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52)] LG 입사전략 다시 짜고 구광모의 ‘3대 인재관’도 챙겨라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0.06.11 06:57 ㅣ 수정 : 2020.11.21 16:01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일을 저지르는 사람’을 갈망/ 덜 신사적이라도 도전하는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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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LG그룹이 신입사원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연중 상시채용으로 전환함에 따라 ‘인재상’의 대변화가 예상된다. 취업준비생들의 LG입사 전략 자체가 대변화를 맞을 수밖에 없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3대 인재관’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우선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 좁아진 문을 뚫을 준비를 해야한다. 물론 LG는 이 같은 우려를 일축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예년 수준’의 채용규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LG그룹 전체의 채용규모는 1만여명 안팎이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 [그래픽=뉴스투데이]
 

그러나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뽑아 쓴다는 취지 자체에 비추어 볼 때, 채용목표치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기술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돌발변수가 발생하는 시장 상황에서 인력수요는 가변적이기 마련이다.

 
사전에 그룹차원에서 채용규모를 정하는 정기공채의 경우,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의식해 필요보다는 약간 많은 인력을 채용하는 관행의 영향을 받아왔다. 그룹의 위상이나 총수의 체면 등도 채용 규모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구조이다. 각 계열사의 부서장은 할당되는 신규인력을 받아서 적당히 운용하면 됐다.
 
반면에 수시채용은 각 계열사의 부서별로 필요 인력을 선발하는 게 원칙이다. 부서장이 온전히 책임을 지는 구조이다. 그야말로 실용적인 인력충원이 불가피하다. 연공서열제가 폐지되고 실적주의가 강조될수록 부서장 입장에서 신규충원은 부담스러워진다. 신규충원을 해놓고 부서 전체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부서장의 실적은 후퇴하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기존의 부서원을 쥐어짜서 실적을 올리는 게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선택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채용규모 축소 가능성은 LG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그룹, KT 등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LG그룹은 상시채용과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양대축으로 직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순혈주의’, ‘기수문화’ 등은 점차 퇴색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갖는다. 패거리 문화는 줄어들겠지만 개인화, 파편화되는 현상 또한 불가피하다.
 
취준생이나 이직을 꿈꾸는 직장인 입장에서는 이제 LG입사를 위해서는 ‘올인 전략’이 필요하다. LG는 신입사원의 경우 70% 이상을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통해 선발할 계획이다. 인턴십 기간은 4주 정도라고 한다. 다른 직장을 다니면서 LG그룹 계열사로 전직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이 LG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려면 퇴사를 해야 한다.
 
세심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유리해진 측면도 있다. 정기공채는 상,하반기에 예정된 스케줄에 따라 실시됐다. 취준생 입장에서 볼 때, 언제 뽑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연중 상시채용이 되면 LG그룹 홈페이지의 채용공고란을 일년 내내 주목해야 한다. 어떤 계열사의 어떤 직무에서 신입사원 혹은 경력직 사원을 선발하는지에 대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켜봐야 한다. 채용공고를 놓치면 아무리 빼어난 실력자라고 해도 입사할 방법이 없다.
 
선발주체가 인사팀이 아니라 현업부서라는 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범용성 인재’보다는 ‘전문 인재’가 선호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꿈과 장점을 감안해 특화된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적성검사 방식이 정기공채에서 오프라인 시험 3시간을 실시했던 데 비해 상시채용에서는 온라인 시험 1시간으로 바뀌는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기존의 7과목 중 어떤 과목이 살아남느냐가 취준생들의 관심사이다. 기존 오프라인 LG인적성검사는 △1교시(언어이해,언어추리,인문역량) △2교시(수리력,도형추리,도식적추리) △3교시(LG웨이핏 인성검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달 30,31일 이틀 간 처음으로 온라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1시간동안 실시하면서 시험과목을 절반으로 줄였다.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 등 4과목에서 수리논리와 추리 2과목으로 됐다. 시험 시간도 종전 115분에서 60분으로 단축했다. 언어논리에 상대적으로 뛰어난 수험생은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기회를 상실한 셈이다. 수리논리와 추리와 같은 과목은 문과보다는 이과출신에게 유리한 과목이다. 
 
LG가 삼성과 비슷한 선택을 한다면 1교시 언어 및 인문역량 과목들은 폐지하고 2교시 수리 및 추리 과목만 남길 가능성이 높다. 3교시 인성검사는 문항 수를 절반으로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짧은 시간 내에 난이도가 높은 이과형 문항을 풀어내는 데 강점을 지닌 사람이 유리하다. 한 마디로 ‘순발력’이 뛰어난 ‘이과형 인재’가 취업깡패가 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3대 인재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구 회장은 올해 디지털영상을 통해 밝힌 신년사에서 “고객가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고충)에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고객의 마음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이어 “검토만 하지 말고 일단 방향이 보이면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면서 “안되는 이유 100가지를 찾기보다는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발견해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에 나타난 구 회장 인재관은 3가지이다.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다. 반면에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 ‘전통적 문과형 인재’, ‘변명에 능한 사람’은 낙제점을 받게 돼 있다. 
 
LG는 오랫동안 신사적이지만 도전정신이 1% 부족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채용제도 변화 및 구 회장의 인재관을 살펴보면, 이제는 덜 신사적이라도 도전하는 인재를 원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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