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로 국내 CB 찬바람…‘글로벌 CB’ 투자는 각광
글로벌 CB 매매차익, 환차익 비과세…발행 물량 2007년 최대 이후 두 번째 규모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사모펀드 사태의 영향으로 국내 전환사채(CB·convertible bond)가 찬바람을 맞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CB’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CB는 일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일정 기간 이후 주식 전환권이 발동되면 투자자가 원할 때 주식으로 바꿔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을 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발행 기업의 규모와 유통 활성화 여부, 세금 이점 등의 측면에서 글로벌 CB가 국내 CB보다 더 각광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올해 글로벌 CB 발행 규모 최대 19조원대 예상 / 테슬라, 인텔, 소니, 트위터, 웨이보 등 ‘알만한’ 글로벌 기업들이 발행
지난 6월 3일자(현지시간) 루터스(Reuters) 뉴스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올해 글로벌 CB의 발행 물량은 10조5315억원(8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라고 하는 2007년의 11조4782억원(97억달러)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또한 지난해에 비해서도 41.3%(26억달러·3조766억원)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글로벌 CB 발행 규모가 지난해(63억달러) 에 비해 80~100억달러(9조5000억~11조8000억원) 정도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CB를 발행하는 글로벌 기업들로는 테슬라·인텔·소니·트위터·웨이보 등, 대형 우량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CB, 교환사채(EB·exchangeable bond), 전환우선주(CPS·Convertible Preferred Stock) 등을 포함해, 지난해 CB를 발행한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은 4조4050억원에 달했다.
반면 국내에서 CB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대개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다. 이는 기업 신용등급 대비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 사정이 급한 기업들이 대부분 100억원대 규모로 사모 방식으로 발행한다. 반면 대기업은 자금 조달 수단이 다양한 편으로 CB를 발행할 정도로 급박하지 않다. 주가 하락 시 전환가가 재조정되는 경우 주식이 희석화돼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에서 CB 발행이 대거 늘어난 시점은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의 ‘코스닥 벤처펀드제도’를 통해서다. 이는 코스닥시장 활성화와 벤처기업 육성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이 펀드는 벤처기업이 발행하는 주식 또는 CB 등 주식과 연계된 채권을 15% 이상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 코스닥 시장의 신규 상장 기업들의 공모주 중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시장에선 주식 인수보다 위험성이 덜한 CB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기업들도 CB 발행을 늘렸다. 2018년 코스닥 벤처펀드의 총 판매액은 약 3조원으로, 이중 73.3%(2조2000억여원)이 사모펀드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중 상당 규모를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형 펀드 운용사들이 운용하면서 발생했다. 펀드가 환매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자금이 부실기업 등의 CB에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CB 이미지도 안 좋아진 측면이 있다”며, “주가 상승의 기대치도 떨어지면서 CB 등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권리행사가 늘어나 일찍 손을 터는 투자자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한달동안 CB의 권리 행사 건수는 240건으로 6월보다 32건 늘었다.
■ 글로벌 CB…리스크↓, 세금↓ / 멀티에셋·한화·우리자산운용 글로벌 CB 펀드 1개월 수익률 2~12%
반면 글로벌 CB는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B의 경우 누구나 알만한 기업들이 발행하고 유통도 활발한 편”이라며, “국내 CB 대비 리스크가 낮아 최소 투자 금액이 억 단위인데도 관련 투자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글로벌 CB는 세금을 줄이는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해외 채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매매차익, 환차익이 비과세다. 반면에 펀드로 해외 CB에 투자한다면 이자·매매차익·환차익에 대해 15.4%(지방소득세 포함)를 원천 징수한다.
직접 투자가 어려운 투자자들의 경우 글로벌 CB 펀드를 눈여겨 볼만하다. 최소 투자 금액이 큰 만큼 증권사들이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CB 매입 서비스를 중개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CB 펀드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이 2017년 공모펀드로 출시한 ‘멀티에셋글로벌4차산업전환사채’가 있다.
펀드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글로벌 기업 30개 사가 발행한 CB에 주로 투자한다. 국가별로는 미국에서 발행한 CB에 80.41%를 투자한다.
이 펀드의 최근 3년 간 수익률은 20.44%, 27.01%, 34.61%이며, 8월 말 기준 12%대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의 편입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한화글로벌전환사채’ 펀드의 경우 재간접형으로, 룩셈부르그에 등록된 제이피모건펀드에 속한 하위 집합투자기구인 ‘JPMF-글로벌전환사채’ 펀드에 투자한다. 4월 말 기준 섹터별 투자비중은 테크(35.3%), 필수소비재(20.8%), 커뮤니케이션(13.2%)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북미(60.6%)와 유럽(22.0%)의 순으로 투자했다.
이 펀드의 5월 말 기준 1년과 3년 수익률은 9.38%과 14.10%이며, 3개월 수익률은 2.70%를 기록했다. 코로나발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이 발행하는 CB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우리자산운용의 ‘우리차이나전환사채’는 중국 상해 또는 심천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이 발행한 공모전환사채에 주로 투자한다. 주가 하락 시에는 채권 투자형태를 유지하다 전환가격이 조정되고 주가가 반등하면, 주식전환이나 전환사채 가격 상승 후 차익을 볼 수 있다.
우리자산운용 측은 “중국의 공모 CB 규모는 40조원에 달하며, 유동성이 풍부하고 다양한 섹터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기준 1년 수익률은 14.08%며, 1개월 수익률은 2.35%를 기록했다.
우리자산운용 측은 “중국의 공모 CB 규모는 40조원에 달하며, 유동성이 풍부하고 다양한 섹터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기준 1년 수익률은 14.08%며, 1개월 수익률은 2.3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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