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공모 ELF로 몰려드는 뭉칫돈…펀드 투자 대안될까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5.05 06:50 ㅣ 수정 : 2020.05.05 06:50

중위험·중수익 추구 은행 주고객…수요 계속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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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형펀드나 채권상품에 비해 기초자산 구성이 비교적 다양하고 중위험·중수익을 보장하는 주가연계펀드(ELF)가 투자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ELF는 주가연계증권(ELS) 여러 개에 투자하는 펀드 형태의 파생상품으로 자산운용사에서 은행에 주로 공급한다. 코로나19로 증시가 안갯속인 상황에서 주식형펀드보다는 변동성이 낮고, 채권형 상품보다는 좀 더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금융업계에서는 은행권의 주가연계신탁(ELT)·사모 ELF 판매가 막히면서 공모 ELF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적당한 수익을 추구하는 은행 주거래 고객층에 적합한 투자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판매하는 공모 주가연계펀드(ELF)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진=SBS 화면캡쳐]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달 동안 약 7520억원이 공모 ELF 자금으로 순유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배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제재로 은행들이 그간 인기몰이를 했던 주가연계신탁(ELT) 상품 판매가 어려워져 ELF로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시중은행들은 신상 공모 ELF 상품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은행권은 ELF의 조기 상환가능성을 높이거나 손실 가능성을 낮추는 등의 조정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ELF는 증권사 공모 ELS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또한 투자자가 원하는 투자 종목을 선택하지 못하는 제약이 있다.

그럼에도 예적금 금리 하락으로 은행 주거래 투자자들의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을 뿐더러 보호장치로 인해 수익이 일정 부분 보장되므로 ELF의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은행권, ELT·사모ELF 판매 막혀…ELF가 유일한 대안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대책을 발표했다. 손실배수가 1 이하인 파생결합증권을 편입한 ELT에 한해 판매를 허용하고 판매잔고를 2019년 11월 말 기준 잔액 범위로 제한한 것이다.

또한 사모펀드에 손실 가능성이 20~30% 수준인 파생상품을 편입하지 못하게 하면서 실질적으로 공모 ELF만이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들은 ELT 판매량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면서 조기 상환이 어려워진 것도 한몫 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모두 지난 3월 ELT 판매를 제한하거나 중단했다.

실제로 올 1분기 시중은행들의 신탁수수료 역시 감소세를 기록했다. 4대 시중은행 중 ELT의 강자였던 KB국민은행을 제외하고 신한·우리·하나은행 모두 정부 규제에 대응해 ELT 판매를 서서히 줄인 것이다.

우리은행 1분기 기준 신탁 수수료는 41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22%(90억원) 줄면서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신한은행의 경우 8.2%(47억원) 감소한 524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신탁 수수료가 726억원으로, 1000억원대인 KB국민은행 다음으로 많은 ELT 관련 수수료 이익을 냈지만 올해 3.6%(27억원) 감소했다.

결국 은행권은 그간 수익을 톡톡히 올렸던 ELT와 비슷한 ELF로 눈을 돌리고 있다. ELT는 증권사가 지수형 ELS를 발행하고 은행이 이를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해 판매하는 반면, ELF는 자산운용사가 인수주체로 상품을 구성·발행하며 은행이 이를 고객에게 판매한다. 즉 인수주체가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둘다 ELS를 편입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통상 투자자들은 ELF보다 ELT를 선호해왔다. ELF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하고 투자 시점·종목 설정이 상대적으로 자율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모펀드 강자였던 신한은행도 시장 흐름에 따라 ELT 판매를 늘려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와 라임사태 전까지만 해도 은행 내 신탁 조직이 ELT를 다루고 WM(자산관리)조직은 ELF와는 다른 형태의 사모펀드를 했던 게 일반적”이었다며, “ELT 판매가 막히자 WM이 유일한 대체재인 ELF로 선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이 앞서 공모 ELF를 출시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마지막주 발행된 ELF 펀드수는 총 643개로 셋째주에 비해 29개 증가했다. 국내대체투자(부동산, ELF, 특별자산) 순자산규모의 절반 이상(58.8%)을 차지했다.

■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투자 효용성↓에도 수요 늘어날 전망

공모 ELF는 보통 중위험·중수익 투자성향을 지니는 은행 주거래 고객층에 적합하다. ELS 투자가 익숙한 고객이라면 은행 공모 ELF보다는 증권사 공모를 이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투자자의 주거래 금융기관이 은행이라면 공모 ELF가 접근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거래 금융기관이 은행인 고객들은 증권사에 새롭게 상담을 받거나 계좌를 개설하기보다 은행 투자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공모 ELF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고 해서 투자 위험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기초자산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손실 규모가 커진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산운용사의 펀드 설정단계에서부터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조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공모 ELF 상품의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이고 원금 손실을 줄이는 리자드 조건(원금·수익 보장)을 추가하는 등 펀드를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공모 ELF는 증권사의 공모 ELS에 비해 투자 효용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공모 ELS는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 3일 정도로 빠른 편이다. 증권사가 미리 상품을 구성하고 판매까지 1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투자자가 원하는 증권사와 종목을 선택할 수 있고 투자시점 역시 자율적이다.

반면 공모 ELF는 자산운용사의 상품구성부터 은행의 투자자 모집·판매까지 한달, 즉 4배의 시간이 소요돼 투자 효용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 기설정된 쿠폰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쿠폰 금리를 5%로 정해도 한달 뒤 시장 상황에 따라 4%로 떨어지면 하락한 가격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 즉 그 기간동안 쿠폰조건을 홀딩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은행 주고객 투자자들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 예적금 금리는 떨어진 지 오래고 ELT·사모 ELF 가입도 어렵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 ELF의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작년보단 지금이 기초자산 변동성이 커져서 쿠폰 금리가 높기 때문에 투자 적기”라며, “주가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는 상승세(upside)가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투자 여건이 좋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초자산의 변동률이 안정화되면 상대적으로 ELF상품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ELF 강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초자산 가격이 변동하지 않으면 이자지급을 위한 목표조건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S&P500이 신고가를 찍고 있었음에도 추종 ELS들이 팔렸던 이유는 하락장에서도 리자드 옵션 등으로 수익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해서 공모 ELF 수요가 급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공모 ELF마저 규제하지 않는다면 기존에 수요층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향후 공모 ELF 시장규모가 공모펀드보다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은행권은 향후 공모 ELF의 안정성을 높이면서 관련 상품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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