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감소, 감염 공포에 꼭꼭 숨었던 불체자들 출국러시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정부의 지속적인 감시와 추적에도 꼭꼭 숨어지내던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대거 한국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경기불황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데다, 감염시 불법체류자란 이유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알아서 자기나라로의 귀국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기준 총 241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불법체류자는 전체 외국인의 15%인 36만600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적별로는 태국이 14만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7만명), 베트남(5만1000명), 몽골(1만7500명), 필리핀(1만3000명), 러시아(1만1200명), 카자흐스탄(1만명), 인도네시아(8200명), 우즈베키스탄(6500명), 캄보디아(6300명) 등의 순이다.
특히 태국은 불체자 수도 많지만 총 체류자(20만명) 대비 불체율이 69.9%로, 중국(불체율 6.5%)이나 베트남(불체율 23.2%) 등에 비해 불체비율이 현저하게 높은 국가로 꼽힌다.
태국 현지에서는 한국에 있는 태국 불체자 중 약 1만명 정도가 이미 한국출입국관리 사무소를 통해 자진귀국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전체 불체자 수를 고려하면 최대 10만명 이상의 불체자들이 한국을 떠나 자국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들의 귀국시 방역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국내 총 7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중국인 불체자들도 자진해서 귀국길에 오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비자 입국 탓에 불체자들이 많이 몰려있는 제주도에서는 하루평균 200명 정도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 자진출국 신청을 하고 있다.
올들어 1월말까지 제주도내 전체 중국인 불체자 자진출국 신청자가 230명 정도에 불과했는데 하루 200명씩 늘어난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인을 비롯해 제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기자 일감을 찾지 못한 불체자들이 앞다퉈 중국으로 출국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에 1만명가량의 불법체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돌아가고 싶어도 한국발 외국인 승객에 대한 입국규제 강화로 직항편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항공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공교롭게도 한국내 불체자들이 많은 국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앞다퉈 한국노선을 중단하거나 단축하는 등 한국발 승객에 대한 빗장을 걸어잠궜다.
베트남, 몽골, 필리핀 등은 한국발 승객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고 태국, 중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은 입국절차를 대폭 강화하면서 항공편도 줄줄이 운항이 중단되거나 축소운항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몽골과 베트남은 아예 한국노선을 잠정 중단했으며 중국,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도 노선을 중단하거나 운항편이 대거 축소돼 돌아가고 싶어도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인 불체자가 많은 제주의 경우 중국을 잇는 직항편은 현재 춘추항공사가 유일하다.
불체자들의 자진귀국을 독려하기 위해 법무부는 지난해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출입국사무소에 자진신고하면 벌금을 물리지 않고 재입국 금지 블랙리스트에도 올리지 않기로 했음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골머리를 앓던 불체자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