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 ‘잇단 압도적 표차’ 검찰 합법견제 평가…“이재용 결정 촉구 메시지”
김영섭
입력 : 2020.07.26 14:16
ㅣ 수정 : 2020.07.26 15:48
법조계·재계 “검찰, 잘못된 관행 개선하려면 수사심의위 권고 존중해야”
[뉴스투데이=김영섭 기자] 외부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주요 사건 심의에서 잇따라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의결해 주목된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기소권 행사에 대한 합법적인 견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사심의위가 압도적 표차의 한동훈 검사장 불기소 의결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중단·불기소를 10대3의 표차로 의결했음에도 한달 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검찰을 향해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담당 수사팀의 엄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잇따라 제기된다.
■ 압도적 표차 이재용·한동훈 수사중단·불기소 권고 ‘의미 되새겨야’
26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지난 24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심의위원 15명 중 10명이 수사 중단, 11명이 불기소의 압도적 다수 의견을 냈다.
특히 한 검사장은 이번 수사심의위에 출석해 질의응답에서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해도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중 한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선명한 기록을 역사 속에 남겨주십사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곧바로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심의위 의결 직후 입장문에서 “한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피의자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 등을 감안해 ‘수사 계속’ 의견을 개진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한 검사장 상대 수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 검찰은 꼭 한달 전 지난달 26일 수사심의위가 이재용 부회장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를 내렸지만 이에 대한 수용 여부를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외부로 확인되는, 뚜렷한 이유 없이 수사심의위 권고 이후 한달 넘게 장고(長考)를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 검사장과 마찬가지로 10대 3의 압도적 표차로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와 수사중단을 권고했지만 검찰이 ‘시간끌기’를 넘어 ‘명분쌓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과 한동훈 검사장 담당 수사팀이 소속한 서울중앙지검은 이례적으로 일요일인 지난 19일, 자체 부장검사 회의를 ‘비밀리에’ 열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 “수사팀, 엄정한 판단 필요하다” 곳곳서 제기…“정치적 개입은 안돼”
법조계 인사들은 이재용 부회장 불기소 의결이 ‘표류’하는 상황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수사심의위 의결이 내려지면 통상적으로 1∼2주 내로 권고 사항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8차례 수사심의위 의결이 있었고 한번도 예외가 없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의결이 ‘권고’ 형식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1∼2주 내에 의결을 따르지 않은 선례가 단 한번도 없다”며 “세간의 관심이 쏠린 주요 사건에서 수사심의위가 잇따라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놨다는 점에서 검찰권 남용에 대한 합법적 견제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재계 관계자는 “한동훈 검사장이 이번 수사심의위에서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결백을 호소한 게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맥락에서 이재용 부회장도 어떤 외부적 이유로 수사가 1년 8개월이나 지속된 데 이어 한달 전 수사심의위의 압도적 권고에도 검찰이 계속해서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간 이와 관련해 한 검사장에 대한 ‘검언유착’ 의혹 수사나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수사는 ‘수사대상 아닌 정치적 사안’이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한 검사장 의혹과 관련해 취재 함정을 파서 ‘검언유착’ 프레임을 만들었다는 이른바 ‘권언유착’ 주장 또한 빈틈없이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수사심의위가 잇따라 압도적 표차로 기소중단은 물론 수사중단까지 의결한 만큼 공명정대한 수사로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며 “어떤 이유에서건,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 정치적 의도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면, 개혁이라는 도마 위에 올라 있는 검찰은 스스로의 책임은 면할 길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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