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7,9급 공무원들이 연가보상비 3953억원 삭감에 격분한 이유는?
연가보상비는 공무원 봉급체계에서 사실상 ‘고정 급여’ 성격?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무원 인건비 예산 6952억원을 삭감하기로 16일 전격 결정했다.
추가적인 국채 발행은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금년도 예산을 감액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공무원 양대 노조는 일방적인 정부의 통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조(이하 공무원노조)는 이미 지난 10일 일제히 공무원의 연가보상비를 삭감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결국 6일만에 공무원 인건비 예산 6952억원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연가를 소진하는 방침을 통해 연가보상비 3963억원을 절감하고, 공무원 채용시험을 연기해서 당장 쓸 곳이 없어진 인건비 2999억원을 긴급재난지원금 일부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전체 연가보상비 규모는 4000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연가보상비가 공무원 봉급체제에서 사실상 고정 급여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3963억원 삭감은 99%, 즉 전액 삭감에 해당한다.
공무원 양대 노조는 이를 하위직 공무원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무리한 희생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공무원 채용 인건비 삭감(2999억원)을 위해 이미 잠정 연기된 시험일정이 다시 연기되면서 향후 일정에도 혼선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 양대 공무원 노조, "연가보상비 절감은 임금삭감 정책" 주장
공노총과 공무원노조는 16일에도 정부의 연가비 삭감에 대해 공동성명문을 발표했다. 성명문에 따르면 공무원 양대 노조가 연가비 삭감에 강력히 반발하는 구체적 논리는 크게 2가지이다.
첫째, 연가보상비를 삭감하는 것은 하위직 공무원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연가보상비는 노동의 부차적인 대가로서 애초에 사용자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탈’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노총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연가보상비 삭감은 2018년 연가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됐던 ‘연가사용촉진제’보다 한층 더 강도높은 조치”라며, “노조와 사전협의도 없이 정부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아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연가보상비 삭감은 임금이 적은 하위직 공무원노동자들에게 타격이 크다. 따라서 양대 공무원 노조는 이를 하위직 공무원들(5급 미만)의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연가보상비를 실질적으로 수령하는 직급이 7,9급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양대 노조는 국가공무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방공무원들까지 여파가 번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공노총 관계자는 “아직 적용범위와 관련해서 정부의 지침이 나오진 않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게 하위직 공무원”이라며, “5급 미만의 공무원들만 공무원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만큼 이들의 입장을 대변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대 노조가 연가보상비 삭감에 반발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이번 조치가 공무원들에게 무리한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최일선에서 이미 희생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공공부문 고통분담’ 명목으로 더한 희생을 바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공무원노동자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밤낮없는 비상근무를 하며 정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지급, 산불방지, 4.15총선 선거사무 등의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핵심 포인트이다.
■ 조합원 수 17만명인 공노총의 강경투쟁 노선, 여론향배에 따라 성패 갈릴 듯
양대 노조는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 공무원들이 이미 반강제적인 임금 반납과 성금모금 등으로 충분히 고통을 분담했다”며, “끝없는 희생과 복종을 강요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공무원 때리기’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규탄했다. 양대 노조는 이번 공동 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연가보상비 삭감에 대해 단체 행동 등 여러 대응책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공노총은 공무원 독자노조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노총)이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는 독립된 조직이며 조합원 수(17만명)로 따지면 최대규모다. 민노총 소속인 공무원노조와 연대해 적극 투쟁할 것을 예고한만큼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상당수 민간 기업들은 비용절감 등을 위해 연가보상비를 지급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 노조의 주장이 탄력을 받을 지 여부는 향후 여론의 향배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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