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로 얼어붙은 생보업계 녹일 수 있을까
[뉴스투데이=강지현 기자] 고객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진행한 사전 수요조사에서 생명보험사(생보사)가 손해보험사(손보사)에 비해 더 많은 사업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생보사의 여건 탓으로, 생보사들은 마이데이터를 이용하면 고객의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 틈새를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 이에 걸맞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생보사들이 마이데이터를 이용해 주도권 회복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 28일까지 진행한 ‘마이데이터’ 허가, 사전 수요조사에 11곳의 보험사가 사업 허가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데이터는 은행·보험사·카드사 등 각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개인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고객의 신용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 더 광범위한 정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수요조사를 신청한 11개 보험사를 살펴보면 손해보험사보다 생명보험사의 신청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는 3곳, 생보사는 8곳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확인된 손보사로는 메리츠화재와 롯데손해보험이 있으며, 생보사로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등이 있다.
■ 저출산·고령화 위기 직격으로 받은 생보사…수입보험료에서 손보사에게 추월
마이데이터 사업은 흩어진 고객의 정보를 한 곳에 모아 활용할 수 있기에, 지난 1월 관련 법안인 ‘데이터 3법’이 통과할 때부터 보험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사전 조사에서 생보사의 신청이 손보사보다 많은 것은 생보사의 특징인 판매 대상의 탓으로 보인다.
손보사들은 다양한 손해에 대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기에 휴대폰 보험이나 펫보험 등 다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지만, 생보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주로 취급하기에 상품 개발에 한계가 있다.
이에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영향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생보사들은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엔 생보사가 앞서고 있던 보험업계의 판도에서 손보사가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생·손보사의 수입보험료 격차가 2015년 약 45조억원에 달하던 것이 지난해 약 22조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수치도 생보사가 38.4%, 손보사가 4.3% 감소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전체 보험사의 순이익을 생보사가 끌어내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마이데이터로 건강관리서비스 구체화하고, 고객 필요성 파악한 상품 개발
이 같은 상황에서 생보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생보사들이 ‘건강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나, 암보험 등 보장성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것 역시 이 방안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보험사들이 자사의 수집데이터나 고객이 직접 입력한 정보만을 쓸 수 있었다. 때문에 ‘건강관리 서비스’의 경우,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상품 개발 측면에서도 고객의 필요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생보사의 보장성보험은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에서 틈새를 공략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상품개발이나 보험지급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개별적으로 회사 사이즈에 맞게 해왔는데, 이제는 빅데이터 덕분에 규모가 커진다”고 밝혔다
또한 신한생명 역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자사의 데이터뿐 아니라, 다른 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고, 시도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 생보사 관계자는 아직 마이데이터 사업이 수요 조사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품개발이나 전개 계획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