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談] 휴대폰 판매점 괴롭히는 갤럭시 S10과 S20의 상반된 몸값

이원갑 입력 : 2020.03.18 06:07 ㅣ 수정 : 2020.03.19 02:05

유통구조 가장 아래인 판매점주 A씨의 하소연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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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새로운 휴대전화 단말기가 출시되면 이전 세대 단말기는 ‘재고’ 취급을 받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옛 단말기는 피하고 새 단말기는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는 유통업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유통망의 서열구조에서 몇 단계에 자리잡고 있든지간에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갑’과 ‘을’의 관계는 여전히 작용하고 있었다.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을 감시하는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6일 일부 유통점들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 행태를 문제삼았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5G 단말기 갤럭시 S20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구형’이 된 갤럭시 S10 단말기에 비공시 보조금을 얹어 공짜폰으로 팔았다는 얘기다.

 

17일 서울의 한 휴대전화 유통점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S20 단말기 홍보 패널을 비치한 모습 [사진=뉴스투데이 이원갑]

 

■ 휴대폰 판매점주 A씨, "S20 물량 부족한 건 코로나19 아닌 유통구조 때문"

 

지난 16일 방통위는 이같이 밝히면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불법(비공시) 보조금 지급 정황과 관련해 구두 경고를 보냈다. 보조금은 제조사 삼성전자에서 시작해 각 통신사 보조금이 더해져 유통망으로 살포되기 때문이다. 이통 3사는 재고 소진을 위해 갤럭시 S10 5G 256GB 모델 출고가를 24만 9700원 내린 99만 8800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

 

이처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재고 밀어내기’ 작업과는 정반대로 단말기 판매점의 매출 증가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최신 단말기는 오히려 수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아 대조를 보이고 있다. 기존에 있는 단말을 먼저 소모하는 만큼 새로운 단말기를 받아올 수 있어 싸게 넘겨받은 S10을 마냥 쌓아놓은 채 S20 판매에만 매진할 수도 없다.

 

경기도 모처의 번화가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 경영주 A씨는 “첫번째로 물건 수급이 잘 안 된다. 코로나 핑계로 휴대전화 단말기가 잘 안 들어온다. 그걸 원활하게 공급해줘야 한다”라며 “얼마전에 갤럭시 S20이 나왔다. 그런데 공급해주는 도매 대리점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이렇게 일단 말은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 판매점에 가면 울트라를 가급적 판매를 안 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시내 한 이통사 공식대리점 관계자는 갤럭시 S20 울트라 모델의 물량 상황을 묻자 “갤럭시 S20 울트라는 물량이 많이 없지만 저희 매장에서 소량으로는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한 이통사 관계자는 “저번 달에 보도가 나왔던 것처럼 제조사 쪽에서 생산에 차질이 좀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S20이 울트라가 있고 플러스가 있고 그냥 S20이 있는데 모두 물량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 갑을관계, '제조사-이통사-이통사 직영 대리점-도소매 대리점-판매점'의 유통구조 지배

 

현장의 목소리는 이통사의 답변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A씨는 “이게 코로나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그랬었다”라고 말했다. 제조사에서 이통사로, 이통사에서 대리점으로, 다시 대리점에서 판매점으로 내려가는 단말기 유통 구조 자체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내에서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망은 단말기 물량이 흘러 가는 순서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제조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 △이통사와 계약을 맺어 물량을 공급받는 도매 대리점 또는 이통사 직영 '대리점' △이들 대리점에 소속된 소매 대리점 또는 도매 대리점으로부터 기기를 떼어다 파는 '판매점'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판매점'에 속하는 A씨는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받으면 우리 같은 판매점이나 소매대리점에 다 뿌린다.그러면 거기서 서로 공유를 한다. 빨리 파는 쪽이 신제품도 빨리 팔 수 있는 것”이라며 “도매 대리점에서 만약에 100대를 배정받았다면 그걸 다 팔아야 또 배정을 받을 수 있어 빨리 소진시켜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말기가) 필요한데 없으면 있는 판매점이나 소매대리점에서 퀵(서비스)으로 받는다”라고 덧붙였다.

 

■ 안 그래도 매출 안 나오는데…코로나19 공포에 '유령도시' 돼 이중고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판매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단골’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어 다른 판매점보다는 사업 상황이 나은 편인 A씨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제법 다르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 가게는 이런 것들에 대한 이슈 타격이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 메르스 때도 그랬고. 그런 것 때문에 뭔가 위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유일하게 타격이 좀 있다. 밖에 손님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출 상황과 관련해서는 “사실 많이 줄긴 했는데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정도는 된다. 솔직히 저번달까지는 엄청 줄지는 않았고 한 30%정도 줄었다”라며 “이번 달하고 다음 달에는 엄청 줄어들 것 같아 대략 4~50%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코로나 사태가 지속될 경우 벌어질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 같은 경우에는 계속 판매가 있지만 이렇게 길어지면 작은 업체들은 문을 닫게 된다”라며 “또 월세가 많이 나가는 이런 데도 버티기 힘들 것. 대형 상권에 있는 곳이 오히려 더 많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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