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철회냐 전략적인 상장이냐…IPO시장의 두 갈래 길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1분기 공모금액은 3172억원으로 2019년 1분기의 7975억원에 비해 60.23%가 줄었다. 이는 2016년 1분기(4278억원) 이후 최저수준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기업은 총 14곳으로 지난 4년과 비교하면 최저치다. 1월 21일 케이씨씨글라스가 유가증권 시장에 재상장한 데 이어 13개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신규·이전 상장을 했다.
신규상장 기업 중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기업 5개사를 제외한 8개 기업만이 기관 수요예측을 마쳤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심해지며 이 가운데 메타넷엠플랫폼(5일), LS EV코리아(13일), 엔에프씨·SCM생명과학·노브메타파마(20일), 압타머사이언스(26일) 등 6개 기업이 3월 한 달 동안 기업공개를 철회했다.
이중 미백제, 주름개선제 제조업체인 엔에프씨는 상장을 앞두고 코로나19가 극심해지자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설명회(IR)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기도 했지만 소액 주주 500명 이상을 채우지 못해 결국 상장 철회를 결정해야 했다.
노브메타파마와 SCM생명과학도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이용해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아 상장 잔여일정을 취소하고, 증권신고서마저 철회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기업설명회나 미팅, IPO 일정 등이 연기되는가 하면 공모금액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적절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힘들 것이란 판단에, 상장을 계획했던 기업들이 너도나도 상장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줌에 따라, 1분기 상장기업의 주가 수익률 역시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에 상장한 8개 주요 기업의 시초 주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29.7%였으며,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16.4%를 기록했다.
8개의 상장기업 중 전자파차폐(EMI) 및 나노 사업을 하는 업체인 레몬만이 코로나19의 테마주로 분류돼, 시초가 대비 수익률 11.1%를 기록했으며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이 33.1%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국내 IPO 시장의 소강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안정화된다고 해도 2분기 IPO 시장은 지난 2년간 2분기 평균 금액 수준보다 낮은 3000억원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2분기에 전략적 IPO 선택할 경우, 우선 공모 및 투자자 주목 받을 가능성 높아
하지만 이 같은 상장 철회에도 몇몇 기업은 2분기 IPO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상장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건축시공 전문기업인 센코어테크이며 여론조사업체인 마크로밀엠브레인 등도 IPO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센코어테크는 지난달 상장을 미루겠다고 밝혔지만 보름 만에 다시 공모 일정을 잡았다. 13일과 14일, 기업설명회와 수요예측을 동시에 진행한다. 센코어테크는 조립식 건축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2025억원으로 2018년의 761억원에 비해 166%나 매출이 증가했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은 100만명 이상의 패널을 보유해 정확도에서 다른 리서치 기업을 압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온·오프라인 여론조사가 가능한 업체다. 이에 올해 2분기 국내 리서치 회사 최초로 상장에 나선다.
이 외에 2015년 중국 법인 홍콩타이거메드가 인수한 임상수탁기관(CRO) 전문기업인 드림씨아이에스,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을 제공하는 소마젠 등 다양한 업체들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이 모두 공모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하는 가운데, 재상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오히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다시금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어, 이를 피해 공모절차에 먼저 돌입하는 기업이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최근 한국거래소에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기업들이 모두 상장에 나서는 것은 아니라, 일단 승인을 얻은 후 관망하려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이에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모 시장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기에, 앞으로 이들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지는 아직까진 상황을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