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승부사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면세점 새판짜기, '제주민심' 획득이 관건?
[뉴스투데이=안서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면세업계가 잔뜩 위축된 상황 속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공격적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면세사업 진출 2년만에 시내 면세점과 인천공항 면세점 진출을 이뤄낸 데 이어 이번에는 제주 시내 면세점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역발상 승부사의 면모가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최근 인수합병(M&A), 투자 등을 통한 사업 확장 행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제주 시내 면세점 진출은 일과성 행사가 아니라 면세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그룹의 시장 내 위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게 정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다만 제주 시내 면세점에 대한 곱지 않은 지역 민심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사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안으로 공고 예정인 제주 시내 면세점 입찰에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입찰을 검토 중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관세청이 이달 안으로 지역별 특허 신청 공고를 내면 특허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올해 12월쯤 최종 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입찰 공고가 나오면 사업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2018년 11월 삼성동 무역센터점 면세점 1호점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면세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두타면세점을 인수해 올해 2월 시내면세점 2호점을 다시 열었다. 오는 9월에는 인천공항 면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외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사업 확장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HCN은 이달 SKC가 보유한 SK바이오랜드 지분 27.9%(경영권 포함)를 인수했다. 화장품 원료를 비롯해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메디컬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함으로써 뷰티 및 헬스케어 부문으로의 사업 확장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적극적인 사업 진출과 투자를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중에서도 제주도는 코로나19로 국내 여행이 활성화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관광 특수 지역 중 하나다. 때문에 향후 사업성이 높은 구역으로 꼽히고 있어 면세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 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사업장이다.
그러나 제주 지역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 상황 속 대기업 면세점 진출은 제주 지역의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이외에 한 곳이 추가돼 올해 말 사업권 확정 이후 1~2년의 준비기간을 가진 뒤부터는 총 3개의 대기업 면세점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제주 경제를 파탄 낼 대기업 면세점 신규특허 허용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면서 “대기업 면세점을 들이겠다는 것은 제주지역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역 민심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대기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기준 전년 대비 매출 2000억 원, 관광객 유입 20만 명이라는 기준 외에도 지자체 의견이 면세 특허 심의 요소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와 현대 둘 중 어떤 기업이 곱지 않은 지역 민심을 달래서 지자체의 긍정적 평가를 받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도는 한라산을 기준으로 ‘3남3북’으로 부르고 있는데 롯데와 신라면세점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업장이 제주공항이 있는 북쪽에 몰려있다”면서 “제주도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서귀포 지역 근처인 남쪽에 면세 사업권을 신청하면 더 유리한 민심을 가져갈 수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외여행이 급감하는 대신 국내 여행수요는 커질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점에서 제주면세점 신규 진출은 '위기 속 기회'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지선 회장이 위기를 감수하면서 기회를 잡기위해 승부수를 던질 경우, '제주 민심' 획득이 최대 관건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