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생산성본부 CEO북클럽 (8)] 인공지능(AI)에 의한 인간축출 현상과 기업의 대응전략

이원갑 입력 : 2020.08.21 06:35 ㅣ 수정 : 2020.11.21 16:37

박성철 한양대 교수의 AI시대와 산업혁명의 비교관점 눈길/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몸과 마음이 함깨 출근하는 직원 비율 20%'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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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AI는 전 산업부문에 파고들 정도가 돼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일자리가 막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어느 정도 대체가 일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어 고급인지능력, AI 응용기술 등을 갖춘 근로자가 필요하게 됩니다”

 

2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온-오프라인 연계로 진행된 ‘2020 한국생산성본부 CEO 북클럽’ 8회차 강연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박철성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기술 발전으로 사라지는 일자리, 해결책은 없는가?’를 주제로 한 강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2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박철성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기술 발전으로 사라지는 일자리, 해결책은 없는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생산성본부]
 
■ 박철성 한양대 교수 “AI의 학습능력, 지각 능력, 적응 능력은 인간을 대체하는 3가지 열쇠”
 
이날 박 교수는 인공지능(AI) 분야가 급격히 확장된 배경을 비롯해 산업혁명기 기술발전에 노동 시장의 변화 사례,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대한 단·장기적 전망, 이와 관련한 학계의 엇갈리는 견해, AI가 초래할 노동시장의 변화에 기업이 준비해야 할 부분 등을 전반적으로 설명했다.
 
강연은 지난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 기사 간의 대국 사례로 시작됐다. 박 교수는 “알파고의 승리는 큰 충격을 줬던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인공지능이란 단어가 머리에 딱 박히게 만들었던 것 같다”라며 “이후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알파고의 등장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기계학습 분야는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촉발한 기폭제로 지목됐다. AI가 사람과 점차 비슷한 능력을 갖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는 얘기다.
 
박 교수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을 만큼의 고성능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AI의 활용도는 높아졌다. 이제 AI는 알파고처럼 빅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바둑을 배우는 ‘학습 능력’, 학습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센서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지각 능력’, 마침내 이들을 바탕으로 주변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반응할 줄 아는 ‘적응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 점이 인간과 유사한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3가지 열쇠로 꼽혔다.
 
응용 사례로는 직원들 중에서 1년내 이직할 확률을 예측해 관리 방법을 제시하는 경우, X레이 사진을 보고 질병을 찾아내는 경우,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들어 콜센터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경우 등이 제시됐다.
 
다만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현재 학계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중이다. △AI의 인간 업무를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느냐 △생산성 향상에는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 △AI 도입에 따라 인간의 소득 불평등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냐 등의 논점에 대해 학자들은 긍정과 부정으로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논쟁의 배경은 18세기 중후반에 시작된 산업혁명이다. 당시 산업혁명이 많은 인간들에게 직업상실의 공포를 안겨줬다는 점은 오늘 날 AI논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산업혁명 초기 70년 정도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나빴졌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자리잡고 난 19세기 중반에는 점차 숙련노동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임금이 상승하게 되면서 18세기보다 월등히 나아진 삶의 질이 구현됐다는 게 경제학계의 정설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와 관련, “자동화의 노동 대체 가능성은 여러 논문이 있는데 결론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라며 “50%까지 대체가능하다는 사람도, 10%도 안된다는 입장도 있어 딱 잘라 얘기하기 어렵다”라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큰 변화를 보긴 어려워 일손이 부족한 걸 메꾸는 수준이지 대체하는 수준까지 와 있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어느 정도 인력 대체가 이뤄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서 “평범한 사람은 필요 없고 뛰어난 소수가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향후에는 고급인지능력, AI 응용기술 등을 갖춘 근로자가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AI를 도입하고 AI와 보완되는, 사람과 같이 쓸 수 있는 노동시장을 설계할 것을 강연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2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중소기업을 위한 미래 성과 공유’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생산성본부]
 
■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직원들 마음 얻어야 성공…노사관계 유지 못하는 CEO는 실패”
 
“GDP 3만불 시대부터는 직원을 관리자가 아닌 사내기업가로 만들어주는 시대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이 협력을 만들고 협력이 몰입을 만들고 몰입이 혁신을 만들고 혁신이 성과를 만든다”
 
AI에 의한 인간직업의 대체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사내 기업가를 키워내는 중견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 강연자인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은 AI가 촉발한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 기업들이 갖춰야 할 구체적 새로운 노동력 운영 방침을 소개했다. 강연 주제는 ‘중소기업을 위한 미래 성과 공유’다.
 
김 교수는 핵심 키워드로 ‘사람’을 제기하면서 “기업의 성과는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긍정적 불확실성을 주느냐 부정적 불확실성을 주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며 “긍정적 불확실성을 주면 직원들은 도전을 하고, 부정적 불확실성을 주면 일을 기피하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미래성과’는 어떻게 하면 직원을 관리자가 아닌 기업가로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가리킨다. 성공하는 기업과 직원이 사내 기업가로 크고 실패하는 기업의 직원은 관리자로 크는 데 그친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에 따르면 ‘기업가’는 무언가를 빨리 하는 사람, 새로운 것을 하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인 반면 ‘관리자’는 남을 따라하는 사람, 기존의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 리스크를 관리하기만 하는 사람 등을 지칭한다.
 
여기에 김 교수는 “평범한 사람을 모아서 비범한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게 경영”이라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하면서 직원들을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회사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경제의 생산성이 ‘생산 장비’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으며 저신뢰 노동통제의 기업문화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자발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직원들의 의욕도 낮아 몸과 마음이 모두 출근하는 비율이 우리나라는 11%, 전세계 평균이 13%라는 자료도 제시했다.
 
특히 국민소득 1만달러까지는 노동력의 투입에 의해서, 국민소득 3만달러까지는 충분한 산업용 생산 장비를 갖춰서 달성할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신제품을 만들어야 선진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급여를 올려도 직원이 회사에 불만을 가지고, 그렇게 해서 경영자의 노여움을 사는 식으로 노사관계가 망가지면 회사가 발전하지 못하는 시대가 3만불 이후의 현재라는 얘기다.
 
이에 김 교수는 이 같은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며 일터 혁신을 ‘휴먼 뉴딜’의 핵심 사업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종업원의 적극적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내는 게 잘나가는 기업의 특징이므로, ‘몸과 마음이 모두 출근하는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편, 이날 북클럽 주최 측인 한국생산성본부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현장 참석자를 50명 이내로 줄이고 강연 전체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동시 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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