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노동자는 기업에 소속됐다. ‘기업 노동자’는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고, 소속된 기업을 발전시켰다. 이제 기업노동자는 감소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지식노동자들도 각종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노동시장의 중심에 도달했다.이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경제주체는 플랫폼 자체이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맞물려 빚어내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삶의 근원적 변화’가 인공지능(AI)에 의한 ‘기존 일자리의 격감’이라는 복병을 만남으로써 가속화되는 거대한 전환이다. 뉴스투데이는 도처에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 현상(1부)과 그 경제사회적 의미(2부) 그리고 정책적 과제(3부)에 대한 연중기획을 통해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심층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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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하는 A씨는 갑작스러운 이틀간의 출장을 가게 됐다. A씨의 반려견들은 나이가 많고 성격도 까탈스러워 챙겨야 할 점이 많았다.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하던 A씨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친구에게 펫시터 플랫폼 ‘펫트너’를 추천받았다.
‘펫트너’는 수의사, 수의대생, 수의테크니션 등 수의학전문가들이 펫시터로 활동하는 펫시팅 플랫폼이다. A씨는 곧바로 펫트너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깔고 위탁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
A씨는 집 가까이에 사는 수의사 펫시터와 매칭이 되어 출장일에 반려견들을 맡기고 갔다. 출장 기간, 펫시터는 메신저를 통해 반려견들이 밥을 먹고 운동을 하는 사진을 꾸준히 보냈다. 때에 맞춰 약도 먹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 하나하나 전해 받으면서, A씨는 출장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펫트너는 수의사인 최가림 대표가 2017년 창업한 펫시팅 플랫폼이다. 펫트너는 ‘Pet’와 ‘Partner’가 합쳐진 이름으로, 행복한 반려 생활을 위한 파트너라는 의미다. 보호자가 출장, 여행 등으로 부재하거나 바쁠 때, 반려동물을 방문 혹은 위탁 돌봄을 해주는 펫시터와 연결해준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 출시된 펫트너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회원가입을 한 뒤 돌봄을 받을 반려동물을 등록한다. 그 뒤 원하는 서비스를 의뢰하면, 펫트너 매칭팀이 확인 후 가장 적합한 펫시터를 찾아 전달한다. 이후 매칭된 펫시터와 협의해 돌봄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다른 펫시팅 플랫폼과 차별점은 소속 펫시터가 모두 수의사, 수의대생, 수의테크니션 등 동물의료 전문가라는 점이다. 수의과대학에서 모든 네 발 달린 동물들과 조류까지 배우기 때문에 개, 고양이, 조류는 물론 파충류까지 다양한 반려동물 케어가 가능하다.
수의사법상 수액처치나 인슐린 케어 등 침습적인 처치는 제공할 수 없지만, 아프거나 나이가 많은 반려동물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펫트너에는 약 600여명의 펫시터가 소속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7,724마리의 반려동물이 돌봄을 받았다.
■펫트너 플랫폼 수수료, 경력 길수록 낮아져…전업으로 월 200만원 벌기도
펫트너는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10개 수의과 대학 인근, 펫시터 거주지 주변에서 서비스 하고 있다.
펫트너의 플랫폼 노동자인 펫시터들은 ‘펫트너’라고 불린다.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활동반경, 돌보는 동물, 서비스 가능 시간과 맞는 고객과 매칭 되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부분 프리랜서로 등록되어 있으며, 어떤 영역의 전문가인지에 따라 다른 모집방법과 신원확인을 거쳐 채용된다.
수의사는 우선 면허증을 확인하고, 경력을 체크한 뒤 등록한다. 수의과대학 학생은 전국 학교에 있는 로컬디렉터들이 모집하고,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 동물 복지 활동 경험, 근무 경력 등을 면접으로 확인한다.
수의테크니션은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말한다. 이들은 아직 공인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처치 테크니션으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을 통해 레퍼런스를 확인하고 등록한다.
펫시터의 수익은 돌봄이 무사히 종료된 것이 확인된 뒤, 고객이 해당 의뢰에 결제한 금액에서 플랫폼 수수료를 제하고 입금된다.
펫시터의 등급별로 적용되는 수수료가 다른데, 많이 활동하고 경력이 쌓일수록 수수료가 낮아진다. 신규 펫트너는 25%의 수수료가 적용되고, 활동에 따라 20%까지 내려간다.
기업 간 인력 공급 사업에 투입되기도 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펫시터를 공급하는 서비스로, 펫시터의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업 펫트너의 경우 월 200만원 정도를 번다.
■1인가구, 바쁜 보호자 등 시장 전망 밝아.. 행동교정·훈련까지 서비스 확장
최가림 대표가 펫트너를 시작한 것은 과거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돌봄 문제들을 목격한 데서 시작됐다.
한번은 아픈 강아지가 치료를 받고 퇴원 하던 날, 보호자 대신 오토바이 퀵서비스 기사가 병원에 온 것을 봤다. 바쁜 업무에 쫓기거나, 1인 가구 보호자들이 가진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당시에도 펫시팅 서비스가 있었지만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았다. 믿고 맡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최 대표는 어떻게 하면 믿을 수 있는 펫시터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수의사와 수의대생으로 이루어진 펫돌봄 서비스라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최 대표는 지금도 믿을 수 있는 펫시터 서비스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펫트너는 최근 소속 펫시터가 돌보는 반려동물이 신체적 손해를 입을 경우 관련 배상비용을 지원하는 ‘펫트너 안심보험’(한화손해보험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에도 가입했다.
돌봄 대상으로 등록된 반려동물이 입은 손해를 보장하며, 한도는 1인 1청구당 1000만원, 총 보상한도는 2억 원이다. 보호자들이 한결 더 안심하고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최 대표는 펫시팅 시장이 이제 성장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본다. 반려동물 기르는 사람들은 물론, 1인 가구와 바쁜 보호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반려동물 케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기에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 대표는 단순한 펫시팅 서비스를 넘어 행동교정, 훈련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등 서비스 확장을 준비 중이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돕고 보호자들과 더 건강한 공존을 이루기 위해서다.
최 대표는 “실제 고객들로부터 이런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지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행동진료를 하는 수의사와 훈련사들을 우선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