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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역할 다양한 조대식 의장은 누구? SK 최태원 회장식 '집단지성'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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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입력 : 2020.03.23 07:27 ㅣ 수정 : 2020.03.23 18:42

4개 계열사 이사로 활동, 집단지성 '좌장' 역할 하려면 다양한 계열사 현황 파악해야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SK그룹이 20일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주주총회가 본격화되면서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다룬다. 이 때 첫 이름을 올리는 사내이사도 있지만 여러 이사회에서 활동중인 인물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성현 SK재무부문장(CFO) 등이 있다. 

 

그 중 조대식 의장이 가장 많은 계열사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이는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경영방식과 직결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핵심계열사간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공통된 방향을 도출해내는 경영전략을 취해왔다. 총수 개인이 아니라 일종의 '집단지성'이 SK그룹을 움직여나가도록 한 셈이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해 5월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소셜밸류 커넥트 2019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조대식 의장은 그러한 시스템의 중심인물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좌장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다양한 계열사의 현안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조 의장이 다양한 계열사에서 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필수사항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조 의장은 △SK 사내이사 △SK텔레콤 기타비상무이사 △SK네트웍스 기타비상무이사 △SK실트론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 총 4곳의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3년 조 의장은 SK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뒤 현재까지 사내이사직을 유지 중이다.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SK텔레콤 기타비상무이사는 2017년 3월 선임돼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안건이 다뤄진다. SK네트웍스 기타비상무이사는 2016년 3월 처음으로 선임되었으며 2019년 재선임됐다. 2022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SK실트론 이사회도 2017년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으며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독립된 '협의기구', 최종 결정은 계열사가 수행

 

즉,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최고 협의·조정기구이다. 조 의장은 전략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분야별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기업의 최고수준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따로 또 같이’ 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2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의사결정을 하는 곳은 아니다"며 "전반적인 그룹 운영 방안에 대해서 각 분야별 CEO들이 모여 논의하는 협의체 기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협의회 회의가 최종적으로 안건을 결정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는 아니고 같이 의논하기 위함이다"며 "안건에 대한 결정은 해당 관계사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최태원 회장의 의견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은 협의회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지분, 권한, 역할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협의회 회의에서 나온 안건 중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보고할 뿐이다"고 말했다. 즉,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 회장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고 위원장들이 한 데 모여 '집단지성'을 발휘하며 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논의하는 자리인 것이다.

 

이를 총괄하는 사람이 바로 조 의장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총 7개의 위원회, 21명의 구성원을 두고 있으며 주요 CEO들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의장과 위원장들은 한 달에 한 번 SK서린빌딩에서 회의를 가진다. 이 때 조 의장은 제시된 안건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도출한다. 그 이후 조 의장은 중요 안건에 대해 최 회장과 내용을 공유하면서 조율한다. 즉, 조 의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전반적인 논의과정부터 최 회장과의 소통까지 담당하는 집단지성의 리더로 볼 수 있다.

 

조 의장 보수는 최 회장보다 많아

 

SK의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 의장은 급여 11억5000만원, 상여금 23억5000만원으로 총 3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최 회장의 보수 3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는 조 의장의 상여금이 최 회장의 상여금(1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데 따른 결과이다.

 

그룹 내 최고 수준의 상여금은 조 의장의 집단지성 리더 역할에 대한 공로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조 의장은 2018년 12월6일 SK그룹 2019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만장일치로 연임이 결정됐다. 2017년 조 의장 선출을 만장일치로 찬성한 데 이어 연속 만장일치다.  조 의장의 임기는 2020년까지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경력[표=뉴스투데이]
    

■ 고대 졸업 후 삼성물산 들어가, SK 입사 6년 후 사장으로 승진

 

조 의장은 최 회장과 1960년생으로 동갑이자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동기동창으로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인물이다. 하지만 조 의장의 첫 직장은 SK그룹이 아닌 삼성물산이었다. 그는 영상사업부 관리부서로 입사해 재무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다 2007년 SK그룹에 영입됐다. 당시 최 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조 의장 영입을 위해 직접 나섰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 의장은 삼성물산의 재무경험을 토대로 SK그룹에서도 재무 역량을 한껏 발휘했다. 재무담당 상무를 시작으로 △2010년 사업지원부문장 △2011년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 △2012년 재무팀장을 거쳐 2013년에 SK 사장으로 승진해 SK 공동대표를 맡았다. 경력임원으로 입사해서 지주회사 SK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뒤 현재까지도 사내이사직을 유지 중이다.

 

조 의장은 SK 사장으로 승진한 2013년에 SK China 이사회 의장과 SK텔레콤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2014년엔 최 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사임하자 SK의 단독대표가 됐다. 그 이후에도 그룹 내 입지를 넓혀 2015년 SK바이오팜 대표와 SKC 이사회 의장, 2016년 SK머티리얼즈·SK네트웍스의 각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여러 계열사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조 의장은 김창근 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시절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거친 후 2017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출됐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성과[표=뉴스투데이]
 

■ 재무·인수합병·기획·신성장 발굴에서 능력 발휘한 재무전문가, '형식'보다 '실용' 중시

 

그러나 조 의장의 승진을 최 회장과의 인연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조 의장이 2013년 SK 대표이사가 된 후 이뤄낸 실적 때문이다. 그는 SK그룹의 체제 및 경쟁력 확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내 재무 전문가로 불리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인수합병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조 의장은 2015년 8월1일 지주회사 SK와 IT 자회사인 SK C&C 합병을 지휘하면서 현 지배구조를 완성시켰다. 당시 SK C&C 대표였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호흡을 맞추며 SK그룹의 지배구조를 완성해나갔다고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조 의장과 박 사장의 성공적인 합병 마무리가 최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게 된 시점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2016년 SK머티리얼즈 이사회 의장으로서 OCI가 보유한 SK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6억원에 인수했다. 반도체용 특수가스 생산업체인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SK하이닉스와의 호흡으로 SK의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갖췄다는 평가다. 실제로 SK머티리얼즈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2157억원으로, 전년 보다 17.9% 증가해 SK그룹에 활력을 넣어주고 있다.

인수합병 외에도 조 의장은 신성장 사업에도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조 의장은 2015년부터 2019년3월까지 SK바이오팜 사내이사로서 뇌전증(간질) 치료제 ‘엑스코프리’를 개발해 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안착시켰다. 이 치료제는 지난해 11월 판매허가를 받아 미국에서 직판을 앞두고 있는데 예상 연매출은 1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조 의장은 2017년 10월20일 경기도 이천 연구소에서 열린 CEO세미나에 참석해 “자산효율화, 시나리오 플래닝, 기업가치 더불-업, ‘따로 또 같이’, 사회적 기업과 같은 화두를 관통하는 핵심이 바로 공유인프라 구축을 통한 성장이다. 공유인프라를 활용해 현재의 SK를 강한 기업을 넘어 존경받는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형식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조 의장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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