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처음 7개 지역으로 한정되어 선언되었던 긴급사태가 일본 전역으로 확대되고 그마저도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연장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외출자제와 재택근무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생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의 직장인 수는 기업임원을 제외하고 총 5660만 명으로 이 중 계약직, 파견직, 아르바이트 같은 비정규직은 38.3%에 해당하는 2165만 명에 달했다.
문제는 긴급사태선언과 재택근무가 장려된 후에 이와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사무실에 (정규직은 사라지고) 파견직과 위탁사원들뿐’이라는 의견과 함께 재택근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대로는 저소득 비정규직들을 중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빈부격차가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쿄상공회의소가 3월 말에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비율은 26%. 기업규모별로 보면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은 57.1%,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28.2%, 50인 미만 기업은 14.4%만이 재택근무를 인정하고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도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에는 ‘비정규직은 2급 시민입니까?’, ‘(파견한) 회사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이 출근을 계속하고 있다’ 같은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어 정규직은 재택근무, 파견직원은 사무실출근이라는 구도가 이미 굳어진 모습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계약직이나 파견직의 경우 사무실 출근을 계약서 내에 명시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이 비중이 특히나 높은 소매업과 서비스업은 접객이 기본업무이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꿈도 꾸지 못한다. 긴급사태가 선언되었음에도 복수의 핸드폰가게에서 코로나 양성환자가 다수 발생한 사례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위험이 높은 비정규직들은 여기에 수입마저도 감소하는 위기에 처해있다.
츠나구그룹(ツナググループ・ホールディングス)이 전국의 비정규직 948명을 대상으로 4월 중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33.5%의 비정규직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업무가 줄었다’고 답했고 2.2%는 ‘(업무가 줄어)고용계약이 종료되었다’고 답했다. 업무가 줄은 세부업종은 요식업이 49.4%로 압도적이었다.
업무가 줄은 비정규직의 70%는 ‘수입이 줄어 곤란하다’고 답했지만 개중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보다 낫다’(13.6%)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도쿄에 거주하는 40대 여성은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데 평소 손에 쥐는 월급은 세금 등을 제외하고 약 13만 엔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일본 내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3월에는 10만 엔으로 한 차례 줄더니 4월에는 단 이틀 출근에 1만 엔으로 수입이 급감했다. 현재는 대형마트가 포함된 건물 전체가 임시휴업에 들어감에 따라 반강제로 이직활동 중이지만 쉽사리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는 없어 보인다.
정규직과의 차별과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출근을 계속하여 수입을 유지할지, 직장과 수입을 포기하는 대신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킬지 2165만 비정규직들의 고민은 5월에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