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수천억 투자로 '독자경영'성공한 김영진 한독 회장,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날개 달다
2012년 '독자 경영' 선언 후 약가인하 등으로 위기 직면 / M&A 통해 제약바이오 성장동력 확보 / 선친 유지 받들어 '존경받는 기업' 만들기가 목표
[뉴스투데이=안서진 기자] 한독은 지난 1954년 창업한 중견 제약회사다. 국민 소화제 ‘훼스탈’,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 등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한독은 지난 2015년부터는 국내를 넘은 글로벌 토탈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독을 이끄는 사람은 바로 창업주 2세인 김영진(64) 회장이다. 한독 창업주인 고(故) 김신권 한독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김 명예회장은 전쟁 이후 국내 제약업계의 기반을 닦은 1세대 창업주다. 6·25전쟁 피난길에 약을 팔던 ‘약재 장수’ 로 출발해 한독의 터전을 닦았다. 김영진 회장은 70여년 동안 약업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존경받는 기업' 만들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 코로나19 속 '강한 기업' 면모, 2분기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14.52%증가/ 수천억 투자한 M&A효과 가동 시작
김영진 회장은 '한독'을 위기에 강한 기업으로 만들었다. 수십년 간 합작해온 외국계 제약사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왔다. 한때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 징후를 보였으나, 김 회장의 통찰력은 주효했다. 주력인 제약바이오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안정적인 성장 가도 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지만, 한독은 유한양행, 종근당 등과 함께 실적 개선을 이뤄낸 제약사 반열에 올랐다. 1분기보다 2분기 실적이 더 좋다.
한독은 올해 2분기까지의 잠정 매출액 235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17% 늘어난 수치다. 2분기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7.29% 증가한 121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4.52% 증가한 153억 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49.55% 증가한 88억 원으로 대폭 개선됐다.
한독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86억 원에서 2013년 75억 원 등으로 감소하다 지난 2017년에는 19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2018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지금까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이 관계자는 “2017년까지는 사업상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투자의 결실을 맺는 중이라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독의 2분기 실적을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건강기능식을 제외한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메디컬 디바이스 등 전 사업부가 고른 성장을 보였다. 매출의 60% 비중을 차지하는 전문의약품 부문은 당뇨 및 희귀질환 주력제품 성장과 신제품 효과를 봤다.
다만 건강기능식품 부문만 매출액이 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6.6% 감소했다. 건강기능식품 중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는 숙취해소제 ‘레디큐’의 판매 부진으로 분석된다.
한독 관계자는 “숙취해소제 레디큐는 숙취해소제 최초로 면세점에 들어갈 만큼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면서 “중국인들이 국내 여행 왔을 때 대량으로 구매해갔는데 아무래도 코로나19 영향으로 하늘길이 막히다 보니까 수출 및 면세점 매출 악화로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독은 오는 3분기에도 실적 전망이 밝다. 파스퇴르 백신 6종, 알츠하이머 치매치료제 엑셀론, 간질약 트리렙탈 등이 새로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독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인수합병(M&A) 대표 주자 중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에도 총 5개 기업에 지분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결정한 투자금만 450억 원에 달한다.
사실 한독이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는 것은 지난 2012년 외국계 제약회사 사노피아벤티스와 48년 만에 합작 관계를 청산하면서부터다. 지난 2006년부터 김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한독을 이끌어오고 있는 김 회장은 2012년 '독자 경영'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가 독자 경영을 선언한 뒤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정부의 약가 인하 등으로 의약품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한독의 매출 성장세가 대폭 꺾이게 된 것이다. 이때 김 회장이 꺼낸 카드가 바로 ‘M&A’다. 김 회장은 M&A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12년 340억 원을 투자해 국내 바이오 벤처 제넥신을 인수했다.
그 뒤에도 그는 지난 2013년 235억 원을 투자해 한독테바 합작법인을 세우는가 하면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 부문을 635억 원에 인수하기도 하는 등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M&A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외에도 한독은 오픈이노베이션에 주력하고 있다. 한독은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물론 부족한 파이프라인 가치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독은 지난해에만 국내·외 제약바이오사 10곳에 투자를 진행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이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업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 학사,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캠퍼스 켈리비즈니스스쿨 석사를 마쳤다. 그는 지난 1984년 한독약품 경영조정실 부장을 거쳐 1991년 경영조정실 전무이사, 1992년 대표이사 부사장, 1996년 대표이사 사장, 2002년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다 2013년부터 한독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의 경영 철학은 ‘투명 경영’, ‘신뢰 경영’이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사실 김 회장의 이러한 경영 철학은 아버지 김신권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창업 정신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김 명예회장은 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한 뒤 장사를 시작하면서 항상 바쁘게 발로 뛰고 남보다 낮은 위치에 있었다. 이런 경험 탓에 김 명예회장은 아들인 김 회장이 항상 고객에게 머리를 숙여가며 낮은 자세로 경영을 하는 경영인이 아닌 교수나 의사처럼 남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갖기를 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 달리 사업에 관심이 있던 김 회장은 아버지의 뒤를 따르길 희망했다. 김 명예회장은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그는 김 회장에게 “네가 신뢰, 노력, 투명경영을 마음에 새기고 상도를 지켜 한독약품을 경영해서 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체를 만들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회장은 “아버님 말씀대로 꼭 실천하고자 결심하고 말씀드립니다”고 답변했다.
그때의 다짐 이후 그는 실제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업의 ‘투명 경영’, ‘신뢰 경영’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대내외적으로도 이미 인정을 받고 있다.
한독의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2배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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