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은행권 '소비자주의'가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이채원 기자 입력 : 2020.08.22 11:08 ㅣ 수정 : 2020.08.22 12:57

은행권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는 ‘소비자주의’, 정부 부동산 규제정책 안먹히면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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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주요 금융기관들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출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대면대출으로 진행해야 했던 제도의 불편을 없애고 고객의 니즈에 맞추어 편리한 금융 환경을 조성하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2차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따라서 비대면 대출 상품의 확대는 시의적절한 '소비자주의'의 산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계대출뿐만 아니라 빚투에 의한 부동산과 주식 투자열기로 인해 가계대출 규모가 역대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면 대출 서비스의 증가는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은행권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임에 따라 비대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의 ’2020년 2분기 중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기록이며 전분기 말(1611조4000억원) 대비 25조9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외상 카드값을 나타내는 판매 신용은 91조6000억원으로 전분기(89조6000억원) 보다 2조원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생계가 어려워지자 빚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신용공여액이 2분기에 7조9000억원 증가하며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고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이 3분기 연속으로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빚을 내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음이 밝혀졌다.

 

장혜영 의원이 받은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가계와 부동산에 관련한 기업 여신과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에 투입되는 자금인 부동산 금융 위험 노출액 잔액이 1분기에 2100조원을 넘어서 2105조 3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동안 42조90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은행 적금은 더 이상 마땅한 투자원이 아니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은행에 돈을 묶어놓아도 1% 안팎의 금리 수익만을 벌어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지난 20일 발표된 한국경제연구원의 ’정부의 부동산대책 영향 분석 및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도 주택시장의 가격상승은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매매가격의 상승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비이상적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금 꼭 사야만 한다는 공포적 거래심리가 유발돼 패닉바잉으로 주택시장에 참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이 주택가격 상승세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또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로는 부족한 주택물량으로 인한 공급부족과 시중에 나온 유동성이 2000조원을 초과한 것을 비롯해 신도시 등에 주어지는 대규모 보상금, 다주택자의 증여로 인한 거래 증가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은 이 같은 열기에 주목, 비대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속속들이 내놓고 있다.

그중 선두주자는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26일까지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사전예약을 받는다. 카드사용 액 등을 고려해 금리를 선정하는 기존 주담대와 달리 차주의 대출 규모와 기간 등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조건이 비교적 까다롭지 않다.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으며 최저 금리는 1.6%라는 것이 케이뱅크 측의 설명이다. 대환 대출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낮은 금리로 인한 대환 수요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하반기 모바일 주담대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고객의 대환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며 신규 주택 구입까지 가능한 비대면 상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앞서 스마트폰 뱅킹인 ‘하나원큐’ 앱을 통해 대출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5월에 2조6570억원, 6월에 2조9990억원의 잔액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7월 3조3120억원의 잔액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신규 손님 수도 증가세를 보이며 7월 기준 누적 19만5702명을 달성했다.

 

하나은행은 앞서 선보인 비대면 대출상품의 성공적인 성과를 토대로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다른 은행보다 빠른시기에 내놓는 경쟁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또한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비대면 주담대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SBI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비대면 주담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연 8~9%의 금리를 가진 개인사업자의 사업자금을 목적으로 한 비대면 주담대를 판매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은행 앱 ‘페퍼루’를 이용해 비대면 주담대를 실시하고 있다. 앱을 통해 증빙서류를 쉽게 처리할 수 있으며 인터넷 등기로를 연동해 전자등기 프로세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은행들이 잇따라 비대면 주담대 서비스를 내놓는 이유는 주담대를 그동안 대면으로 진행해야 했던 불편을 없애고 고객의 편의를 자극해 고객유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은 전처럼 서류뭉치를 들고 가까운 은행에 가는걸 선호하지 않는다”며 “고객 접점을 줄이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동산 패닉바잉 현상의 주요층은 청년층이기 때문에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그들의 접근 가능성을 높이려고 했다”며 “코로나19 이후로 대면 보다는 비대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신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와중에 이 같은 서비스는 가계 빚을 더욱더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금융관계자는 “신용대출이 늘어날수록 가처분소득은 감소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지 않으면 계속해서 사람들은 편리한 비대면 주담대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사서 이익을 취하려고 할 것이다”며 “결국 신용대출 증가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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