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윤리적 컬렉션'은 빙산의 일각, MZ세대 트렌드가 대세로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코로나19사태 및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인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놓인 패션·뷰티업계가 최근 '윤리적 소비'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에는 환경친화, 동물윤리 등 윤리적 가치관을 담아 ‘착한소비’를 일으키는 제품들이 유독 많다.
이는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매켄지(Mckinsey)가 과거 아시아 6개국 1만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Z세대는 ‘윤리적 가치 소비를 한다’는 비율이 26%로 6개국 중 가장 높았다.
■ 글로벌 패션·뷰티업계 ‘착한소비’ 성공사례들 많아/ 페트병 활용 신발, 트럭 방수포로 만든 가방, 용기 없는 고체 샴푸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재활용(업사이클)과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으로 성공적인 매출을 올린 사례들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미국 패션브랜드 로티스(Rothy’s)는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단화를 만들어 2016년 창업한 뒤 2년 만에 매출 1658억원(1억4000만달러)을 올렸고, 기업가치는 현재 약 8291억원(7억달러)에 달한다.
로티스는 신발 한 켤레에 평균적으로 500ml 페트병을 3개 정도 사용해 니트소재처럼 만들어 편안함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전 영국 왕자비 메건 마클, 트럼프 이방카, 기네스 펠트로 등 유명인사들이 착용해 이슈가 되었다.
두 번째 사례는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이다. 이 회사는 버려진 트럭 방수천과 폐차된 자동차의 안전벨트로 가방을 만들어 연간 7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낡아 버려질 것들로 가방을 만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방 한 개의 가격은 20~40만원대에 달한다.
현재 프라이탁은 재활용 가방 산업 분야의 세계적 기업으로 알려졌고, 전 세계 350여개 매장에서 매년 40만 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최근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인기 제품은 항상 품절 상태이다.
글로벌 뷰티 업계의 대표적인 사례는 브랜드 창립부터 환경문제와 동물윤리에 고심해온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다. 최근 글로벌 연매출 7559억을 기록한 러쉬는 동물실험과 동물성 원료 사용을 배제하는 것을 넘어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화장품 용기 없는 고체 형태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러쉬가 2005년 7월부터 판매한 고체형 샴푸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 4130만개가 팔렸다. 이는 1억2400만여개의 플라스틱 용기를 줄일 수 있는 양과 같다. 이 외에도 화장품의 박스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재사용이 가능한 보자기로 선물 포장을 제안하고 있다.
러쉬 코리아 관계자는 2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데, 러쉬 코리아 주 고객의 연령이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가장 많다”며 “고객들이 환경을 중시한다는 것은 매년 재활용을 위해 진행하는 러쉬 제품의 빈 용기(블랙 팟) 수거 캠페인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에는 3만8405개의 용기가 수거되었는데, 지난해는 27만6850개가 수거되어 연도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이하 코오롱FnC)은 지난 1일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코오롱몰’에 지속가능성 카테고리 ‘위두(weDO)’를 신설해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인간과 동물, 환경을 생각하는 국내외 브랜드 30여 개를 한데 모았다.
대표 제품은 자사의 재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 레코드가 나이키의 재고 의류를 활용해 만든 ‘레코드 바이 나이키(RECODE by NIKE)’제품과 가방을 구매하면 아프리카에 물통 가방이 자동 기부되는 ‘제리백(Jerry Bag)’, 일회용으로 쓰고 버려질 봉투를 다회용 가방으로 만든 ‘백올(bag all)’ 등이 있다.
코오롱FnC는 해당 카테고리에서 발생한 매출의 1%를 환경보호를 위한 사회적 기업에 기부할 방침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꼼데가르송의 CDG 레이블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컬렉션은 애초 코로나19로 자가 격리 중인 사람들을 위한 기부금 조성을 목적으로 기획됐지만, 미국 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반인종차별 운동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콘셉트가 바뀌었다. 컬렉션 주요 제품은 긍정적인 미래 관련 슬로건을 활용한 제품들로 구성됐다.
앞으로 꼼데가르송은 해당 컬렉션을 시작으로 반인종차별 운동을 지지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8월 이탈리아 비건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SAVE THE DUCK)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고, 자체 온라인 쇼핑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에서 판매 중이다.
2012년 설립된 세이브더덕은 100% 동물성 원료 배제를 지향하는 패션 브랜드로, ‘오리를 살린다’는 브랜드명처럼 모든 제품에 동물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 학대나 착취가 없는 원료와 재활용 원료를 활용해 제품을 만든다.
모든 패딩 제품에는 동물 깃털 대신 브랜드의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신소재 플룸테크(PLUMTECH®)가 충전재로 사용된다. 플룸테크는 폴리에스터 필라멘트를 가공한 소재로, 보온성의 기준이 되는 필파워(다운 복원력)가 약 500~550으로 실제 오리털의 평균 성능과 흡사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2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뚜렷한 가치관과 개성을 드러내기 원하는 MZ세대의 경우 합리적, 도덕적 소비 경향도 짙은 편이라 MZ세대 소비 경향에 맞춰 100% 애니멀 프리를 실천하는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의 수입 판매를 결정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최신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브랜드 및 제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다양한 패션브랜드들은 환경을 생각한 제품을 출시 중이다. 노스페이스는 500ml 페트병 1082만개를 재활용한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블랙야크는 일회용 페트병으로 만든 ‘케이-알피이티(K-rPET) 재생섬유’를 적용한 친환경 셔츠를 출시했다.
■ 아모레는 공병 재생해 화장품 용기 제작 / LG생활건강은 포장재 재활용 1등급 인증 획득
뷰티업계는 친환경 포장으로 공병을 줄이거나 재활용하는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018년부터 국내 물류센터에서 플라스틱 비닐 소재의 에어캡 대신 FSC인증을 받은 종이 소재의 완충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수거된 공병으로 만든 재생 원료를 화장품 용기에 다시 적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003년 이니스프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1999톤이 넘는 화장품 공병을 수거했으며, 지난 2019년 6월 플라스틱 공병의 체계적인 재활용을 위해 글로벌 환경 기업 테라사이클(TerraCycle)과 업무 협약을 체결해 용기의 자연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재활용 방법을 연구 중에 있다.
이와 함께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하거나 창의적 예술 작품으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사회공헌활동 ‘그린사이클(GREENCYCLE)’ 캠페인도 지속해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국내 최초로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으로부터 ‘피지(Fiji) 파워젤’, ‘한입 베이킹소다 담은세제’ 등 세탁세제 6종에 대해 포장재 재활용 1등급 인증을 획득했으며, 모든 섬유유연제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 향기캡슐을 배제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의 미세 플라스틱 사용 규제 움직임에 따라 지난 2018년 8월부터 모든 섬유유연제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 향기캡슐을 배제하고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친환경 제품 개발을 통해 재활용률을 제고하고 친환경 생활문화가 확산되도록 그린 패키징 구현에 앞장 서겠다”고 전했다.
■ MZ세대, 지속가능한 ‘착한소비템’ SNS에 올려 / 소비자도 기업도 모두 윈윈
패션뷰티 업계가 윤리적 가치와 환경친화, 동물윤리 등 가치관을 담은 제품들을 주력으로 선보이게 된 배경에는, 산업혁명 이후 자원의 개발과 사용으로 다양한 환경 오염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소비의식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과거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패션 및 뷰티제품들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진화해 이제는 자신을 대변해 주는 윤리적 가치 소비에 걸맞은 스토리가 담긴 아이템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러한 소비를 선호하는 MZ세대가 소비의 주요 층으로 떠오르자 이러한 경향은 더 심화되었다.
자신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MZ세대들은 자신이 구매한 제품에 대해 자발적으로 SNS에 올리는 등 구매와 함께 홍보로 이어지는 사례도 생기자, 기업 입장에서는 MZ세대를 사로잡을 착한소비를 일으키는 제품들이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