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정부가 지난 17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등, 전세 규제와 갭투자 차단에 나서면서 불똥이 은행권으로 튀고 있다. 최근 은행권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로 인하하면서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줄어들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바 있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규제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영업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전세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으로 원금회수가 보장된 알짜 수익원인 만큼,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의 우회방안인 신용대출이 증가할 것을 예상, 대출심사를 강화해 리스크를 줄인다는 입장이다. 또한 중소기업대출을 강화해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에 불고 있는 집값 풍선효과를 근절하기 위해, 올해 들어 7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의 주요 골자는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시 무주택자는 6개월 전입, 1주택자는 6개월 내 기존 주택 매매 및 새집 전입의무 부과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주담대 전면금지 △전세대출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초과 아파트 매입 시 전세대출 회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 신규 구입 전세대출 보증 제한 △HUG 1주택자 대상 전세대출보증 한도 2억원 인하 등이다.
이는 주담대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개편하고 전세자금대출(전자대) 규제를 대폭 강화해 주택시장의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주담대와 전자대의 규제 여파가 부동산 시장을 넘어 은행권으로 밀려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하면서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도 0%대에 진입하고 있다. 이에 저축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일이 쉽지 않아지자 많은 이들이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실제로 18일 기준, 시중 주요 은행 18곳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기본금리는 0.85%며, 평균 적금금리는 1.17%이다. 이 같은 저금리 기조와는 반대로 주택시장은 저금리를 이용한 대출로 이익을 창출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실거래가 증가했다.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4062건으로 4월에 비해 34.5%가 증가했다. 더불어 서울 지역의 갭투자 비중은 올해 1월 48.4%에서 지난 5월에는 52.4%로 증가했다.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하듯 지난 5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3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또한 이들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5월 한 달 동안 9조6941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5월의 6조9795억원과 비교하면 38%가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한 주택구입과 갭투자가 증가하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문제는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의 불똥이 은행권으로 튈 것이란 점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은 총 74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063억원에 비해 1613억원이 감소했다.
이는 사상 최저 수준인 0%대 기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행권의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계속해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은행권의 대출을 옥죄면서 은행권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은 세입자가 HUG로부터 전세 계약에 대한 보증서를 발급받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에, 공인 기관이 인증을 한 만큼 은행권에서는 안전한 대출상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주담대에 비해 만기도 짧다.
하지만 안전한 먹거리 대출상품으로 꼽히던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은행권은 새로운 대응 전략을 찾아 나서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은 규제가 심해 서서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율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전세대출이 보증이용 제한과 3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 시 전세대출 즉시 회수라는 규제가 시행될 경우, 파급력이 다소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의 우회 통로로 활용되던 ‘신용대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비대면 신용대출이 확대되고 있고 신용대출 용도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 만큼, 신용대출로 인한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대출심사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은 빅데이터를 고객들의 대출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에서 제공하는 ‘하나원큐신용대출’은 직장 정보, 소득과 보유 자산 등을 통해 고객들의 대출한도와 금리를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우리은행은 개인 신용대출 심사에 실질적인 상환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자산평가지수’를 도입했다. 자산평가지수는 개인이 보유한 자산 중 주택의 평가금액을 규모별로 등급화해 신고소득이 적은 고객의 대출상환 능력 평가 시 이용하는 보완적 지표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로 대출이 급증하며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관리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져 은행권에서는 자체적으로 신용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 대책이 시행되기 전이라 신용대출이 늘어날지는 알 수 없지만, 올 초부터 급증한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시중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통해 수익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지원정책과 맞아 떨어지는 만큼, 새로운 수익 창출의 방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 대출은 높은 연체율과 낮은 회수 가능성이 단점이다. 이에 리스크 관리를 통해 우수 중소기업을 선점, 이를 해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