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충격으로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 WTI 배럴당 -37.63달러로 거래 마감

이원갑 입력 : 2020.04.21 15:32 ㅣ 수정 : 2020.04.21 15:32

실물 인수 외의 방법으로 결제가 이뤄지면서 근월물 가격 변동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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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시장의 석유제품 수요를 위축시키면서 ‘마이너스 유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석유 수요가 저장 비용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치로 수요 감소세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선물시장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로 거래를 마감해 지난주 말 18.27달러 대비 약 306% 급락했다. WTI가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현물시장에서는 저품질 원유인 와이오밍산 아스팔트유 가격이 배럴당 -19센트로 떨어지며 마이너스 유가의 전조가 나타났던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베트남 소재 석유저장고 모습 [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

 

선물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유가를 떨어뜨리는 월물 교체기는 매달 주기적으로 돌아오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에 깔려 있던 유가 급락 추세가 더해지면서 전례 없는 마이너스 유가가 나타나게 됐다. 지난 13일 산유국들의 일일 970만 배럴 ‘역대급’ 감산 협상이 타결됐지만 수요 감소폭이 너무 크다보니 유가 견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던 바 있다.

 

이와 관련 21일 이안나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번 유가 폭락은 코로나19 사태로 유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유 시장 선물 만기가 겹치면서 발생했다”라며 “이는 5 월물 WTI 만기일(21 일)을 앞두고 원유 인수보다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Roll-Over)를 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고 폭증에 따라 저장고조차 부족해진 상황을 들어 “원유를 가져갈 곳이 없어 인수 시점을 늦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대부분의 원유 선물 투자자는 투기적 거래를 하며 최근  재고 급증으로 보관 및 운송 비용도 상승한 상황”이라며 “실물 인수 외의 방법으로 결제가 이뤄지면서 근월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5월물 가격 급락은 이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기술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발원된 코로나19는 지난달 중순부터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석유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달 25일 석유동향팀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가 간,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고 감염자가 발생한 국가들이 종교 활동 등 집단 모임 금지, 사회적 거리두기, 휴교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소비활동이 위축됐다”라며 “글로벌 석유 수요 및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석유 수요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IEA는 지난헤 12월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올해 석유제품 일평균 수요가 2019년 대비 100만~120만배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이달 보고서에서는 일평균 930만 배럴 역성장을 전망했다. 올해 2분기에만 전년 대비 일평균 2310만 배럴, 오는 12월에도 270만 배럴의 수요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IEA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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