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유상증자 납입 D-6…우리은행, 막판에 손 내밀까?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자금 납입일이 6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재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출자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리은행의 유상증자 결정에 따라 NH투자증권 등 나머지 주주들도 출자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업계는 우리은행 등의 출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케이뱅크가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견인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 등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상증자 이후 최대 주주로 올라설 BC카드와 함께 모회사 KT그룹과의 연계 속에서 모바일·금융 등의 빅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 등 구체적인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18일까지 주주들로부터 유상증자(유증) 주급을 납입받기로 예정돼 있다. 유증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예비 대주주인 BC카드 뿐 아니라 우리은행·NH투자증권 등의 추가 유증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5일 열린 우리은행 이사회에서는 케이뱅크 유증 참여 건이 상정되지 못했다.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는 주주 간 계약에 대한 설명만 보고된 것이다. 대규모 지분 투자인만큼 참여를 확정짓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오는 15일 이사회를 다시 열고 케이뱅크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의 결정에 따라 NH투자증권 등 나머지 주주들도 입장을 확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예비 대주주 BC카드, 케이뱅크 지분 최대 34%까지…우리은행 유증 출자시, 지분 20% 중후반대 예상
지난 4월 케이뱅크는 이사회에서 5949억원(1억1898만 주) 신주 발행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5051억원에서 약 1조1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자본확충에 나설 예비 대주주는 KT자회사인 BC카드로 같은 달 낙점됐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해 당시 대주주로 나설 수 없었던 KT를 대신해 BC카드를 통한 우회증자를 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BC카드는 지난 4월 KT가 보유하고 있었던 케이뱅크 지분 10% 전량을 363억원에 인수했다.
향후 케이뱅크가 신주 발행으로 유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실권주(기존 주주가 인수하지 않은 신주)도 매입해 지분율을 최대 34%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34%는 비금융주력자인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보유할 수 있는 최대지분에 해당한다. BC카드는 금융사지만 KT가 6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비금융주력자 지위를 적용받는다.
BC카드는 나머지 지분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마스터카드 주식 145만4000주(지분율 0.14%) 중 절반가량(약 2147억원)을 이달 매각할 방침이다.
BC카드 측은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하게 될 자금의 운용은 케이뱅크 지분 확보 외에 정해진 게 없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주주간 계약에 따라 현 대주주인 우리은행(지분율 13.79%)을 필두로 NH투자증권(10%) 등 과점주주들의 유증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은행은 신주 인수대금 약 15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케이뱅크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 A씨는 “재무적투자자(FI·financial investor)로 참여하는 우리은행의 경우 이번 증자로 20% 중후반대의 지분을 획득하게 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이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는 이유는 BC카드가 대주주로 나서게 된 것도 이유지만, 당초 금융지주법에 따라 은행이 다른 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케이뱅크, 신용대출 재개·비대면 주담대 출시 등 단기전략…BC카드·KT그룹 연계 시너지도 기대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이 이뤄지는대로 1년 넘도록 중단된 신용대출상품 재개와 함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해 영업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단기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100%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경우 3년 전부터 꾸준히 준비하던 것으로 현재 시스템 테스트를 마무리 중이다. 현재 우리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이 비대면 주담대를 제공하고 있지만 인터넷은행의 경우 전무한 상황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달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복잡한 규정이 얽혀있어 주담대 절차를 비대면으로 개발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케이뱅크가 성공적으로 주담대 시장에 진출할 경우 규모의 성장을 발빠르게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KT그룹은 BC카드를 중심으로 모바일·금융 등 빅데이터에 기반한 테크핀(TechFin)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케이뱅크 역시 KT의 정보통신기술(ICT)과 BC카드의 결제 프로세싱 기술력 등과 연계한 질적 성장 역시 가능하다.
케이뱅크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 B씨는 “KT나 BC카드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본격 뛰어들면 케이뱅크와의 협업을 통해 큰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우리은행, 출자 확답은 ‘아직’…BC카드·KT 빅데이터 활용무대인 ‘플랫폼’ 등 필요
케이뱅크의 야심찬 비전에도 우리은행은 아직 유증출자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경영방침·전략 등이 담긴 IR자료를 보포하면서 주주들의 유증 출자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내부적으로 신주 인수를 위한 1500억 가량의 대금규모에 관한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참여 자체는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증 출자 시점 등에 대한 공식 결정을 미룬다는 것은 아직 지분투자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우리은행이 재무적투자자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수익성을 보장해줄만한 비즈니스 모델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중장기 전략을 어필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야 우리은행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선 관계자는 “BC카드·KT의 빅데이터 등 케이뱅크가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많은 것은 장점”이라면서도, “좋은 재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토스뱅크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체적인 상품 출시 혹은 협업을 통해 ‘금융권 메기’로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BigTech) 기업 역시 ‘네이버통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핀테크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떤 무기와 전략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은행은 본격 투자 이전에 케이뱅크의 경영이 정상화되고 사업 수익성이 제고될 수 있을지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권이 없는만큼 향후 사업방향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