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vs 신한, 대손충당금·마이데이터가 하반기 리딩금융 성적 가를 승부처?
신한, 라임사태 리스크 관리가 주요 변수 / KB, 자회사 편입과 플랫폼 구축 중요해져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올 1분기 실적에서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그룹을 앞지른 가운데 올 하반기 리딩금융 성적을 좌지우지할 변수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단 금융업계에서는 단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각종 금융사고 관리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꼽고 있다. 또한 생명보험사 등의 자회사 편입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론 마이데이터 사업 선점을 통한 신 수익원 창출과 브랜드 가치 제고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리딩금융의 자리는 93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2029억원 차이로 KB금융을 따돌린 신한금융이 차지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하반기에는 코로나19의 타격이 본격화되고, 라임사태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의 손실 보상에 관한 대응이 실적과 직결되면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신한금융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에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 1분기, 신한금융…비은행부문 강화로 실적↑ vs KB금융…비은행 추가 수익 반영 前, 라임사태 대손충당금 비용 마련으로↓
신한금융이 올해 1분기 리딩금융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은행 사업부문이 강화된 덕분이었다.
신한금융은 올해 1월 오렌지라이프의 잔여 지분 40.85%를 모두 인수해 자회사로 완전 편입했다. 이에 따라 1분기 연결손익에서 오렌지라이프의 지분 손익이 100% 그대로 포함됐다.
오렌지라이프의 1분기 자산규모는 비은행부문 중 4.1%로 신한카드와 동등한 수준이었다. 당기순이익은 595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에서 6.4%를 차지했다.
신한카드의 리스업무 수입수수료는 6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8%(238억원)가 증가하면서 비은행부문 수익을 견인했다.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 측은 “카드 리스자산 확대로 인해 리스업무수입수수료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신한금융의 비은행부문 이익 비중은 34%에서 35%로 확대됐다.
반면 KB금융그룹의 경우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기 전이었기에 비은행부문 추가 수익이 없었다. 또한 라임사태 관련 손실과 충당금 마련 등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KB금융은 KB증권의 라임자산운용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 거래 관련 평가손실 등으로 400억원 정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한 라임펀드 회수불능채권 공제를 위한 대손충당금도 190억원 정도 적립했다. 대손충당금은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사용하는 회계 계정이다.
이에 대해 KB금융 측은 “라임자산운용 TRS 거래 관련 평가손실과 일회성 (대손)충당금이 발생한 탓에 아쉬운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 단기실적…신한금융 대손충당금↑ vs KB금융 푸르덴셜생명·프라삭 편입으로 순이익 증가 / KB금융 앞설 가능성有
결국 하반기 실적과 직결되는 주요 요인으론 금융사고 보상과 관련된 대손충당금 규모가 될 것이다. 즉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으로 얼마를 지출할 것인지가 관건인 셈이다.
대손충담금을 쌓게 놓게 되면 판매 및 일반관리비 항목의 대손상각비로 처리되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그만큼 줄어들고, 이는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하지만 손실이 우려됐던 매출 채권이 무사히 회수되면, 대손충당금은 사내 적립금으로 전환돼 당기순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라임사태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만큼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신한금융은 라임펀드 손실 보상안이 최근에야 확정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19일 고객 손실의 30~70%를 자율보상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 원금의 50%를 우선 지급하고 사후 정산하는 방식을 확정했다.
여기에 독일 헤리티지 DLS 손실 보상도 관건이다. DLS의 전체 발행 금액은 약 46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신한금융투자는 82.6%에 해당하는 3799억원을 판매했다. 더욱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3월 원금상환이 지연된 고객들이 늘어나자, 투자금 50%(1899억원)를 가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사태와 독일 헤리티지 DLS 관련 충당금으로 1000억~2000억원 정도를 쌓아 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1분기 KB금융과 벌려놓은 2000여 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상쇄시키는 규모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라임펀드 관련 손실이 늦게 확정된 만큼, 1분기에 충당금을 여유롭게 쌓아놓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대손충당금 규모(비용)가 하반기 실적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KB금융그룹은 2분기와 3분기 소액대출금융기관인 캄보디아 프라삭(Prasac)과 푸르덴셜생명의 인수를 각각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금융업계는 이 두 건의 인수합병(M&A)으로 약 1000억원의 그룹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은 프라삭 인수를 통해 리테일(소매금융)의 해외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그룹의 글로벌 순이익을 확대하게 됐다.
푸르덴셜생명은 연간 1000억원 대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어, 이것 역시 인수 완료 후에는 그룹의 순이익에 반영될 예정이다. 따라서 일회성 비용과 수익원 등을 고려할 경우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설 가능성이 있다.
■ 중장기적 수익원 마이데이터 사업 선점 경쟁…신한금융, ‘전사적 데이터 퍼스트’ vs KB금융, 클라우드 안정성 확보 등 속도전 / 신한금융 선점 가능성有
이에 중장기적 수익원 확보를 위한 마이데이터 사업의 선점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지난 5월부터 금융보안원의 데이터거래소 시범 사업자에 투톱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신한은행은 데이터 공급자로 나선지 하루 만에 인기 있는 기업 1위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신한카드는 2013년 말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한 이래, 국내 데이터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더욱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초 ‘디지털 후견인 제도’를 도입해, 그룹의 데이터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에게 맡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데이터 담당 조직과 인력에 관한 교육을 바탕으로 새 비즈니스 발굴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올 하반기 마이데이터(MyData·본인신용정보관리업) 허가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일 금융지주사 내에서 복수 사업자 허가도 가능하기 때문에,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모두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한금융이 라임사태 등 금융사고로 타격을 입은 만큼, 마이데이터 사업 선정은 신뢰도를 회복하고, 데이터 프론트(front)로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다”고 내다봤다.
KB금융 역시 마이데이터 사업 선점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선보였다.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이 서비스는 KB국민은행을 거래하는 고객들은 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하듯이 금융이 연계된 이동통신서비스(Liiv M·리브모바일)를 이용해 원스톱으로 가입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을 위한 플랫폼 구축도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달 25일 KB금융은 아마존 웹 서비스(AWS·Amazon Web Service)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AWS 클라우드 서비스가 금융보안원의 안전성 평가를 통과함에 따라, 개인 데이터를 다루는 데 있어서 더 안정적인 플랫폼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신한금융 자회사들이 먼저 시범 거래소로 선정돼 관련 노하우를 쌓은 만큼, KB금융 입장에선 마이데이터 사업 선점을 위한 특단의 전략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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