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ELF로 눈 돌려…ELS 대안 될까?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8.12 06:24 ㅣ 수정 : 2020.08.12 06:24

은행 금융투자상품 판매 사면초가 / ELF 판매 늘리면서도 당국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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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은행권의 주가연계펀드(ELF·Equity Linked Securities) 판매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ELF가 금융당국 규제로 활로가 막힌 주가연계증권(ELS·Equity Linked Securities)의 대안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LF는 주가연계증권(ELS·Equity Linked Securities)을 (공모)펀드로 만든 상품으로 장외파생 인가가 없는 일반 증권사와 은행도 취급할 수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ELS 및 사모펀드 규제로 인해 은행권이 ELF 판매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의 비이자수익을 견인했던 주가연계신탁(ELT·Equity index-Linked Trust)은 조기상환 문제와 총량 규제 때문에 판매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수익률 측면에서 ELS보다는 뒤처지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다보니 ELF가 뜨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은행권의 ELF 판매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ELF가 금융당국 규제로 활로가 막힌 ELS의 대안이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7월 4대 시중은행 ELF 판매액 9924억원 육박…지난해 7월 대비 5728억원↑ / ELS·사모펀드 판매 규제 등으로 인한 풍선효과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달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ELF 판매액은 9924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36.5%(5728억원)가 늘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3조458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3%(2조1790억원)가 증가한 수치다.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라임사태 등 각종 사모펀드 관련 사고와 금융당국의 ELS·사모펀드 판매 규제로 인해 은행권이 판매 채널을 ELF로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투자자보호 방안’에서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신탁·ELS 판매 등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완전 판매 등 각종 금융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 배경에는 은행이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ELS·사모펀드 등의 투자상품 판매를 늘린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기준, ELS 전체 판매액 46조8000억원 가운데 82%(38조5000억원), 개인투자자 판매액 가운데 88%(35조7000억원)가 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됐다.

사모펀드 판매 규모 역시 확대됐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70조6735억원 가량의 사모펀드를 판매했다. 수수료 수익은 3315억원을 기록했다.

사모펀드 수수료 수익은 2015년 356억에서 2016년 489억원, 2017년 674억원, 2018년 836억원, 지난해 960억원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사태가 곳곳에서 터지면서 은행권은 사모펀드 판매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집계한 올 상반기 신규 설정된 펀드 규모는 35조176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1.8%(25조2642억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사모펀드 판매액은 작년 상반기의 55조7374억원에서 44.6%가 감소한 20조878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공모펀드가 8.2%(3839억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치다.

 

박 의원이 입수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이 중 5대 시중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액은 2조1758억원, 판매수수료는 18억원 규모로 급감했다.

 

■ ELF가 유일 대안ELT는 총량규제, ELB는 수익률 낮아 / 업계, ELF도 총량규제할 지 눈치게임

 
은행권에는 ELF 이외에 ELS의 대안으로 꼽힐 만한 금융투자상품이 없는 상황이다. ELT 등도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판매채널이 정체돼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ELT는 총량규제 때문에 적극적으로 판매를 늘리기 부담스럽다”면서 “이미 몇몇 대형 시중은행들은 판매잔액이 상한선에 상당히 근접해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DLF 사태 이후 ELT 판매 규모가 지난해 11월 잔액 기준인 약 40조원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지난달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ELT 잔액은 30조8733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발 폭락장으로 ELS의 조기상환이 어려워지면서 ELS를 담은 신탁 상품인 ELT 역시 판매에 차질이 생겼다. 특히 지난 5월 시중은행은 ELT 신규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앞선 관계자는 “원래 ELT는 주기적으로 조기상환이 원활히 이뤄지는 편이기 때문에 잔액을 크게 늘릴 필요가 없지만, 코로나 사태로 조기상환이 정체되면서 한도가 대부분 목끝까지 채워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신탁 수수료 수익은 은행의 비이자부문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수익원”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이를 크게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1분기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신탁 부문 수수료수익은 전체 비이자부문 수익(신탁·펀드·방카슈랑스)에서 56.2%(2045억원)나 차지했다.
 
원금지급형 상품인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Equity Linked Bond)는 ELS는 물론 ELF보다도 수익률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ELF가 연 4~6%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 반해, ELB는 평균적으로 2~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ELF 판매를 늘리면서도 상품 안정성을 높이는 등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선 관계자는 “ELF가 조기상환에 실패해도 중도에 상품 상환 등이 가능한 리자드 옵션을 추가하는 등 원금손실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A씨 역시 “ELF 판매를 늘리고는 있지만 마냥 늘리긴 어렵다”며, “ELT처럼 금융당국이 총량 규제를 도입한다면 은행의 금융투자상품 판매 활로가 막히게 될 것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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