내렸거나 곧 인하한다.
NH농협은행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하자 두달 뒤인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큰만족실세예금’ 금리를 1.35%에서 1.10%로 0.25%포인트(p) 낮췄다. 뒤이어 KB국민은행이 이달 초 ‘KB국민UP 정기예금’의 상품 금리를 연 1.35∼1.5%에서 연 1.1∼1.3%로 최대 0.25%p 하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위비정기예금’의 금리를 인하했다. 연 1.4%에서 1.1%로 0.3%p 내렸으며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뒤이어 IBK기업은행은 지난 21일 ‘IBK플러스저축예금’의 금리를 연 0.1∼0.9%에서 0.1∼0.7%로 최대 0.2%p 인하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다음달 21일 ‘신한 주거래 미래설계 통장’과 ‘신한 주거래 S20 통장’의 금리를 연 최고 1.5%에서 0.25%p 낮춘 1.25%로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소비투자 위축, 예적금 공급 과다…예금금리 인하로 이어져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예금금리를 인하하는 데는 구조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에 유동자금이 충분해졌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유자금의 공급에 비해 소비 여력이 뒷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의 가계는 새로운 소비는 물론 소비력 자체가 약화돼 있다”고 설명하며 “기업은 불안 심리로 인해 신규투자나 재투자를 하지 않고 있으며 외부 자금을 최대한 줄이고 사내 가용 자금을 활용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있는 구조 속에서 예·적금 공급 자금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은행 역시 시장 원리에 따라 수신 금리를 하향 조정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27일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예금금리를 인하한 측면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 A 씨는 “이는 금리인하 여부가 결정된 후, 추가적으로 예금금리를 내리면 생길 수 있는 반발에 대해 미리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업계 관계자 B 씨는 “은행들이 1월 정부의 예대율 규제를 가까스로 모면한 것과 연초 저축은행들과의 오픈뱅킹 금리 경쟁이 사그라든 것이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 인하 결정에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시중은행의 잇따른 수신 금리 인하가 결국 ‘제로금리’ 상황을 불러오는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일부 공감을 표했다. 향후 4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어느 정도 반등할 여지가 있으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A씨는 “적정 인플레이션과 적정 금리가 유지돼야 경기가 활력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투자 심리가 활성화돼야 사람들이 대출을 받을 것이고, 생산성 제고를 위해 자금을 사용해야 저금리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투자자들의 반발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마련돼 있는 여유자금도 쓰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소비·투자의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선 예적금 상품 이용률도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따라서 시중은행의 금리인하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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