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패러다임 전환]⑤ 세계 최강의 수소차 기술은 美 정부도 인정…핵심 소재는 日 업체 독점

이원갑 입력 : 2020.03.17 07:13 ㅣ 수정 : 2020.03.18 11:34

美 에너지부, 현대차와 MOU 맺고 "수소 기술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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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 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오른쪽)이 2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청사에서 마크 메제네스 미국 에너지부 차관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지난달 10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는 미국 에너지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실증데이터 수집용 '수소 연료전지차량(FCEV)'을 공급하고 관련 인력 개발 프로그램에 수소 기술을 전수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 2009년 중단했던 수소차 사업을 10년 만에 재개하면서 현대차를 ‘수소 선생님’으로 낙점한 셈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크 메제네스 미국 에너지부 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수소연료전지 기술 대중화에 적극적이며 미국 에너지부가 수소의 미래 잠재력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어 이번 협력의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주지사들을 만나 직접 수소 기술을 홍보하기도 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 불황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 회사의 신사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2018년 발표한 ‘FCEV 비전 2030’에서 오는 2030년까지 수소차 부문에 7조 6000억원을, 지난해 ‘2025 전략’에서는 오는 2025년까지 전동화 사업에 9조 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표=뉴스투데이 이원갑]

 

▶시장 현주소◀ 수소차 ‘넥쏘’ 판매량 3.8배 늘어나

 

글로벌 수소차 시장규모, 8년간 14배 성장할 듯

지난 12일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글로벌 FCEV 시장규모가 2026년에 67억 3140만달러(한화 약 8조원) 규모로 지난 2018년 4억 4670만달러(한화 약 5471억원) 대비 연평균 29.7%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시기 전동화 시장 전체는 533억 달러(한화 약 65조원)로 2018년 279억 달러(한화 약 34조원) 대비 연평균 8.5% 성장이 전망됐다.

현대차가 수소차 초기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이 계획은 지난해보다 급격히 진척되고 있다. 지난 2월까지 최근 12개월간 현대차 수소 SUV ‘넥쏘’ 판매량은 내수와 수출을 모두 합쳐 5483대로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의 1142대보다 380.12%(4341대) 늘었다. 넥쏘의 항속거리는 609km, 출력은 최대 113kW다.

또 스위스로 수출될 예정인 수소트럭 ‘넵튠’은 지난 1월 시범운행 차량이 처음 건너갔다. 지난해 12월 10대 판매를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총 1600대를 판다는 계획이다. 넵튠은 기존 15톤 트럭 ‘엑시언트’를 기반으로 제작된 차량으로 항속거리는 400km, 최대출력은 190kW다.

 

현대자동차 수소 연료전지 SUV '넥쏘'와 모델로 기용된 방탄소년단(BTS)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강점◀ 수소차 심장 ‘연료전지’ 자체 개발…부품도 국산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전기차는 금년부터 차량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 협력을 통해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수소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강점은 미국 정부가 인정한 부품 제조 기술력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이처럼 언급한 부분이 경영자로서의 수사적 표현이기보다는 ‘팩트’에 가까운 셈이다. 특히 수소차의 동력장치이자 차량 내에서 가장 비싼 부품인 ‘연료전지 본체(스택)’를 국내외 기업들의 원천기술을 활용해 자체 개발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임원 인사에서는 전무로 승진한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은 “수소차 부품의 국산화는  몇 개 빼고 다 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해 1월 정부 자료 기준 수소차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은 부품수 기준 99%를 달성했다.

◀약점▶ ‘일본산 소재’ 없으면 ‘국산 부품’ 못 만들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일본 '도레이'가 탄소섬유 공급

문제는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이들 ‘국산 부품’을 만들기 위한 소재가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독자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도 핵심 소재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건다면 지난해 6월 ‘화이트리스트’ 도발 때의 반도체처럼 수소차는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지난해 1월 정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수소차 가격에서 연료전지 스택은 40%, 연료탱크는 2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들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탄소섬유를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 중 하나는 전기를 발생시키는 데 쓰이는 ‘막-전극 접합체(MEA)’로 수소연료가 공기와 한번에 닿지 않도록 가둬놓는 탄소섬유 분리막과 연료를 조금씩 공급하는 전극으로 이뤄진다. 연료탱크는 높은 압력을 견디기 위해 탄소섬유를 통째로 쓴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66%를 점유하고 있고 현대차가 사용하고 있는 일본의 도레이첨단소재는 지난 2013년부터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이 분야에서 일본을 추격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2%(1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효성첨단소재다. 

◆정부의 정책적 과제 = 수소차 ‘소재 독립’ 생태계 조성해야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에 요구되는 움직임은 현대차가 해외 기업에 목덜미를 잡히지 않도록 국내 소재-부품 기업을 육성하고 이를 가능케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공 수소차 수요를 만들어 초기 시장에 ‘마중물’을 붓는 일이다.

지난달 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장자립형 3세대 xEV 산업육성사업’을 공고했다. 친환경차 관련 기술을 산학 연계를 통해 확보하고 개발에 참여한 기업에 기술을 공급하는 계획이다. 오는 2025년까지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3856억원이고 수소연료전지 핵심부품 기술과 가격저감기술, 수소충전기술 등이 개발 대상 목록에 포함됐다.

앞서 지난해 1월 로드맵에서는 공공수요 창출 차원에서 수소택시 보급을 위한 실증사업에 대당 3700만원의 보조금을 책정하고 오는 2022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에 수소버스 2000대를 도입하고 경찰버스를 수소버스로 교체하는 사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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