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談] SK·롯데물산 직원간의 ‘남자 반바지’ 논쟁…더운데 ‘긴바지옥’ 견디라고?
남성 반바지 금지문화는 미관상 이유?/박원순 서울시장의 반바지 권장도 안먹혀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SK에 근무하는 직장인 A씨(남)는 최근 여름철 출근 복장과 관련해 “남직원은 반바지 입고 출근할 수 없나요”라고 문의했다. 사측은 “규정상 안돼요”라고 답변했다. A씨는 폭염이 예상되는 올 여름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싶었으나 꼼짝없이 ‘긴바지옥(긴바지와 지옥의 합성어)’에 갇히게 생기게 된 것이다.
A씨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어플리케이션(앱)에 결국 ‘미니스커트는 되는데 왜 5부 반바지는 안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블라인드앱에서는 A씨의 글을 두고 가볍지만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 “미니스커트는 OK 인데 남직원 반바지는 왜 NO?” / “남성들 다리털은 극혐” / “다리털도 빠션, 펌하면 예뻐”
한국전력공사 직원 B씨는 “미니스커트는 되는데 왜 남직원 반바지는 안되냐”면서 “그 이유가 참 궁금하다”며 공감을 표했다. 동국제강 직원 C씨도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싶다”고 거들었다.
SK텔레콤 D씨가 “회사 측에 물어봐야 되는 것이 아니냐” 묻자, A씨는 “(사측에서) 규정상 미니스커트와 남직원 반바지 복장이 둘다 안된다고 했지만, 미니스커트는 뭐라 안 하는데 5부 바지를 입으니 뭐라 하더라ㅇㅅㅇ”이라고 토로했다. ‘ㅇ(눈) ㅅ(입 혹은 코) ㅇ(눈)’은 귀여운 얼굴 표정이나 특별한 의미 없이 멀뚱한 표정을 표현할 때 쓰는 이모티콘 혹은 신조어이다.
한국미스미 직원 E씨는 “여자들 반바지를 허용하면 남자들도 허용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남자들 다리털이 극혐”이라며 남직원 반바지 복장이 여직원에 비해 미관상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E씨는 남성 반바지에 대해 다소 혼란스러운 입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 직원 C씨는 “다리털도 빠션(패션)"이라며 “베이비펌(퍼머) 하면 이쁠 수도 있다”고 받아쳤다.
롯데물산에 재직중인 F씨는 여성의 미니스커트는 사실상 허용하면서 남성의 반바지를 금지하는 관행에 대해 약간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여직원에겐 지적할 수 없어서 그런 게 아니냐”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성희롱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아시아나항공 G씨는 “요즘 버뮤다 팬츠는 정장스타일로 많이 나오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했다. 버뮤다 팬츠는 남녀가 놀이용으로 입는, 무릎 위까지 오는 반바지를 뜻한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남성 반바지' 허용, 실질적으로는 금지?
남성 반바지에 대한 논쟁은 블라인드앱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최근 은행권에서도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지만 유독 남직원 반바지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박하다. 한 은행 직원은 “남성 반바지 착용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가벼운 화제로 자주 오른다”고 전했다.
남성 근무복장으로서 반바지를 허용하는 기업은 적지 않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도 원칙적으로 남성 임직원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참여율이 높지 않다. 또 제도적으로는 허용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금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한 남성은 “회사 차원에서 반바지 착용을 제한하진 않지만, 굳이 튀게 입어서 상사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아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보수적인 업무복장을 업무예절로 연결짓는 직장상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9부 바지 정도는 괜찮지만 7부, 5부바지는 엄두도 못낸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모하고 반바지를 입는다고 해서 쿨비즈 문화가 정착되진 않을 것”이라며, “실용적인 복장이 예절에 어긋난다는 기성세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업무복장에 대한 전반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7월 반바지를 입고 패션쇼에 출연까지 했지만, 서울시 남성 공무원들이 반바지 복장으로 근무하지는 않았다. 결국 무더위가 돌아올 때마다 ‘쿨비즈(Cool-biz)’ 문화, 즉 시원한 업무복장이 장려되지만 올해도 남자 반바지를 입는 대기업 직원은 찿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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