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정의선의 현대차그룹 '공포' 뚫고 하이킥 선언, '성장의 봄'을 화두로 제안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적극 대응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할 경우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경영전략을 펴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23일 코로나19로 실시했던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임직원들이 유연근무제를 통해 출근하도록 조치했다.
미주, 유럽, 인도 등 주요 해외 공장들이 이달말까지 셧다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공장의 생산을 차질없이 수행함으로써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악화되자 근무형태 면에서 오히려 더 강력한 대응을 취한 것이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선택한 비상경영 체제는 '공포'에 움츠러드는 수세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대담한 공세적 태도를 담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 190억원 어치를 장내 매입한 것으로 공시됐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각각 6만원대와 13만대로 떨어진 상태이다. 한달여 전에는 각각 13만원과 23만원 대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주식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회사를 책임있게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의 매입이 현대차 등의 주가 하락을 당장 저지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재앙에 대한 선전포고와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시장을 지배하는 공포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을 이뤄내겠다는 다짐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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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인도 등 생산공장 이달말까지 셧다운 '충격'
특히 현대차는 해외 공장에서 연달아 조업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2만여 명의 현지 근로자들이 일손을 놓게 됐다. 최악의 경우 연간 해외 판매량의 절반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의 해외 생산기지 첫 확진자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나왔다. 근로자 1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공장 가동은 잠정 중단됐고 같은 그룹 계열사 기아자동차의 조지아 공장 역시 문을 닫았다.
지역에서 31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해 총 33만 5500대를 팔았고 쏘나타와 싼타페,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를 취급한다. 같은 해 27만 4000대를 판매한 조지아 공장은 3000여 명의 근로자가 쏘렌토와 옵티마, K5, 텔루라이드 등을 만든다.
현대차그룹의 유럽 생산기지 일부도 멈춰 섰다.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은 23일부터 2주간 문을 닫게 됐다. 현재 양국 모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돼 국경이 폐쇄되면서 유럽지역으로 수출 물량을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이들 공장을 여는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i30와 투싼을 만드는 체코 공장의 지난해 판매 대수는 30만 7418대, 근무자 수는 3248명이다. 씨드, 스포티지, 수출용 미니밴 ‘벤가’를 생산하는 슬로바키아 공장은 작년 한 해 34만 4000대를 팔았고 3800명의 근로자가 일한다.
인도 생산라인은 정부가 직접 운영을 중단시켰다. 인도 정부는 23일 첸나이, 뭄바이 등 코로나19 발생 지역에 해당하는 75개 도시의 사업장 운영을 전면 중단시키고 병원 등 필수시설만 문을 열게 했다. 이에 첸나이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은 문을 닫았고 아난타푸르에 있는 기아차 인도 공장은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이다.
8400명이 일하는 현대차의 첸나이 공장은 지난해 69만 1460대를 판매했고 생산 차종은 소형 SUV 베뉴, 역시 소형 SUV인 코나의 해외형 모델 ‘크레타’ 등을 비롯해 인도 내수-수출 도합 14종에 이른다.
■ 현대차그룹 '재택근무' 중단하고 국내공장 생산 등 박차...이원희 사장은 '성장의 봄' 제안
해외 공장들이 줄줄이 멈춰 서면서 현대차그룹의 해외 생산 능력은 반토막이 났다. 생산이 중단된 공장들의 지난해 연간 판매 대수를 모두 합치면 현대차가 133만 4378대, 기아차가 61만 8000대로 전체 해외 생산기지 판매량 중에서 각각 49.33, 49.57%를 차지한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23일 자율형 재택근무 조치를 전면 시행 26일 만에 대부분 축소하고 근무시간의 길이와 분포를 재량껏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임신부와 환자를 뺀 나머지 직원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출근하되 주 40시간의 근로시간만 각자 알아서 채우는 식이다.
이는 미주 등 해외공장의 위기를 국내와 중국 등에서 최대한 만회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23일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산업 위기 극복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국내 공장에서 특근 재개 등을 통해 팰리세이드, GV80 등 인기 차종의 생산량을 만회할 방침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팰리세이드와 베뉴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을 내세워 점유율을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현대차 이원희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전 세계는 공포와 불안으로 극심한 경제위기로 접어들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명 한명의 집중과 몰입이 간절하다"면서 "어느덧 찾아온 봄처럼 '위기극복' 그리고 이를 통한 현대차 '성장'이라는 봄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말미에 "'이 세상이 그렇게 빨리 망하진 않을 것 같다. 언 땅속에서 개나리 한 뿌리가 저렇게 찬란한 봄을 머금고 있었다니"라는 이시영 시인의 시 '조춘(早春)'을 덧붙였다. 공포에 떠는 대신에 희망을 품고 신발끈을 조여매는 게 현대차그룹의 비상경영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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