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공정해야할 언론사 및 코레일 등 공기업에서 열정페이가 웬말, 그 원인은?

이채원 기자 입력 : 2020.07.18 07:11 ㅣ 수정 : 2020.07.18 07:11

열정페이 갑질과 커리어 채용에 지친 청년들, 공무원 시험에 눈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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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공정성 실현에 앞장서야할 언론기관, 공공기관 및 공기업 등에서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고 인턴사원을 고용하는 열정페이 갑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정페이란 무보수 혹은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적은 월급을 주며 열정만으로 청년들의 노동을 요구하는 신조어다. 열정페이는 대개 대기업, 국가기관 등 취업이 까다로운 곳이나 인턴을 고용하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내 일자리는 어디에' [자료제공=연합뉴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라고 하지만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회가 나서서 열정페이 금지법을 만들만큼 한국사회에서의 열정페이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교육부에서는 최저임금 70% 지급과 근로계약서 작성의무를 명시한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개선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기업들은 청년들에게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열정페이 갑질이 만연한 기업들

 

국내 뉴스전문 방송사에서 일했던 K씨(26)는 기자와 만나 "리포터로 일을 했는데 프로그램이 개편되면서 잘렸다"며 "다른 직종 인턴들은 월급도 다 받던데 여긴 경력을 만들어준다는 이유로 돈 한 푼 안받고 일만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기는 매년 이렇게 피디, 리포더 등을 학생들을 대상으로 뽑아 인력을 보충하고 무보수로 일을 시킨다"며 "언론계열은 특히 경력을 만들기 쉽지 않아서 내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줄을 섰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못한다"고 주장했다.

IPTV채널 방송사에서 일했던 B씨(30)는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아나운서라고 공고가 나서 필기시험과 2차 면접을 보고 들어갔더니 경제 관련 방송은 아무것도 못했다"고 말했다.

B씨는 "사실 어떤 방송 일을 해도 상관 없었지만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은 월급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며 "계속 월급을 '다음달에 주겠다'고 미루더니 결국 퇴사할 때까지 못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왜 신고를 못했냐는 기자의 말에 "노동청에 신고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이쪽 업계가 좁아서 신고하면 채용 보복을 당할까봐 무서워서 신고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필수앱인 블라인드 앱에서도 열정페이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코레일에 다니는 R씨(30)는 ”신입이라는 이유로 야근을 열정만으로 강요하고 근무시간 외 근무를 원한다“며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상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에서도 이 문제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중소기업을 8개월 동안 다닌 H씨(28)는 "가족같은 회사라고 하더니 가족같이 돈 안받고 일해주기를 원했다"며 "연장수당없이 열정만으로 일을 강요하는 대표 때문에 곤욕이었다“고 말했다.

 

■ 커리어 채용 시스템의 부작용

무보수 취업자들은 후에 불이익이 주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노동청에 신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가 좁아 한번 밉보이면 관련 분야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커리어를 쌓기 위해 해외 유학과 대학원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채용 시스템에도 작용한다는 것이 취준생들의 입장이다. 취준생들은 아르바이트조차 경력 위주로 뽑는 채용 시장에서 살아남고자 무보수 인턴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테리어 업체 중소기업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 U씨(24세)는 ”월급도 적게 주면서 매일 야근을 시켰고 야근 수당같은 건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이럴 바에 출퇴근시간이 보장되고 경력이나 학력을 보지 않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보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 고사장에 들어가는 수험생들 [자료제공=연합뉴스]

결국엔 공무원?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889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49%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로는 ‘초임은 적지만 근무시간이 안정적이기 때문에‘와 ’노후가 보장되므로‘의 답변이 각각 18%로 가장 많았다.

이렇듯 커리어 채용 시스템에 지친 청년들은 시험 채용 시스템인 공무원 시험에 눈을 돌린다. 시험을 통해 취업을 하는 시스템이라면 열정페이와 같은 기업들의 갑질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돈으로 경력과 경험을 사는 불공평함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무원을 택하는 일도 다반수다. 올해 공무원 시험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로 9급 공무원 시험에만 18만명이 모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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