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窓] 기형적 WTI ETN 상품구조가 원유선물 레버도 곱버도 모두 패자로 만들었다, 소송대란 예고

정승원 기자 입력 : 2020.05.25 08:35 ㅣ 수정 : 2020.05.25 08:37

강제청산 시 금융당국 뒷북행정, 증권사 월물교체 등 줄소송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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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달 21일 사상 최초로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불기 시작한 원유선물 ETN(상장지수채권) 투자광풍이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게 됐다.

 

선물시장의 특성상 유가가 오르는 쪽에 베팅하는 투자자와 내리는 쪽에 베팅하는 투자자간에 승패가 엇갈려야 하지만 기형적 상품구조와 금융당국의 뒷북행정으로 인해 모든 투자자가 패자가 되는 어이없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원유선물이 급락후 급등을 반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ETN 발행 증권사들은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아무런 사전 예고없이 투자월물을 변경하는가 하면, 뒤늦게 유동성공급자(LP) 물량폭탄을 통해 가격조정에 뛰어들어 레버리지 2x와 인버스 2x 종목 모두가 동시에 하락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원유선물 투자광풍 이후 1개월이 조금 넘은 25일 현재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종목은 고점 대비 최대 98% 이상 떨어졌다. 몇 번의 원유선물 폭락으로 하루 변동폭인 마이너스 60%를 기록하면서 지난 2018년 10월 최고점과 비교하면 90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 QV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 미래에셋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등 다른 레버리지2x ETN 종목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번의 폭락으로 지폐에서 동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후 원유선물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가격은 전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괴리율이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괴리율이 30% 이하로 좁혀질 때까지 하루 단일가 거래, 3거래일 거래정지 조치를 내놓으면서 유가가 급등한 날에도 가격이 떨어지는 기형적인 현상이 며칠 째 반복되고 있다.

 

유가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2x 종목들도 거래정지만 피했을 뿐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21일 역사적인 원유선물 마이너스 기록이후 투자자들이 몰렸지만 이후 세계 각국이 경제봉쇄를 풀 것이란 기대감에 유가가 급등하면서 대부분 고점 대비 80% 이상 손실을 기록 중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규제의 칼을 빼어들어 단속에 나섰지만 규제의 내용과 시기 모두 이해가 안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WTI 관련 레버리지 ETN의 심각한 괴리율 사태는 유동성공급자(LP)의 신규 공급 물량조절 실패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투자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LP 물량 대부분을 흡수하면서 가격왜곡현상이 벌어졌지만 이는 일괄신고제 방식을 통해 적시에 충분히 공급하도록 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애초에 15거래일의 심사가 필요한 증권신고서 제도로 운용토록 한 건 금융당국이며 괴리율 축소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증권사를 처벌하는 것 역시 금융당국의 몫이다.

 

원유선물 투자자는 올초 30만명 수준에서 지금은 110만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물론 투자자 중 일부는 선물의 기본개념도 없이 단순히 가격폭락에 이끌려 반등을 노리고 뛰어든 사례도 있겠지만 모든 것을 투자자들의 잘못된 투자행태로 몰아가는 것은 금융당국의 현실 인식에 중대한 오류라는 지적이다.

 

만약 금융당국이 괴리율 등을 이유로 일부 ETN 종목에 대해 강제 청산 등을 유도한다면 투자자들의 소송 등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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