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 DH와의 인수합병 겨냥해 '승부수' 던지나
'수수료 인상 논란' 해결이 인수합병 전망과 무관치 않아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새로운 수수료 체계인 ‘오픈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여론과 정치권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배민 문화'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창의적인 기업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수수료 인상'을 단행했다는 게 비판의 포인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아한형제들과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간에 진행 중인 인수합병(M&A)딜도 어려움에 처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따라서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가 6일 “각계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오픈서비스 개선책을 만들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우아한형제들의 새로운 수수료 체계, 인수합병 주체인 요기요와 차별화 전략?
배달의민족은 지난 1월 30일 공정위에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접수했다. 요기요는 독일의 배달서비스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회사다. 독일계인 요기요가 배민을 합병하는 형식인 것이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서비스하고 있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는 강신봉 대표이다. 강 대표는 요기요와 배달통의 대표이기도 하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인수합병 이후에도 배민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독자 운영된다. 배민, 요기요, 배달통의 경쟁 체제를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1월 우아한형제들은 DH와의 M&A 결정을 내린 이후 수수료 정책은 물론 경영 전반에 대해 김봉진 대표는 계약에 따라 결정 권한을 보장받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독자 운영 배경에는 DH의 기존 서비스인 요기요와 배달통이 고정비용 수수료 체계인 점을 감안해, 이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오픈서비스 도입이 요기요와 배달통의 수수료 체계와 겹치지 않기 위한 조처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은 국내에서 ‘요기요’와 ‘배달통’ 등을 운영하는 독일 배달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4조7500억원으로 평가해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기로 했다. 매각 발표를 알린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DH 최고경영진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서’에 서명했고, 이 계약서에는 인수 내용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 인수합병 앞둔 우아한형제들 중대국면, 김범준 대표의 승부수 필요해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은 국내 인터넷 기업의 역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점유하고 있는 만큼 배민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회사의 매각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DH라는 하나의 기업 계열사가 됨으로써 국내 배달앱 시장 '독점 논란'이 잠재돼 있다. 이번에 우아한 형제들이 개편한 수수료 체계가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독점 논란은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다.
물론 우아한 형제들은 과거의 정액제 시스템이 '기업형 자영업자'들이 배민앱의 광고효과를 독점해왔고, 새로운 정률제는 다수의 자영업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가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배민 때문에 음식값이 오른다는 건 부적절하다”며 “현재 오픈서비스로 인해서 음식값을 올린 자영업자가 없고,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범준 대표가 중대국면에 진입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15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론과 정치권이 함께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지속적으로 공격한다면 요기요와의 인수합병은 의외의 복병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가 이날 공식 입장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오픈서비스로 인해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자영업자들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런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배민 문화'에 대해 열광하던 한국사회가 인수합병 결정 이후 비판적 기류를 띠고 있다는 사실은 예상치 못했던 '경영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전환시켜 인수합병에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게 김 대표의 과제로 굳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