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⑤ 방사청의 국산화율 산정방식 개선 주목, 그레샴의 법칙 없어져야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위사업청이 올해 상반기 중 부품국산화율 산정방식 개선을 필두로 무기체계 기술 국산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그동안 수입부품 조립업체에게 유리한 훈령 조항 때문에 기술을 직접 개발한 제조업체가 혜택은커녕 오히려 불이익을 보는 상황이 만연돼 왔다.
이번 논의의 시발점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 국방위원장이 주최하고 한국방위산업학회가 주관한 ‘부품국산화 발전방안’ 세미나이다. 이 세미나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국산화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데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67%인 무기체계 국산화율을 2022년까지 75%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2개월 전에 밝혀서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의 첫째 쟁점은 현행 부품국산화율 산정방식이 기술 개발과 무관하게 업체의 투입원가 비중으로 국산화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로 인해 업체가 기술 개발을 통해 자체 제조한 부품이 아니더라도 국내외 구매를 통한 단순 조립 위주로 부품을 만들어 원가기준만 충족하면 국산화율이 부풀려질 수 있는 ‘꼼수’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둘째 쟁점은 기술을 개발해 제조한 업체나 조립 위주로 만든 업체나 부품국산화 성공 판정을 받으면 5년간 수의계약을 똑같이 보장 받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업체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원천기술 개발 없이 꼼수로 성공 판정을 받은 부품도 국내 개발된 것으로 간주돼 기술국산화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조립비용 국산화 포함, 국산화율 왜곡하고 기술개발 의지 퇴색시켜
기술개발 없이 국산화 이루어질 개연성 줄이는 방안 강구해야
이 분야를 오래 연구해온 한 전문가는 “2001년 만든 부품국산화율 산정방식이 계속 변화하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2010년부터 조립비용(현재 통합비용으로 용어 변경)이 국산화 노력 범주에 포함됐는데, 인건비 위주로 과다 산정될 개연성이 높아 국산화율을 왜곡하고 기술개발 의지를 퇴색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중견업체 임원은 “5년간 수의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경쟁 조달로 전환되는데, 이 때 기술 개발을 통해 자체 제조한 업체와 외국산 짝퉁 부품을 수입해 조립한 업체 간 저가 입찰 경쟁이 벌어져 수준미달 부품이 선정돼 납품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실제로 유사한 상황이 간혹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전문가는 “기술개발 역량에 주안점을 둔 개발업체 선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국산화 성공 판정을 받아도 자체제조율을 별도로 산정해 그 비율에 따라 수의계약 혜택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경쟁조달 상황에서는 입찰 참여업체의 기술 수준을 확인해 기술 개발 없이 국산화가 이루어질 개연성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방위산업학회는 그동안 부품국산화 제도를 연구해왔고, 이번 세미나에 이어 전문가 토의 등을 거쳐 기존의 부품국산화 추진방식이 갖고 있는 근원적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마련해 지난 1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했다. 국회로부터 이 내용을 전달 받은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관련 전문가들과 부품국산화율 산정방식 개선 토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국산화율 산정방식 정하고 자체제조율 높은 업체 우대 필요
해외에 원천기술 의존한 국내부품의 재개발 국산화도 검토돼야
당시 토의 참석자들은 통합비용을 국산화율에 포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업체가 개발에 투입한 비용(재료비, 노무비, 설계비 등) 위주로 국산화율을 산정하되 원가항목을 토대로 손쉽게 산출할 수 있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는 별개로 자체제조율이 높은 업체를 우대하는 제도 신설도 방위사업청이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산화율 산정방식 개선과 자체제조율이 높은 업체를 우대하는 제도 개선은 올해 이루어질 전망이다. 한 전문가는 “수의계약 종료 후에도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었던 업체를 계속 우대하고 해외업체에 원천기술을 의존한 국내부품의 재개발 국산화도 이번 기회에 검토돼야 기술국산화를 통한 국방부품산업 육성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회와 정부 모두 부품국산화에 관심이 지대하다. 이제는 ‘무늬만 국산화’란 인식을 불식시키고 기술 독립이란 관점에서 지금까지 시행돼온 생산국산화 방식을 기술국산화 방식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품국산화율 산정방식 개선과 함께 국회 국방위원회가 제시한 다양한 해법을 정부가 검토해 제도에 적극 반영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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