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증권사가 원정개미잡기에 올인하는 까닭은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이 해외 원정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환전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해외 종목 발굴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은 지난 5월부터 성장이 유망한 해외종목을 발굴 투자하는 펀드를 판매하고 있으며 KB자산운용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데이터센터·정보기술(IT) 인프라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를 출시했다. 또한 삼성증권은 환전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으며 키움증권은 해외주식거래수수료를 0.1%로 낮추는 한편 미국 주식 첫거래시 40달러를 지급하는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증권업계가 원정개미 잡기에 나선 이유는 해외주식 거래가 알짜배기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이에 해외 투자를 장기적인 수익창구로 확대하려는 증권사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해외투자펀드 순자산총액은 202조345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163조7548억원)에 비해 23.5%(38조5909억원)가 증가한 것으로 해외 투자 펀드 순자산이 200조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투자 금액이 증가한 만큼 펀드 수도 증가해 올 상반기 해외투자펀드 수는 4606개에 달한다. 이는 2018년과 비교하면 34.7%(1187개)가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709억1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의 229억1000만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209.5%가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해외로 국내 투자자금이 빠져 나가는 것은 갈수록 강화되는 부동산 규제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을 넘어 해외로 몰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주식은 국내에 비해 수익률이 높기에 일시에 특정 종목에 개미들의 발길이 쏠리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종목 중 하나인 테슬라는 6개월 동안 270%가 급등해, 199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국내 개미들의 테슬라 결제금액은 올해 7월 40억달러에 이르러,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며 1271.9% 증가한 상태다.
이에 국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은 환전 수수료를 인하하는가 하면, 해외 주식종목의 발굴에 나서는 등 원정 개인투자자들의 발걸음을 국내로 되돌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증권도 지난 22일 해외주식 거래·환전 수수료를 0.25%에서 0.09%로 대폭 인하했으며 신규 온라인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간 시세 무료 혜택과 국가별 최대 95%의 환율 우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관련,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번에 인하된 수수료는 업계 최저수준에 해당하며 해외 ETF와 ETN 수수료는 아주 파격적인 수준이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역시 연말까지 나무 앱을 이용해, 증권 계좌를 개설한 신규 해외거래고객에게 수수료 0.09%, 환전우대 95%를 적용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5월부터 향후 10년을 주도할 산업에 속한 해외종목을 발굴 투자하는 ‘미래에셋글로벌넥스트노멀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증권사들이 환전 수수료를 인하나 해외 주식종목의 발굴에 나서는 이유는 해외주식 거래는 국내 주식보다 수수료율이 높은 데다 환전수수료까지 더해져 알짜배기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개미들이 늘면서 국내 증권사의 해외주식 수수료는 올해 1분기 9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62억원에 비해 2.7배가 늘었다.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증권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있는 셈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투자를 장기적인 수익창구로 활용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증시로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뚜렷해, 운용사들이 고객이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며, “증권사 역시 수수료 인하나 환전 혜택을 제공해 이를 장기적인 수익창구로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관계자 역시 “해외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거래비용 혜택과 편의성 강화 등에 더해 알기 쉬운 언택트 투자정보까지 지원해 머니무브의 글로벌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급성장하고 있는 해외주식과 펀드의 가치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은 일부 업종의 현재 주가가 실적에 비해 고평가 됐다는 분석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