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영장기각에 ‘이재용 불기소’가 순리(順理)
[뉴스투데이=김영섭 산업부장] 뭐든 순리(順理)대로 해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누구나 한 두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세상일이란 다 순리를 따라가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순리를 어기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자연이치다. 오랜 역사 현장과 수많은 사건에서 배우는 학습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9일 법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이 그랬다. 이를 전후해 벌어진 일과 다가올 일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순리’라고 보인다. ‘순리대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실제 평가다.
사실, 검찰의 공세가 수년간 이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유력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장세진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지적한 바다. 법원의 기각사유 역시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이 부회장의 관여·지시가 있었다는 검찰 측 주장은 법원에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혐의를 ‘사상 최대 규모 금융범죄’로 규정하며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사실상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영장기각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맞게될 상황이 뭐가 될지도 ‘순리’에 따를 것이다.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이 부회장의 삼성에 큰 우려이고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주목하는 이유다. 자연스럽게 국민의 시선은 검찰수사심의위에 모아진다.
삼성 측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적법 절차에 근거한 검찰수사심의위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 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당혹’ 그 자체였다. 1년 8개월의 수사에 이은 검찰의 ‘기습적 영장청구’는 누가 봐도 순리에서 벗어났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검찰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가 오는 11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법원의 영장 기각은 수사심의위의 기소 판단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초 제도 시행 후 수사심의위가 심의한 8건의 사건에서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랐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하는데 검찰이 이와 다른 판단을 하려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는 이 부회장이 기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영장기각이 예견된 것처럼 기각 이후 불기소 권고가 ‘순리대로’ 다가올 일로 충분히 예상되는 이유다.
이제, ‘순리를 넘어 기대’도 갖는다. 삼성은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전향적 변화 노력도 추진해 왔다.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고 ‘뉴삼성’ 전략이 본격 전개될 것으로 ‘기대’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