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카이스트 출신 알고리즘 전문가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수수료 인상 등 3가지 난제 풀어야

오세은 기자 입력 : 2020.03.31 06:11 ㅣ 수정 : 2020.04.01 09:57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사실상의 수수료 인상’은 민감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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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국내 배달앱 시장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새로운 사령탑인 김범준(45) 최고경영자(CEO)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26살에 카이스트(KAIST) 박사 과정을 수료한 과학영재일뿐만 아니라 38살에 대기업인 SK플래닛의 상무로 기용돼 사회적 성취 이력도 화려하다. 김봉진 전 대표가 2015년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스카우트했고, 5년만에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르게 됐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CEO로 김범준 CTO 겸 부사장을 선임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첩첩산중이다. 사실상 국내 배달앱 시장을 지배하게 됨에 따라 불거진 '독점논란 해소', '수수료 인상 문제', '적자 해소' 등 3가지 과제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해 우아한형제들과 독일 배달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기업결합 심사에 본격적으로 나선 공정위가 이번 인수합병(M&A)이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인지 여부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김 대표가 어떤 카드를 꺼내 대응할지가 주목된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치명적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인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사실상의 수수료 인상'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지난해 12월 17일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창업자인 김봉진 전 대표와 김범준 신임 대표(오른쪽)이 직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전형적인 이공계 영재 출신, 정치사회적 현안과 직결된 '독점 논란', '수수료 인상'등 해결 해야

 

김 신임 대표는 전형적인 '과학영재' 출신이다. 1993년에 서울과학영재고등학교를 졸업 한 뒤, 카이스트에 입학해 7년만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카이스트 학부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알고리즘으로 동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한 알고리즘 전문가이다.

 

김 대표는 2002년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티맥스소프트의 팀장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엔씨소프트를 거쳐서 2013년에 SK플래닛 상무로 발탁돼 대기업 현장에서 온라인 유통 현장에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 실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우아한형제들에 CTO로 입사했다. 그리고 입사 5년 만에 회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김 대표의 학력과 경력은 화려하다. 하지만 이제부터 풀어가야 할 과제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동안 해온 업무가 주로 시장을 주도하는 기술개발의 영역이었던데 비해, 향후 과제는 미묘한 정치사회적 현안과 직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독점 논란'과 '수수료 인상'은 이공계 영재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CEO로서 이들 현안의 해결방향을 총괄해야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표=뉴스투데이]
 

 

■ 배민 매각 시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배달앱 사실상 독점

 

지난해 12월 13일 우아한형제들은 DH에 회사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총액은 4조7500억원이다. DH는 국내 배달앱 2위인 요기요와 3위 배달통 등의 운영사다. 배민 인수 시 사실상 국내 배달앱 시장 1~3위를 점유하게 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2018년 보고서를 보면 배민이 시장점유율 55.7%로 1위다. 공정위가 금번 인수합병을 세밀하게 살피는 것도 이 때문이다.

 

DH가 배민을 인수하면 한 개 기업이 국내 배달앱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시스템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 그럴 경우 가맹점주와 소비자들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 5일 ‘2020년 업무계획’을 통해 배달 플랫폼 등 신산업 분야의 M&A에 대해서 동태적 효율성과 소비자 피해 방지 측면을 균형 있게 심사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현재 진행 중인 우아한형제들과 DH와의 인수합병이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아닌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힘센 한 개의 기업이 시장 독점을 심화할수록 경쟁이 제한되면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 사실상의 수수료 인상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걱정 해소 필요

 

김범준 대표는 인수합병 발표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 17일 “인수합병 이후에도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CTO였던 김 대표는 본사에서 진행된 전직원과의 ‘우수타’(우수한 수다 타임)에서 김봉진 전 대표와 함께 자리해 “딜리버리히어로와의 M&A로 인한 중개 수수료를 올리는 경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수료 인상을 언제까지 동결하겠다는 ‘기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김 대표가 말한 그대로”라면서 “수수료 인상은 인수합병 이후에도 계속해서 없을 것이라는 해석에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수수료 동결을 발표한 당시 김 대표는 수수료 동결과 더불어 다음 달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과금 체계를 이미 발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과금 체계는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오픈서비스’(중개 수수료 5.8%)다. 오픈서비스의 과금 체계 방식은 예컨대 1만원 음식 주문이 성사되면 가게 사장은 배민에 580원의 수수료를 내는 ‘성과형 과금’ 체계다.

오픈서비스는 ‘오픈리스트’의 중개 수수료 6.8%에서 1%포인트 낮춘 5.8% 수수료율이다. 31일 서비스가 만료되는 오픈리스트는 가맹점주의 상호 노출이 상단 3개로 제한된 서비스였다. 개편되는 오픈서비스는 최상단 3개 광고자리가 사라지고, 누구나 이 자리에 노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월 8만8000원을 지급하고 노출되는 기존 울트라콜 서비스는 3개 이상으로 길어진, 제한없는 오픈서비스 목록 하단으로 밀리게 된다. 매출과 직결되는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오픈서비스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셈이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오픈서비스 전환 시 수수료율이 급격하게 오른다고 주장한다. 정액제 울트라콜과 달리 정률제인 오픈서비스는 가맹점주가 음식을 팔수록 수수료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울트라콜로 깃발 3개(26만4000원)로 월 2000만원 수익을 얻은 가게는 개편 이후, 주문 완료된 건수마다 5.8%(VAT 별도)를 내게 돼 100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지불하게 된다. 이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오픈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글도 게시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공정위와 가맹점주들의 우려를 어떠한 자구책으로 해결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표=뉴스투데이]

■ 지난해 364억원 영업적자, 전년 대비 영업이익 889억원 손실…김 대표의 묘책은?

 

인수합병 마무리 후 김 대표는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영업이익도 원래 제자리로 돌려놓는 경영에 몰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액 5654억원 영업이익 364억원 적자를 냈다. 2018년 영업이익 525억과 비교해 88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와 마케팅 비용 증가, 라이더 프로모션 비용 등의 지출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적 발표 당시 김 대표는 “2019년은 국내 음식배달 시장의 성장에 기여하고, 그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기술 경쟁력과 경영 노하우를 축적한 한 해였다. 2020년은 건전한 성장 구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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