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의 대변신, 반도체 소재 완전 국산화와 '미래도시' 정조준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90년대에 VHS 비디오테이프로 영상을 시청해 봤거나 이른바 ‘공 CD’를 구입한 경험이 있다면 ‘SKC’라는 상호명이 눈에 익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인상은 그야말로 추억에 불과하다. SK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SKC(대표 이완재 사장)는 문자 그대로 '딥체인지'중이다. 기존의 필름 및 화학분야에서 탈피, 모빌리티 소재와 반도체 소재를 양대 비즈니스모델(BM)로 삼은 전혀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혁신 요구에 가장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계열사 중의 하나로 꼽힌다.
SKC의 반도체 소재 사업 구상은 '수직계열화'라는 원대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해 한일경제갈등의 와중에서 일본 정부가 3대 핵심 반도체 소재의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을 때, 반도체 소재부품의 국산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SKC의 변신은 SK그룹의 반도체 산업 수직계열화를 완성시키는 핵심적 요소가 된다.
1982년에는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1984년에는 3.5인치 플로피디스크 개발을 거쳐 1986년에 CD 공장을 세웠다. 플라스틱 필름을 기반으로 한 기록매체 개발은 계속돼 1990년대에는 레이저디스크(LD), 미니디스크(MD), CD-R, CD-RW 등을 줄지어 자체 개발하면서 라인업을 늘려 나갔다.
그러다 석유화학 업계가 장기간 가라앉아 있던 2000년대 들어 PO 사업에 진입한 것은 첫 번째 변신이었다. 지난 2000년 6월에 SK에버텍 인수를 시작해 이듬해 11월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면서부터다. SK에버텍은 SKC의 CD 사업이 한창이던 때이자 유공야코화학 시절이던 1990년대에 PO 상업생산을 시작해 생산량을 늘려 오던 기업이었다.
이러한 사업부문의 수입원과 시장에서의 입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화학 부문에서는 PO를 비롯해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폴리올(PPG)과 프로필렌글리콜(PG) 등 플라스틱용 소재 사업은 생산기술 보유 업체 자체가 많지 않다. SKC와 일본 미쓰이화학 등이 시장점유율의 70%를 가져가는 과점 체제가 형성돼 있을 정도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새 업체의 진입이 마땅치 않아서다.
그렇지만 원료인 석유 가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이 제품이 최종적으로 흘러들어가는 자동차나 조선, 건설업 등의 산업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하락 국면을 타면 SKC의 화학사업 역시 함께 부진하게 되는 구조에 묶여 있다.
필름 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생산설비 규모로는 세계 4위이며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는 시장에 SKC와 같은 우리나라 기업이 뒤를 따라가는 구조다. 역시 포장용 필름부터 디스플레이용 필름에 이르기까지 관련 산업이 경기를 타거나 원재료값이 올라가면 수익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쓰이는 투명 PI필름 등 고부가가치 신소재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 강점=SKC솔믹스와 SK넥실리스라는 양대 자회사 체제의 효율성 / 전기차 시장 성장성은 신사업 ‘캐시카우’ 동력
반도체 소재는 SKC솔믹스, 2차전지 소재사업은 SK넥실리스라는 별도의 자회사를 통해 추진함으로써 각각의 전문성을 독립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우선 SKC의 반도체소재 사업 집중은 SK하이닉스라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소재부품을 개발해 상용화할 경우, SK하이닉스라는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유력한 파트너로 꼽힌다.
산업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올해 7월 기준 친환경차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9.3% 늘어난 1만7360대, 수출량은 12.5% 증가한 2만7468대다. 중국 시장에서도 공산당 차원의 보조금 지급 연장에 따라 지난 7월 기준 친환경차량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9.3% 늘어 9만8000대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NICE신용평가는 지난 5월 18일 SKC의 신용등급 평가 당시 보고서에서 “활발한 사업구조 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소요와 차입금 증가로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라며 “전지용 동박사업 부문의 실적향상 전망을 감안할 때 차입금 대응능력은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전지 사업의 가능성이 채무 위험을 상쇄하면서 SKC의 신용등급은 그대로 유지됐다.
■ 약점=대규모 인수합병 등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 / 구 사업부문 매출 우위 여전
그러나 나신평은 같은 보고서에서 여전히 재무적 부담과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부분으로 △주요 제품 가격 스프레드에 따른 화학 부문의 실적 변동 △동박 부문의 가동률 제고 등을 통한 실적 개선 추이 △신사업 추진 경과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유동성 위험 확대 △공급차질 및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 저하 가능성 등을 꼽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지박 등을 포함하는 ‘모빌리티 소재’ 부문은 올해 상반기 이 회사 매출에서 11.2%(1476억원)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반도체 부품 등을 포함한 전자재료부문 매출도 14.3%(1884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Industry 소재(필름) 부문은 43%(5648억원), 화학 부문은 26.8%(3526억원)에 달한다. 아직은 구사업 비중이 신사업 비중을 압도하고 있는 양상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로의 길도 아직 멀고도 먼 셈이다.
■ 정부의 정책적 과제=‘그린뉴딜’은 SKC에도 청신호…차질없이 보급사업 추진해야
SKC가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은 오는 2025년까지 예산 42조7000억원 등이 투입되는 ‘그린 뉴딜’이다. 지난달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 중 그린 뉴딜은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 등을 담고 있다. 이는 현재보다 10배 수준의 전기차가 공급된다는 시나리오이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부활이 즉시 중국 시장의 전기차 판매를 반등시킨 것처럼 우리나라 정부의 가장 유력한 정책적 수단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다. 실제 그린 뉴딜 계획에서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올해 만료돼야 할 보조금을 그린 뉴딜이 시행되는 오는 2025년까지 계속 지급하기로 했다.
이 계획의 주관 부처인 환경부는 지난 22일 친환경 모빌리티 보급 사업에 20조3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와 수소차를 보급하는 과정에서 구매보조금 지원 물량 자체를 늘리고 노후 경유차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과제를 내놨다. 전기차 충전 기반시설도 4만5000개 늘리고 신규 공동주택의 충전기 설치 의무대상도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