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한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르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신라젠이 상장폐지 갈림길에 섰다.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보유주식을 판 혐의 등으로 신라젠 문은상 대표이사가 12일 전격 구속된데 이어 거래소가 신라젠에 대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오는 29일까지 결정하기로 하면서 회사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을 패닉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문 대표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문 대표 등을 소환조사하고 지난 8일 이들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과 특경법상 배임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신라젠이 개발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을 공시하기 전에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대규모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신라젠에 대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절차에 들어갔다.

거래소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면서 사유 발생일로부터 15일 이내(영업일 기준 5월29일)에 신라젠에 대한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고 11일 공시했다.

신라젠의 상장폐지 발생 사유는 배임 여부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 제2항 제5호 나목 및 동규정 시행 제33조 제11항 제2호 규정에 따르면 횡령·배임이 발생했을 경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

신라젠은 전 현직 임원이 무자본으로 35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후 192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라젠 이용한 전 대표이사와 곽병학 전 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 등으로 이미 구속기소됐다.

이에 따라 현재 거래중지 상태인 신라젠 주식 매매 거래는 심사 대상 여부에 대한 결정일까지 정지된다.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회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신라젠 측은 법적인 공방을 통해 충분히 상장폐지는 면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공식대응을 자제하는 등 말을 아끼고 있다.

2016년 12월 상장한 신라젠은 주가가 한때 13만1000원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8월 펙사벡의 임상중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8140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거래정지 직전 시가총액은 8666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