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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인 줄 알았던 텔콘RF제약과 신풍제약의 주가가 엇갈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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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0.06.17 06:15 ㅣ 수정 : 2020.11.21 15:39

코로나19치료효과 있는 말라리아 치료제 보유해 주식시장서 뜨거운 러브콜 받아/16일 엇갈린 주가행보/코로나19로 더욱 거세지는 복잡계 경제현상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산업구조가 ‘복잡계 이론’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무수한 요소로 구성된 자연계는 비선형적 변화를 지속해왔고, 예측은 확률론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게 복잡계 이론이다.

 

경제현상도 이 같은 ‘예측 불가능성’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도 건재할지 아니면 패자로 전락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A라는 변수에 주목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Z가 출현해 사태를 틀어쥐는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코로나19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클로로퀸과 유사 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을 복용하면서 ‘게임 체인저’라고 치켜세웠다. [그래픽제공=연합뉴스]
 
텔콘RF제약과 신풍제약이 16일 엇갈린 주가행보를 보였던 것도 단적인 사례이다. 두 기업은 당초 비슷한 성격의 코로나 수혜주로 분류돼 국내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개미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동운명체’ 정도로 분류됐다.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유사 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비상 사용을 허가했다”고 발표한 게 단초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다고 밝히면서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게임체임저’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텔콘RF제약은 클로로퀸 성분을 지닌 말라리아 치료제 ‘옥시퀸정’을 제조해왔다. 클로로퀸의 코로나19치료 효과가 분명해질 경우 국내에선 최대 수혜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치료와 관련해 두 가지 이슈를 갖고 있었다. 우선 클로로퀸 성분을 함유한 항말라리아제 ‘말라클로’에 대한 식약처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텔콘RF제약과 마찬가지로 클로로퀸 테마주로 분류돼왔다. 또 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두 기업의 투자자들이 아연실색할 발표가 나왔다. FDA가 지난 1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의 긴급사용승인(EUA)의 철회결정을 발표했다. FDA는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은 심장 박동 문제, 심각한 저혈압, 근육 및 신경계 훼손 등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서 그 편익이 위험 가능성보다 크지 않다”면서 EUA용도로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텔콘RF제약과 신풍제약의 주가는 급락이 예상됐다. 하지만 16일 두 기업 주가는 판이하게 엇갈렸다. 텔콘RF제약은 개장하자마자 급등세를 연출하면서 결국 상한가를 쳤다. 이에 비해 신풍제약은 전일대비 2600원 (7.58%) 하락한 3만 1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말라리아치료제 관련 기업으로 분류됐던 두 기업의 주가가 엇갈린 이유는 뭘까? 세계보건기구(WHO)가 FDA와 다른 입장을 발표한 게 ‘혼란스러운 반응’으로 연결된걸까.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WHO는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갱신된 정보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FDA와는 달리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치료제로서 효능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신풍제약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FDA 발표에 반응한 것이고, 텔콘RF제약의 상한가는 WHO의 메시지에 희망을 걸었던 결과일까.
 
그렇지 않다. 변수는 따로 있었다. 첨단표면처리 기업으로 알려진 케이피엠테크와 휴머니젠이라는 새로운 주인공이 출현한다.
 
케이피엠테크와 관계사 텔콘RF제약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2일 49억원을 투자했던 미국의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개발기업인 휴머니젠이 대박 조짐을 보인 게 텔콘RF제약이 16일 상한가를 기록하도록 한 변수였다. 그동안 신풍제약과 텔콘RF제약을 비슷한 성격의 기업으로 보고 주가를 예측했던 투자자들은 땅을 칠 수밖에 없었다.
 
16일 케이피엠테크과 텔콘RF제약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투자한 휴머니젠은 15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코로나19 전문센터인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에서 진행한 보유 파이프라인 `렌질루맙(Lenzilumab)`을 활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의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CUP, Compassionate use program)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렌질루맙은 주요 사망 원인인 사이토카인 폭풍(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였을 때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이란(CPU)이란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제가 없을 경우 개발 중이거나 허가를 취득하지 못한 치료제의 사용을 허가하는 제도이다.
 
휴머니젠은 논문을 발표했다. 동정적 사용이란 생명을 위협하고 장기간 또는 중증으로 나타나는 질환의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치료 포기에 이를 경우 개발 중이나 허가를 취득하지 못한 치료제의 사용을 허가하는 제도다.
 
따라서 휴머니젠이 임상중인 렌질루맙이 코로나19환자의 증상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치료하는 의약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약품은 FDA의 승인을 받아 임상3상을 진행중이다.
 
휴머니젠에 따르면, 12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12명의 고위험군 환자중 11명이 투약 치료 후 퇴원했다. 회복 및 퇴원까지의 치료기간은 평균 5일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가 알려지면서 휴머니젠은 15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장외주식시장에서 전일대비 30.15%나 상승한 5.31 달러로 마감했다. 장 중 최고치는 6.30 달러(54.4% 상승)였다.
 
케이피엠테크와 텔콘RF제약이 구성한 컨소시엄은 휴머니젠에 대해 주당 0.87달러에 투자했다. 투자 수익만 벌써 8~9배에 달하는 셈이다. 더욱이 케이피엠 컨소시엄은 렌질루맙 국내 시장 판권에 대한 우선 협상권도 보유하고 있다.
 
휴머니젠이 코로나19 CPU로 확정된다면 케이피엠테크와 텔콘RF제약이 코로나19 경제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지 말란 법이 없다.
 
이처럼 경제현상을 좌우하는 변수는 글로벌 차원에서 다양하고 무작위적이다. 이로 인한 변화는 비선형적이라 예측이 불가능하다. 코로나19로 산업판도가 격변하는 과정에서 복잡계 경제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모든 경제현상은 위기이면서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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