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친환경기업 풀무원 이효율 대표, 남승우의 ‘전문경영인론’ 입증한다
오너인 남승우 전 CEO가 쏜 혁신의 신호탄 / 공격적 투자해온 해외 시장 실적 개선 조짐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국내 대표적 친환경식품기업인 풀무원 이효율(63)총괄 대표이사는 2조원 대인 매출액을 3년 안에 3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제시했다. 이 대표가 이 같은 경영목표를 달성할 경우 오너인 남승우(68) 전 총괄 최고경영자(CEO)가 도입한 전문경영인 체제의 타당성을 입증한다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남 전 CEO는 지난 2018년 은퇴하면서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대신에 풀무원의 ‘사원 1호’인 이 대표를 선택했다. 혈연관계에서 벗어나 능력본위로 CEO를 뽑아야 기업이 발전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지론을 실천한 것이다. 차기 대표도 전문경영인이 추천한 인물을 CEO 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시스템를 구축해 놓았다. 피땀 흘려 일군 기업의 경영권은 혈육에게 승계해야한다는 한국적 기업관행을 깨는 혁신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평가된다.
■ 이효율 대표, 악조건 딛고 3조원 매출 시대 선언 / “수익성 기반 성장을 반드시 실현할 것”
풀무원은 최근 3년 해외 사업 부진 등의 이유로 영업이익 감소를 겪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매출 호조를 보이면서 반등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27일 서울 예장동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풀무원은 2020년대를 시작하는 첫 해를 맞아 글로벌 로하스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으로 ‘글로벌 New DP5’를 선언한다”며 “풀무원은 3년 안에 매출 3조 원을 달성하고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창출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3815억원, 영업이익 306억원을 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4.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1%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75억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 3년간 매출액 추이에는 큰 변동이 없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감소세에 있다. 특히, 금융손익과 영업외손익까지 합산하는 당기순이익은 △2017년 304억원 △2018년 110억원 △2019년 -75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국내정치사회적 환경 및 글로벌 시장 상황 등으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주주총회에 인사말에서 “지난해 풀무원은 전례 없는 저성장 기조와 임금인상, 원부자재 가격 상승의 3중고 속에 전사 매출 2조3815억 원을 달성하여 전년대비 4.8% 성장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면서도 적자 전환에 대해서는 “올해 국내 사업은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해외 사업은 수익성 기반 성장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해외사업에서도 미국 두부시장과 김치시장 점유율 1위의 성과, 중국 파스타와 콩 제품의 매출 성장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각오이다.
풀무원의 당기순이익 감소는 해외부문의 실적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구조이다. 국내에서 돈을 벌면 해외사업에 그 절반을 투자하는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펴왔다. 그 결실을 언제 거둘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이다. 이와 관련 국내 친환경식품기업의 효시인 풀무원이 해외시장에서도 그 진가를 인정받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풀무원은 1991년 대표제품 두부와 소스류 등 신선식품을 들고 미국의 한국 교민시장에 일찍이 진출했다.
또한, 법인수에서도 해외 사업은 주 영업인 식품 및 식자재 다음으로 가장 많은 법인수를 지니고 있다. 풀무원의 영업부문 별 법인수는 △지주 1개 △식품 및 식자재 13개 △푸드서비스 및 외식·물류·건강생활 1개 △해외 8개 △기타 7개 등이다.
풀무원은 매년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하지만 해외부문 실적은 △2018년 389억1300만원 △2019년 399억4900만원 △2020년 361억6100만원 등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단, 이러한 실적이 올해 들어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지난 1분기 해외 부문 영업손실은 34억4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손실(69억1700만원) 대비 절반가량의 개선을 이뤄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전역에서 순차적으로 두부의 가격이 인상된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2015년부터 1년의 절반을 미국 출장으로 보내는 등 미국시장에 특히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머지않아 해외사업 부문 투자의 수확을 거둘것으로 예상된다. 풀무원 관계자는 6일 본지와의 전화연결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 해외에 진출한 지 오래 됐는데 그 결실이 맺어지고 있는 중이다”며 “당장의 흑자전환을 이뤄낼것이다라고 단언할수는 없지만 그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면역, 위생 등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내세우고 있는 풀무원의 김치와 두부 식품 등이 매출에 영향을 받은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 ‘바르고 건강한 먹거리’ 내세우는 풀무원, 전문경영인체제라는 사회적 가치 실천 / 적극적 위기대처 통해 브랜드 가치 지켜
풀무원은 ‘바르고 건강한 먹거리’를 내세우고 있다. 경영체제 면에서도 이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천했다. 오너경영체제를 고집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했다.
지난 2017년 12월 말 전 풀무원 CEO였던 남승우 풀무원 의장은 이 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남 의장은 당시 퇴임행사도 없이 전자결제시스템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초 남 의장은 풀무원 창업주인 故 원경선 원장의 아들인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친구이다. 원 의원은 기업을 물려받아 경영을 이끌었지만 사업 확대 단계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창 친구인 남 의장에게 풀무원을 맡겼다. 오너십을 넘긴 것이다. 남 의장은 33년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키워냈다.
지난해 6월30일 기준으로 남 의장은 풀무원 주식 51.84%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이다. 또한, 2013년 남 의장의 아들 남성윤씨가 피씨아이(구 풀무원아이씨)로부터 75.92%의 지분을 넘겨 받았다.
더불어 ‘바르고 건강한 먹거리’를 내세우는 풀무원은 식품의 청결을 중요시 여긴다. 하지만, 지난 2018년 9월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푸드머스가 6개 광역도시 각급 학교에 급식으로 공급한 ‘우리밀 초코블라썸 케익’을 먹고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인 바 있다. 위기상황이었다.
그러나 풀무원은 솔직한 사과와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통해 그 위기를 극복했다. 이를 통해 풀무원의 브랜드 가치를 지켜낼 수 있었다.
당시 풀무원은 사과문을 통해 “우리밀 초코블라썸 케익으로 발생한 식중독 사고와 관련해 유통판매업체로서 피해자와 고객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식약처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고객 여러분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현재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자진 회수해 판매를 중단했고 빠른 시일 안에 식중독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당국의 역학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 법인 설립 입사한 ‘1호 사원’ 이효율 대표, 임직원들에게 ‘긍정의 힘’ 제공
이 대표는 1957년생으로 1980년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풀무원에 입사했다.
이 대표는 풀무원이 법인 설립을 하기 직전 해인 1983년 입사한 ‘1호 사원’으로 출발해 CEO가 된 입지적인 인물이다. CEO가 되는 데 34년의 시간이 걸렸다. 풀무원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볼 수 있다. 풀무원 임직원들에게는 “나도 CEO가 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이다.
이 대표는 영업, 마케팅, 생산, 해외사업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2004년 풀무원 마케팅본부 본부장 이후 △풀무원식품 최고운영책임자 △풀무원식품 부사장 △풀무원식품 대표이사 사장 △푸드머스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그의 대표적인 성과로는 푸드머스 대표를 맡아 적자였던 사업을 ‘흑자’로 전환한 것을 꼽을 수 있다. 2016년 푸드머스는 매출 4500억원, 영업이익 241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푸드머스를 브랜드 중심사업으로 탈바꿈시켜 안정적인 성장 구조를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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